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보급이 확산되면, 삶의 풍경이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특히 전력산업은 어떤 지도로 재편될 것인가. 최근 스마트그리드 구축이 본격화되면서 실생활에 가장 먼저 변화를 안겨 올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한 업체가 개발한 전기자동차다.

정부는 지난해 전기자동차의 국내 양산을 당초 2013년에서 2011년으로 2년 앞당긴다고 밝혔다. 이로사 2015년까지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의 10% 점유를 점유, 글로벌 전기자동차 4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정부가 전기차 출시를 앞당긴 이유는 간단하다. 최근 전기차 출시가 늘어나고 각국 정부도 보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더 늦으면 시장 진입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또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와 고유가 추세 등 외부 압력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0%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의 에너지효율화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먼저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 550억원을 투자하는 등 2014년까지 4,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해 필요한 전기차 전략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한다. 또 올 상반기까지 전기차 기술개발 종합추진 로드맵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기자동차는 스마트그리드를 추진하는 한 가지 핵심 이유 중 하나다. 앞으로 늘어날 전기자동차 수요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에너지효율 제고와 온실가스 저감이라는 해법으로 스마트그리드가 추진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해 ‘전기자동차가 몰고 올 변화의 물결’이라는 연구보고서를 내 놨다. 연구원은 “친환경 전기자동차의 확산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며 “세계 각국 정부의 자동차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전기자동차의 입지는 갈수록 확고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또 “당분간 하이브리드형의 전기자동차가 주류를 이루겠지만, 향후 10년 후면 전기로만 가는 자동차의 비중이 이에 못지않게 높아질 것”이라며 “이러한 전기자동차의 확산과 진화는 자동차산업은 물론 관련 산업에 적잖은 변화의 물결을 예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기자동차의 핵심 부품의 하나인 전지를 둘러싼 공급사슬 구조가 기술 발전과 충전인프라의 영향을 받아 재편될 것”이라며 “전력산업의 경우 충전인프라는 전력판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이며, 이를 지능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것과 관련된 산업들이 성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전기자동차 확산으로 인해 명암이 나뉘는 분야도 있을 것이고, 정유 산업처럼 사업모델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 영역도 있을 것”이라며 “기업들로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간파하고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사업모델 개발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미리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 전력 및 에너지 유통 네트워크의 변신

연구원은 ‘PHEV’나 ‘BEV’와 같은 전기자동차는 충전인프라의 확산과 운명을 함께 한다며 충전인프라는 기존 에너지 유통에 일대 변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전력서비스 측면에서 볼 때 충전인프라는 전력판매 채널이며, 충전기는 판매 단말인 셈인데 서비스기업이 충전기를 요소요소에 설치하고 이를 관리하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실제 독일의 한 전력 서비스 기업인 RWE는 주유소 네트워크와는 별도로 전기자동차의 충전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며 에센(Essen)에만 11개의 충전소를 설치, 운영하면서, ‘Autostrom’이라는 전기자동차용 요금제도 제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기자동차 보급에 대비해 정부와 한전도 실시간 요금제 도입과 ‘전기자동차용 충전요금’을 어떻게 산정할지를 두고 지혜를 짜내고 있다. 연구원에 따르면 RWE는 독일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시범 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2020년까지 독일 전역의 충전 인프라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며 덴마크 최대의 에너지 기업인 DONG 에너지는 올해부터 전기자동차 인프라 시범사업에 뛰어들었으며, 2011년부터는 상용 판매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러한 유형의 전력 서비스에서는 그 운영이 다소 복잡해진다며 실시간 소비 양상을 모니터링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부하 초과로 단전이나 정전이 될 경우 그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를 위한 인프라는 대부분 현재의 기술과 시스템으로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전언을 전하면서 충전에 필요한 고압 선로가 거미줄처럼 뻗어있는데 이들 말단 대부분에 중앙 제어 시스템과 실시간으로 통신할 수 계량기가 설치되어 있고, 현재도 전력인프라 운영에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연구원은 또 전력서비스 입장에서는 새로운 매출 원천이 생기는 동시에 관리의 복잡성도 함께 높아지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도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새로운 사업 모델도 눈여겨볼 만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용 전력을 인증하고 정산하고 사용자에게 요금을 청구하는 모든 단계에 걸쳐 새로운 기회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용 충전인프라의 구축은 이 인프라를 관리하고 운영하는 시스템과 사업의 성장을 수반할 전망이다. 충전기는 길가나 일반 가정 혹은 공동주택 주차장에 설치할 수 있고, 사람들이 모여드는 마트나 백화점, 각종 체육 시설이나 공원 등에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규모가 큰 소비 단위일 수 있고 소규모로 야간에만 작동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이런 복잡한 네트워크를 관리하고 제어하기 위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전력 부하가 일시적으로 쏠릴 경우 전체 전력망에도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충전 부하의 지역별, 시간대별 편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이에 필요한 지능화 된 기술을 많은 전력서비스 기업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누가 혹은 어떤 차량이 언제 어디에서 충전하고, 그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는 한 번에 대략 15~20kWh, 많게는 30kWh의 전기를 충전하는데 일반 가정의 하루 전력 소비량에 해당하는 양이다. 값싼 시간대에 충전하면 경제적일 수 있지만 전기란 본래 무차별하기 때문에 소비 기기별 인증이나 검침 없이는 전체 양으로 밖에 파악할 수 없다.

따라서 전기자동차 자체, 사용자, 충전 위치를 파악하고 소비량 정보를 수집, 분석, 관리하는 시스템과 관련된 사업의 성장도 점쳐볼 수 있다고 연구원은 진단한다.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전기자동차의 확산은 전력산업에서 직류 전원 공급의 성장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고 진단한다. 전기자동차의 확산을 전력소비 효율의 관점에서 본다면 직류전원 공급방식이 더욱 각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신개념 에너지 충전

연구원은 또 휘발유과 같은 에너지 유통 측면에서도 사업 모델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전기자동차도 충전소에 들러 필요한 전기를 충전하게 된다. 사업 모델은 단순히 플러그를 콘센트에 꽂고 정해진 인증 절차를 거쳐 충전하는 방식과, 전지 자체를 통째로 바꿔주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연구원은 이들 양자 모두 인프라 구축에는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의 연료 네트워크에 그대로 연결할 수 있는 모델들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전자의 경우 충전소에서 15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후자는 교환이 용이하게끔 전지와 자동차 디자인 사이의 호환성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한편, 연구원은 이동형 전력저장 장치인 전기자동차가 전력수급의 시간적, 지역적 편재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며 전기자동차 확산 여파가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산업은 물론 주변 산업에 까지도 적잖은 파장을 예고할 정도로 강해졌다고 말한다.

또 전기자동차의 성장은 교통은 물론, 전력 및 에너지 인프라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며 전지 등 관련 부품의 혁신과 가격 하락, 정부의 규제와 지원으로 인한 충전 인프라 구축 등이 빨라진다면, 내연기관에서 전기자동차로 전환하는 속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연구원은 그러면서 정부의 일관된 정책 추진과 함께 기업들로서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간파하고 기술 개발이나 인프라 구축, 사업모델 개발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미리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