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자로 전기요금이 평균 3.5% 인상됐다. 원가 이하 수준의 요금으로는 한전의 경영적자 지속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인상발표에 앞서 22일 발표된 한전의 상반기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보다 14.1% 증가한 매출액 17조 9,367억원에도 불구하고 전력구입비 증가를 감당하지 못해 2조 3,383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도 -53.2%가 줄었다.

당기순이익도 여전히 적자다. 한전의 당기순손실은 지난 2008년 -2조9,525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도 -777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8,969억원을 기록했다.

한전의 이 같은 경영적자 지속에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전기요금에 그 원인이 있다는 분석이 대부분이다. 한전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전기요금은 원가의 91.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전기 과소비가 발생하고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발전소, 송·배전설비 투자재원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2009년 한전의 총 부채 규모는 52조원(부채비율 125%)으로 지난 2007년 대비 13조원 증가(연결기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오는 2020년까지 전력공급을 위한 투자비 소요규모는 총160조에 이른다. 이럴 경우 연간 투자비는 14조원이 소요된다. 이대로 가면 투자재원 마련도 어려워 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08년 11월 이후 이번까지 두 차례 더 전기요금이 인상된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30일 이번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밝히면서, 전기요금 조정 원칙상 10% 이상 인상이 필요한 실정이지만 물가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최소한의 인상률(3.5%)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한전이 1.3조원에 달하는 자구노력을 통해 11.7%에 달했던 인상요인을 8.1%로 최소화했다며 이중 3.5%만 이번에 조정했다고 강조했다.

#주요 특징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 주요특징은 철저히 서민경제 안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점이다. 지식경제부는 “어려운 서민경제를 고려, 주택용 인상률을 최소화(2.0%) 하고, 농사용을 동결했다고 밝혔다. 주택용은 지난 2006년 이후, 농사용은 2001년 이후 요금이 동결돼 왔다.

이를 위해 지경부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사회복지시설 등에 대해 할인폭을 확대하고 차상위계층에 대해서는 신규 할인을 더해 이번 요금인상으로 인해 추가부담이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번 전기요금 조정도 앞선 지난해 6월과 2008년 11월과 마찬가지로 용도별 원가회수율 격차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지경부는 “원가보상율이 높은 일반용은 동결하고, 원가보상율이 낮은 산업용과 교육용, 가로등을 중심으로 인상해 용도별 소비자간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에 전기요금 조정으로 원가회수율은 종전 91.5%에서 93.7%로 높아진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산업용은 90.9%→96.5%로 높아졌고, 교육용도 84.4%→90.1%까지 높아졌다. 또 가로등도 90.4%→88.0%, 심야전력도 66.1%→73.9%까지 높아졌으며 주택용도 92.2%→93.7%로 상향됐다. 한편, 심야전력의 경우 지난해 6월 수요관리 대책 발표 당시 오는 2014년까지 매년 8%인상키로 한 바 있다.

#수요관리 강화…계절별ㆍ시간대별 요금제 개선

이번 전기요금 조정에는 계절별ㆍ시간대별 요금제도 개선이 포함됐다. 지난 동절기에 하절기를 초과한 피크가 발생하는 등 변화된 전력소비 패턴을 반영한 것이다. 그 결과, 겨울철 시간대별 구분이 일부 조정됐다.

이에 따라 계절별 전력수요를 반영, 요금 수준을 여름> 겨울> 봄ㆍ가을로 구분해 달리 적용했고, 시간별로도 최대부하> 중간부하> 경부하 요금이 적용된다. 하지만, 산업용과 일반용의 경우에는 계절별ㆍ시간대별 요금 적용되지만 교육용은 계절별 요금만 적용된다. 아울러, 다른 계절에 비해 원가회수율이 낮은 겨울철 요금 위주로 조정했다. 계절별 원가회수율을 살펴보면 여름(96%), 봄ㆍ가을(106%), 겨울(84%) 수준이다.

