▲ 지난 3월 서울 삼성동 한전 본사 로비에 우수 중소기업의 제품을 전시한 ‘전시장’이 문을 열었다. 이 전시장은 한전을 방문하는 외국 손님을 상대로 메이드 인 코리아 전력기자재의 우수성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는 김쌍수 한전 사장의 지시로 만들어졌다. 2008년 8월 한전 사장에 취임한 민간기업 CEO 출신인 김 사장은 살길은 해외시장에 있다며 전력기자재의 수출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취지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왔다. 우수중소기업의 수출 전시장이 문을 연 이날, 김쌍수 사장은 전시장을 둘러본 후 “수출 노력을 열심해 달라”며 이날 전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여러 중소기업 대표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지난 여름철, 3개월 반을 아무 일거리 없이 놀았다. 1달에 2억원 가량의 비용이 그냥 들어가는데, 죽을 맛이었다.” 발전소 계획예방정비 시장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 중소기업 CEO의 하소연이다. 그는 “제조 아이템을 추가하던지, 아니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존 정비시장 영역에 발을 넣던지, 이대로는 기업을 존속시키기 어려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한전과 일을 할 때는 공장을 만들지 않고 버텨야 기업을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다는 어느 선배의 조언이 생각나기도 했다”며 “정말 이대로는 아닌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 중소기업은 위기다. 특히 한전과 발전회사만을 바라보던 전력분야의 기자재 제작사와 시공업체들은 올 한해를 살얼음판 위를 걷는 심정으로 ‘견디고’ 있다. 원가절감 등으로 인한 각종 예산이 줄어들자, 자연스럽게 일감이 줄었고, 안팎의 경제위기에도 늘 ‘호황’을 누렸던 중소 전력산업계도 지금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면서, 대-중소기업 ‘상생’이 다시금 주목 받고 있다. 동반성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데, 무엇이 달라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한 중소기업 CEO는 한숨부터 쉬더니 “법과 제도가 달라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현장에 전달되지 않는다”며 “관련법을 손질해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뒷받침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기업은 중소기업과의 거래에서 납품단가 인하 등으로 배를 불려 왔다”며 “언제나 약자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대기업이 어떻게 하든)항변할 수도 없는 거대한 성벽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한 중소기업 CEO는 “어느 대기업의 경우, 입찰에 참여한 협력기업을 만나 가격을 더 낮출 것을 종용하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 화두로 다시 등장하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 경제의 주춧돌이자 대기업보다도 많은 사람들이 밥을 벌어 먹고사는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한민국의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그래서 중소기업과의 상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한 전력 공기업 CEO의 말처럼, 이번 기회에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바탕으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굳건한 토대가, 전력산업 전반에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