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 구조개편 10년, 어떻게 전력산업의 미래를 설계할 것인가?’하는 주제로 21일, 국회 소강당에서 전력산업의 미래를 논하는 세미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김영환 지식경제위원회 위원장과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을 포함한 주요내빈이 참석했다. 노영민 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종혁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전력전문지 기자단이 주관한 자리였다. 김영환 위원장은 “국민경제의 편익과 전력산업의 효율적인 서비스제공을 위한 최선책을 찾아야 하는 시기에 열리는 중요한 토론회를 전력전문지 기자단과 함께 한 것을 환영한다”며 “세미나 결과를 정책을 결정하는데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 KDI에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 발표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개최된 세미나에는 경제적 발전연료 구매방식과 전력계통망의 안정적 운영, 합리적이고 저렴한 전기요금구조 확보 등을 중점으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또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스마트그리드와 원전수출을 비롯한 해외전력산업 진출에 필요한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방향성은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또한 한전과 한수원, 5개 발전사, 전력거래소, 민간발전사업자 등의 높은 관심 속에서 개최됐다.

■ 찬반 팽팽한 토론회 vs 기존 입장정리

안현효 대구대 교수는 10년간 진행한 발전분할의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전력산업구조개편과 수직통합의 경제학’을 주제로 발제를 시작했다. 안 교수는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통해 전력산업은 경쟁과 민영화가 불가능하고, 낭비적인 거래비용을 증가시켰을 뿐 아니라, 구매효율을 저하시켰다고 주장했다. 또,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확보하고 기후변화협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전으로 수직통합 해 실제 소비자를 고려하는 정책을 발굴하고, 원가반영제도 도입과 수요관리를 통한 효율적인 전력소비를 피력했다.

반면,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10년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실패’로 규정, 분석하면서 구조적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경제적인 이슈를 정치와 사회이슈로 접근한 것이 구조개편의 실패 이유로 꼽았다. 윤 교수는 수직통합과 글로벌 경쟁력은 별개일 뿐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성과 경제성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패널의 찬반 논리 따라 방청객도 극명

윤 교수는 “노조가 전력산업 구조개편에서 직접적인 피해자로 착각하고 있다”며 노조가 재통합을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대의명분이 아닌 실질적인 요구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해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으로부터 거친 항의를 받는 등 날선 공방을 벌여 세미나의 스타(?)로 주목받았다.

세미나 총평과 관련, 참석자들은 “새로운 의견은 없었고, 기존의 입장을 정리하는 자리였다”는 의견과 “기존에는 한쪽의 입장만 전달해 아쉬움이 많았는데, 양쪽의 입장을 들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는 반응으로 나뉘었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관한 주요쟁점에 관해 찬성론자와 반대론자의 극명한 의견 차이는 새롭게 전개될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향방에 대한 중요성과 높은 관심을 방증했다.

한전으로의 통합 또는 부분통합 등, 전기요금 인상가능성에 대해 찬성론자들이 경쟁도입을 통해 단기적인 가격 상승요인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최종소비자 가격의 하락을 주장하는 반면, 반대론자들은 경쟁 도입 이후, 발전사의 시장지배로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 하다고 응수했다.

또, 수직분할에 따른 대외 경쟁력 약화 가능성에 대해 찬성론자들은 전력부문에 경쟁에 도입되면 기업의 생산성 제고로 경쟁력에 더 향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대론자들은 발전사 분리 이전과 같은 수직통합 체제에서 UAE 원전수출을 포함한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다고 응수하면서 세미나는 격렬한 토론을 이어갔다.

▲ 안현효 대구대 교수

■ 안현효 대구대 교수/ 잃어버린 10년, 다시 한전으로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수직통합을 이뤘을 때 가장 경쟁력을 가진다.”

