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중공업 관계자 일행 30여명과 함께 7일, 이른 아침부터 상기된 얼굴로 두산중공업 창원공장을 찾았다.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제3세대 원전 노형 ‘APR 1400’ 원자로가 출하되는 것을 두 눈으로 생생하게 확인하기 위한 행보였다.

APR 1400은 지난해 연말,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UAE 원전건설에 공급될 원자로와 동일한 노형으로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했다는 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제3세대 원전 노형을 바라보는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관계자들의 심정은 복잡 미묘하기까지 했다. 제작공정이 빠듯한데다 고품질을 확보하면서 납기를 맞춘다는 게 여간 고단한 작업이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이영동 두산중공업 공장장은 “고생한 것 밖에 없다”며 지난 4년을 “시행착오도 많았던 시간”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고생한 만큼 기술력이 높아졌다”며 “신고리 4호기는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을 만큼 기술과 경험을 쌓았다”고 말했다.

■ 안정성, 경제성 모두 향상

기존의 한국형 표준 원전인 OPR 1000과 비교해 발전용량과 설계수명, 안정성을 높인 원자로로 두산중공업 창원공장 사내부두를 통해 출하했다. 이번에 출하된 APR 1400 원자로는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제3세대 원전 노형이다.

특히,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주한 UAE 원전 공급용과 동일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약 4년 7개월의 제작기간이 소요됐다.

이번에 출하된 원자로는 차세대 신형경수로 APR 1400의 핵심설비로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의 원자로 OPR 1000 보다 성능과 안정성, 경제성 면에서 크게 향상된 원자로로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및 제작됐다는 게 특징이다.

기존 한국표준형 원전인 OPR 1000과 비교해 볼 때, 발전용량을 1000MW에서 1400MW로 높였을 뿐 아니라 설계수명 또한 40년에서 60년으로 연장, 발전원가를 최소 10%이상 절감할 수 있다. 내진설계 또한 리히터 규모 7.0 이상으로 높이고 주제어실을 완전 디지털화하는 등 안전성도 획기적으로 강화했다.

■  UAE 원자로 4기 제작에 큰 도움

이번에 출하된 신고리 3호기 원자로는 지난해 한전 컨소시엄이 수주한 UAE 원전건설에 공급될 원자로와 동일한 노형으로 UAE 원자력발전소의 원자로 4기를 제작하는 데에도 제작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한수원과 두산중공업 관계자들은 합동으로 철저한 제작관리와 품질관리로 고품질의 기자재가 적기에 현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한다는 입장이다.

김하방 두산중공업 부사장(원자력 BG장)은 APR 1400 원자로 출하와 관련해 “원전 도입 30년만에 우리나라가 독자 개발한 APR 1400은 우리나라의 원전 산업계의 역량이 결집된 최고의 성과”라며 “향후 국내 제3세대 원전은 물론이고 UAE 원전 프로젝트에도 APR 1400 주기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국가적인 원전 수출 확대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중기발생기, 가압기 등 주요 핵심설비도 순차적으로 출하할 예정으로 2013년 및 2014년 준공 예정인 신고리 3,4호기 건설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하는 데 이번 경험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인터뷰)안규일 부장  한수원 원자력발전기술원 창원주재팀

“휴일 잊고 동고동락하며 품질확보”

“제작을 독려하고 품질검사를 하는 게 우리가 맡은 주된 업무다. ‘도와주는 업무를 하자’는 게 우리 업무방침이다. 그렇다 보니 토요일, 일요일도 없다. 두산중공업이 품질검사를 원할 때면 언제라도 달려갔다. 조금도 지체하는 일 없이 돕느라 모두들 고생들이 많았다.”

안규일 부장은 “고생했다”는 말로 신고리 3호기 원자로 제작과 출하에 기여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고생 밖에 한게 없다”고 말할 만큼, 제조공정이 여유치가 않아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들의 피로도가 높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고생이 헛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야간작업을 하지 않은 날이 없을 만큼 두산중공업 관계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우리도 이에 맞춰 제작관리며 품질관리를 하면서 협력업체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함께했다.”

지난 4년간 빠듯한 제조공정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인 만큼 지연되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즉시 품질검사에 나서 준 (주)코센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전했다.

안 부장은 “OPR1000과 APR1400의 특징이라면 원자로의 지름이 커져 용접양이 많아 고생을 많이 했다는 점”이라며 “예상치 못한 지연시간이 발생해 제작공정에 더욱 쫓겼다”고 말했다.

그는 “품질을 따지다 공정이 지연되면서 품질의 중요성이 묻힐 수도 있지만 두산중공업도 품질우선주의의 기업이기에 품질과 납기,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강태식 부장  두산중공업 신고리3,4 책임자

“초도제품 납기일 맞춰 감격스럽다”

“단순히 크기가 커진 게 아니다. 초도 제품이라 제작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고생한 것 밖에는 기억나는 게 없다.”

7일, 수출형 원자로 모델인 ‘APR1400’ 출시를 4시간여 앞둔 강태식 부장의 소감이다.

강태식 부장은 “제작공정별로 힘들지 않은 게 없었다”고 말할 만큼, “납기일을 맞춘 것이 감격스럽기까지 하다”는 말로 지난 4년간의 공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신고리 3,4호기 사업 책임자로서 신고리 3호기 원자로의 출하가 기쁘지 만은 않아 보였다. 예상보다 차질을 빚은 공정에 대응하느라 애가 탔기 때문이다. 신고리 3호기 원자로의 제작에 대한 부담은 컸다.

발주자인 한수원 입장에서는 UAE 원전에 사용될 수출형 모델이기에 안팎에서 쏟아지는 주위의 관심이 더욱 그랬다.

강 부장은 제작과정에서 어렵고 힘들었던 점보다 “납기를 예정대로 마칠 수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그 비결을 “한수원과의 원활한 팀웍”으로 꼽았다.

말미에 신고리 4호기의 원자로와 관련한 제작공정이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강태식 부장은 “3호기는 초도제품이라 힘들고 어려웠던 게 사실이지만, 4호기는 다를 것”이라며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원활한 제작과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APR 1400 출하를 곁에서 지켜보던 한수원 관계자는 “하면 한다는 두산중공업의 뚝심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두산중공업을 원전 수출에 일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