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수 (사)전자ㆍ정보인협회 부회장

지난 8월15일 광복절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 천명 2주년’을 맞아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녹색성장 분야에 도전하라!”고 당부했다. 또 얼마 전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2010 지역발전주간 개막식’에선 “새로운 녹색성장시대는 반드시 우리가 원천기술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이다”라고 역설했다.

대통령의 당부가 아니더라도 이제 녹색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강요되고 있는 경제과제이다. 기후변화의 대응과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환경규제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제성장에서 상충되는 가치로만 여겼던 환경의 개념이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 정보화시대에 이어 새롭게 형성되는 녹색경제시대의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경쟁도 그래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기술, 그동안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하지 않았던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 및 활용 등 새로운 녹색기술 개발에 각국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녹색기술은 새로운 녹색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필수무기가 되고 있다. 물론 우리 정부도 이런 녹색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대통령은 “녹색성장시대에 원천기술을 보유하면 대한민국은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빌게이츠와 스티브잡스를 능가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을 보게 되고, 원천기술로 세계를 주도하는 제2, 제3의 삼성?현대가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띄우기도 했다.

그러나 녹색경제강국을 주창하는 대통령의 당부와 희망은 정작 녹색산업현장에선 애처로운 구호로만 들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녹색기술 수준은 최고 기술 보유국을 100%로 볼때 44~65% 수준으로 매우 낮다. 녹색기술 국산화율 역시 최고 68% 정도이다. 따라서 로열티 유출은 물론 기술 종속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결국 우리나라가 녹색시장을 리드하기 위해선 핵심원천기술 확보가 관건이다. 하지만 최첨단 녹색기술을 개발하고도 투자를 받지 못해 기업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거나, 핵심원천기술을 개발하고도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해 국부창출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력손실 없이 교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교류(AC) 스위칭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피엠디네트웍스는 지난 6월 그린IT 분야에서 지식경제부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기술력만 좋으면 될 줄 알았던 이 업체는 벤처캐피탈은 물론이고 공공금융기관조차 “매출실적을 가져오라”며 문전박대를 당하며 결국 어떤 투자도 받지 못한 채 빚더미에 앉아있다고 한다.

더 기막힌 사례도 있다. 세계 최초로 가상화영상 기술을 개발한 (주)마이꿈(대표 정상국)도  지난 9월1일 녹색기술인증을 받았다. 이 업체는 2006년도에 이미 핵심기술을 개발 완료하였고, 2008년에는 국내특허권 획득에 이어 국제특허(PCT)도 출원했다. 이후 특허협약조사국으로부터 원천기술로 평가받았고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도 공개공보되었다.  WIPO에 공개공보되면 회원국인 137개국에 개별출원만 하면 각국의 해외특허권을 자동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 업체는 특허출원 마감기간까지 자금을 지원받지 못해 결국 일본,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의 해외특허권는 포기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가상화영상 기술은 MP3 원천기술을 능가하는 영상분야의 혁명적인 기술로 평가하고 있다.
적절한 투자만 이뤄지면 이 기술로 글로벌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술을 개발한 업체는 ‘1인 창조기업’이다.

개인의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상상력으로 개발한 녹색원천기술이지만 ‘1인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주목하지도 않았고, ‘기술박대, 매출우대’의 척박한 국내투자환경은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주지 않은 것이다.

이 기술의 국제특허출원 마감일은 오는 10월2일이다. “녹색성장시대에 원천기술 확보는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역설한 대통령의 말씀이 왠지 공허하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