안현효 대구대 교수는 한전으로의 수직통합시 발전사들은 ‘분할된 경쟁구매를 통해 증가한 비용을 공동구매를 통해 절감할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워 한전으로의 재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발전분할의 효율성에 대해 ‘전력시장이 소비자가 아닌 구조이며, 원가규제방식으로 회귀해 적자를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Michales(2006년) 전력산업의 수직통합의 실증연구보고서는 수직통합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Kwoka(2002년) 보고서는 수직통합의 경쟁력 원천을 설명하는 근거로 전력공급의 운영유지비 절감, 전력구매비 절감, 자본비용상승 등 많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스마트그리드’와 ‘소매시장의 개방’과 같은 환경변화도 통합의 이유로 주장했다. 또, “한전이 주도하는 녹색성장과 UAE 원전수주 등의 성과는 현 정부의 녹색성장 논의와 맞물리면서 일정한 규모가 필요하다는 국민적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재통합의 이유로 설명했다.

통합의 편익을 정태적 편익으로 살펴볼 때, “계량화된 편익이 5,750억~1조2,350억원의 연간수익이 나타날 것으로 조사됐다”며 “계량화되지 않은 효과들까지 생각해보면 통합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통합의 효과를 동태적 편익에서 볼 때 “글로벌 경쟁력 강화, 녹색성장 친환경에너지 공급, 에너지공급의 안정성확보를 추구할 수 있다”며 “녹색성장과 친환경에너지 공급 측면서 살펴보면 수직분리 발전분할 상황에서 녹색성장의 애로사항이 발생한다”며 재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히, “녹색기술 R&D부문과 글로벌경쟁력을 강화에 유리하고, 에너지공급도 안정적으로 확보가 가능하다”며 한전을 최종공급책임자로서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전력거래소의 SO기능을 한전에 통합 ▲전력거래소 MO기능 폐지 또는 축소 ▲대용량구매자의 전력직거래 허용시 임의시장으로 존속 ▲거래비용 감소, 발전과 송배전 사이의 수익차이 내부화 등을 제안했다.

▲ 윤원철 한양대 교수

■ 윤원철 한양대 교수/ 수직통합과 글로벌 경쟁력 연관성 없어

“상당수의 OECD 국가가 구조개편논의에 경쟁을 도입했으며, 경쟁을 거부하는 것은 우리나라뿐이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수직통합에 대해 반대의 뜻을 이처럼 설명했다. 특히, 수직통합과 글로벌경쟁력은 별개라는 논리로 경쟁체제를 보다 가속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발제에 나섰다.

먼저 “수직통합 된 거대 전력회사를 육성하기 위해 구조개편을 선회하는 것과 글로벌 경쟁력은 무관하다”며 “몸집만 키우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기술성과 경제성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해외진출에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등 통합과 글로벌 경쟁력은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전력시장을 ‘규제가 아닌 시장의 기능에 맡겨 비용절감과 가격인하를 유도’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 증대를 꾀하기 위해 경쟁을 촉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매경쟁과 관련해 “가격경쟁보다는 실질적으로 서비스 품질경쟁으로 인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다양한 요금제도 도입과 서비스 품질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면 소매경쟁은 자연히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요금의 현실화와 함께 경쟁을 통해 가격인하를 유도하자는 뜻도 밝혔다. 사업자의 경영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구조개편과 경쟁도입을 유일한 해법으로 제시했다. 기후변화대응과 저탄소녹색시장, 스마트그리드에는 다양한 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해 경쟁효과의 극대화를 꾀할 것도 주문했다.

전력노조를 비롯한 관련 산업의 노조에 대해 “대의명분이 아닌 실질적인 요구조건을 제시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경쟁도입을 적극 주장하는 한편, ▲한전은 송전에 집중하고, 한수원은 공기업 발전자회사와 배전과 판매 분야의 민영화 도입 ▲전기위원회 독립적 규제기관으로 재정립 ▲전력거래소를 독립해 SO와 MO부문에 독자적운영 등을 제시했다. 역할분담을 통해 소비자가 자유롭게 공급자를 선택하는 소매경쟁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