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 총괄위원회(위원장 김영학 지경부 차관)는 지난달 25일, 한전에서 총괄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을 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로드맵은, 지난해 2월 제1차 녹색성장위원회에 국가단위의 스마트그리드 구축계획을 보고한 이후, 약 200여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마련됐으며, 두 차례의 공청회를 통해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바 있다.

이번에 확정된 스마트그리드 국가로드맵은 그동안 전력IT 기술개발, 제주 실증단지 구축 등 개별사업 중심으로 추진해 오던 스마트그리드 프로젝트를 국가 차원의 종합적 계획으로 제시, 향후 기업에게 관련 제도개선 및 인센티브 등 정책 추진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이정표를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영학 지경부 차관은 美스마트그리드협회장이 우리나라의 스마트그리드 추진역량을 극찬한 것을 언급하면서 “지난해가 스마트그리드의 개념과 방향을 정립하는 한 해였다면, 올해는 제주 실증단지에서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 주여야 할 때”라며 특히, 세계 최대·최첨단 규모로 조성되는 제주 실증단지를 국내 산업 활성화 및 해외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육성할 계획이라며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차관은 또 “금년 11월 예정인 G20 정상회의 이전에 제주도에 홍보관을 구축할 계획”이라며 “국민에게는 스마트그리드 체험의 장으로, 기업에게는 자사의 제품·기술을 해외 바이어에게 홍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창출의 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이를 통해 스마트그리드가 ‘제2의 원전’과 같은 수출전략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민·관 공동의 통합 수출지원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SG 국가로드맵 주요내용은?

로드맵은 우선 ‘스마트그리드 구축을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 기반 조성’을 비전으로 설정하고, 시범도시·광역시도 등 ‘先거점구축, 後확산전략’에 따라 2030년까지 국가단위의 스마트그리드 구축완료를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능형 전력망, 소비자, 수송, 신재생, 서비스 등 5대 분야에 대한 단계별 기술개발 및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특히 이번 로드맵 중 스마트그리드를 수출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과제 중에는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계획과 스마트그리드 특별법 제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 전기차 보급대수에 맞추어 전기차 충전소를 시범도시 200대를 시작으로 오는 2030년까지 2만7,000여 곳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충전소는 공공기관, 대형마트, 주차장, 주유소 등을 중심으로 구축되며, 초기단계에는 정부에서 일부 구축비용에 대해 재정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지능형 전력망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가칭)’도 금년 중에 제정된다. 또한, 제주 실증단지에서 검증된 제품과 기술에 대해서는 국가표준으로 제정하고, 국내 보급사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지경부는 스마트그리드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민·관 공동분담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총 27.5조원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2.7조원을 분담해 초기에 핵심기술 개발 및 신제품 시장창출 지원, 공공인프라 구축에 지원하고, 기술개발 및 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원을 감소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민간분담액은 대부분 향후 시장 확대에 따른 자발적 투자로 24.8조원 규모로 추계된다고 정부는 밝혔다.

정부는 스마트그리드가 성공적으로 구축되는 2030년이 되면 총 2억3천만톤의 온실가스 감축(누적치), 5만개의 일자리(연평균) 및 74조원의 내수창출(누적치)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에 따라 47조원의 에너지 수입 비용(석유 4.4억배럴 상당, 누적치)과 3조2,000억원의 발전소 투자비용(발전량 5,817㎿ 상당)도 절감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성공관건

한편, 이날 자유토론에서 기업계는 스마트그리드 사업의 성공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내 놓았다. 표삼수 KT 사장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인프라인 스마트그리드 구축 일정을 로드맵에 제시된 것보다 앞당길 필요가 있다”며 “스마트그리드 성패는 기업들의 참여에 있는 만큼, 법적·제도적 뒷받침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수 SK에너지의  전무는 “제주 실증사업의 성공이 로드맵의 초기 성패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인·허가 및 제도 보완 등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종민 LG전자 상무는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스마트그리드 착수가 늦었으나, 보다 완성도 있는 로드맵을 마련했다”며 “스마트그리드의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서는 표준·인증이 중요한 만큼 조기에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장영진 한전 기술본부장은 “국가전력망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한전은 스마트그리드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전력망 지능화,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별법서 빠진 ‘보안’은?

스마트그리드 관련 토론회에서 국내 보안관련 전문가들은 줄곧 스마트그리드 관련 특별법에 보안이 명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올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특별법의 명칭은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법법(가칭)’이다.

이 특별법에는 지능형전력망의 조기 구축 및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재원조달,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 지원근거 등이 마련된다. 산업육성 계획 수립 및 위원회 구성ㆍ운영과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지원, 시범도시 운영, 인증제도, 재원 조달방법, 정보보호 및 보안 등이 수록된다.

하지만, 보안전문가들은 미국의 전철을 밟을 필요가 없다며  ‘지능형전력망 구축 및 지원에 관한 특법법(가칭)’을→‘스마트그리드 이용촉진 및 보호에 관한 법률’로 그 이름을 바꿔 보안의 중요성을 담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개최된 2010 월드 스마트그리드 포럼에서 김영신 한국소비자원 원장은 “소비자의 참여가 스마트그리드의 성공요인”이라며 “소비자가 사업주체의 한 축으로 인식되는 공감대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비용과 사용상 편의성은 물론, 프라이버시 등이 해결돼야(소비자의 참여를 이끌 수 있다)”한다고 강조했다.

임종인 고려대 교수는 “(스마트그리드에서)보안은 단순히 보호하는 개념이 아니라 위기관리, 신뢰를 얻는 문제로 바뀌고 있다”면서 “특별법을 스마트그리드 이용 촉진 및 보호에 관한 법률로 정해 미국이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그 이유로 “플레이어의 정의를 더욱 강화할 수 있고, 소비자 보호(프라이버시) 측면에서도 보다 적극적으로 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겪었던 혼란과 미국의 시행착오 답습 같은 우려를 ‘특별법’에 보호를 명시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