이번에 조정된 계절별 조정률을 살펴보면, 산업용은 여름 2.4%, 봄ㆍ가을 1.4%, 겨울 7.6% 수준으로 계절 평균 5.8%로 조정됐고, 일반용은 여름이 동결된 반면, 봄ㆍ가을은 -3.8% 감소됐고, 겨울은 4.7%로 정해져 계절평균은 동결됐다. 교육용은 각각  3.9%, 2.3%, 11.0%로 계절 평균은 5.9%다.

#전기차 충전전력 요금제 신설

이번에 특히 눈에 띄는 요금제도가 바로 ‘전기차 충전전력 요금’이다. 이 요금제도는 전기차를 충전하는 일반 소비자, 향후 전기차 충전사업자 등이 한전과 거래하는 전력에 대한 요금을 말한다.

전기차 충전전력 요금 신설의 특징은 시간대별로 최대 4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도록 해 경부하 시간대 충전을 유도한 점이 두드러진다. 효율적인 전기소비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이에 따라 저압, 여름철을 기준으로 전기차 충전전력 요금은 기본요금(2,130원/kW)과 사용량에 따라 경부하 51.2원/kWh, 중간부하 129.1원/kWh, 최대부하 206.5원/kWh의 요금을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자가 충전 시에는 기존의 용도별 요금제(일반용ㆍ주택용 전력)를 포함해 사용할 수도 있고, 충전전력 요금제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지경부에 따르면 전기자동차의 km당 평균 연료 구입비는 19원/km으로 동급 가솔린차의 114원/km 대비 약 17% 수준이다. 전기차와 가솔린차 동급을 기준으로 매월 1,200km(40km.일) 운행을 전제로 7월 4일 현재 전국 평균가격 휘발유와 전기요금(계절별단가 가중평균)의 연료단가와 연비(가솔린차 15.1km/ℓㆍ전기차 8.1km/kWh)를 기준으로 연료비를 비교했다.

이 같은 조건을 토대로 가솔린차와 전기차를 비교한 결과, 동급 가솔린차 대비 연료 구입비의 약 17% 수준에서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지경부는 밝히고 있다. 전기차를 경부하 시간대에 충전할 경우에는 월 전기요금은 1만8,130원(계절별 가중평균)으로 휘발유차 연료비의 13% 수준이다.

#사회취약계층 전기 할인 확대

정부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주택용 2.0%)으로 인해 서민의 추가부담이 없도록 차상위계층에 대해 신규로 요금할인(2.0%)을 시행하는 등 저소득층의 전기요금 할인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신규 할인대상은 개별 법률에 따라 지원을 받고 있는 자가 속하는 가구에 대해 8월 1일부터 신청자에 한해 할인할 계획이다. 할인 대상 저소득층은 인터넷, 전화ㆍ팩스 등을 통해 할인신청서를 한전에 제출하면 된다. 이럴 경우, 전국적으로 46만 가구가 연간 약 33억원의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신규로 받게 된다.

또 종전 시행되던 전기요금 할인율도 이번 전기요금 조정에 따라 확대된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주택용(48만 가구)의 할인폭은 종전 20.0%에서 21.6%로 높아진다. 지난해 할인액 258억원을 기준할 때 추가로 23억원이 할인되는 셈이다. 또 심야전력(1만 가구)도 25.9%에서 31.4%로 높아져 16억원이던 할인액이 5억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회복지시설의 경우, 주택용(5만 가구)은 20.0%에서 21.6%로 할인폭이 확대된다. 이럴 경우, 145억원이던 지난해 할인액 기준으로 12억원 더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전체 101만 가구의 할인액은 지난해 477억원에서 92억원이 더 늘어나게 됐다.

#전기요금 조정…소비자 물가 연 0.038%p 상승

한편, 지경부는 이번 전기요금 조정으로 월 부담액은 주택용의 경우 590원, 산업용은 약 22만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는 각각 연 0.038%p, 0.085%p 상승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전기요금 조정으로 연간 전기소비 42억kWh의 전력소비 감소(가격탄력성 기준)할 것으로 전망돼 4.2억 달러에 달하는 LNG 수입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