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험용 블랑켓 시편(mock-up).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핵심 부품 블랑켓 1차벽이 세계에서 3번째로 국제 공인시험 1단계 기술검증을 통과했다.

국제핵융합로 공동개발사업 지원을 받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한국사업단과의 협동연구를 통해 2004년부터 수행해 온 블랑켓 기술 개발에 성공, 최근 ITER 국제기구가 정한 블랑켓 1차벽 성능 검증 국제 공인시험 1단계를 통과했다. 이로써 한국은 EU,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핵융합로 블랑켓 1차벽의 1단계 기술 검증에 성공한 나라가 됐다.

블랑켓은 그 건전성이 ITER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ITER 국제기구는 초전도 도체, 디버터와 함께 기술 검증을 필요로 하는 3대 핵심기술 분야중 하나로 선정하고, ITER 기구 주관으로 국제 공동 검증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블랑켓 1차벽은 핵융합로의 노심에서 섭씨 1억도 이상의 온도를 갖는 플라즈마와 가장 가까이 인접해 플라즈마를 가두는 역할을 하는 플라즈마 대향 부품의 하나로, 높은 열유속, 중성자, 전자기 부하 등 극한 환경을 견뎌야하기 때문에 내구성과 건전성, 냉각능력 등 종합적인 기술 개발이 요구된다.

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블랑켓 1차벽의 기술 검증시험은 우리나와 미국, EU, 러시아, 중국, 일본 등 시험 참가국이 베릴륨(Be)과 구리, 스테인리스 3중 구조로 이뤄진 블랑켓 시편(mock-up)을 국제 공동규격에 따라 각각 제작한 뒤 이를 미국과 EU에서 검증시험을 받는 방법으로 진행됐다.

우리나라는 국내 기술로 제작한 검증용 블랑켓 1차벽 시편 2개를 ITER 국제기구에 제출, 공동 시험기관으로 선정된 미국과 EU에서 약 6개월 간 고열부하 인가 시험을 거쳐 성능 검증시험 통과를 확정 받았다.

검증시험은 총 3차례 중 2차례 성공 시 시험 통과를 인정받도록 되어있지만 우리나라는 2개의 시편 모두 시험을 통과함으로써 EU(2008년 9월 시험 통과), 러시아(2009년 8월 시험 통과)에 이어 3번째로 1단계 기술검증에 성공한 국가가 됐다. 참고로 시험 참가국 중 미국, 중국은 현재 시험 중이며 일본은 중도 포기했다.

이번 기술검증을 위해 원자력연구원은 특별관리 대상 물질인 베릴륨(Be)을 취급할 수 있는 시설과 함께 블랑켓 1차벽 고열부하 시험시설인 콜트-1(KoHLT-1, Korea Heat Load Test facility)을 세계 두 번째로 구축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ITER 국제기구에 제출한 시편과 동일한 블랑켓 시편을 제작해 지난 4월 국내에서 고열부하 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으며, 이번 국제 검증시험에서는 콜트-1에서의 시험을 국제기구 주관 시험의 일부로 인정받음에 따라 향후 국제 공인시험에 참여할 수 있게 돼 기술력을 인정받고 향후 시험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연구원측은 핵융합로의 핵심 부품인 블랑켓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고 국제적인 성능 검증시험을 통과함으로써 국내 핵융합 연구가 큰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1차벽 관련 기술은 ITER TBM(시험용 블랑켓 모듈)과 DEMO 핵융합로, 상용 핵융합로 개발에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로 발전용 가스 터빈 블레이드, 초내열합금 용접 및 접합성 검증과 내열 성능 향상 기술 개발, 차세대 원자로 열교환기 성능 검증, 기계, 항공, 우주, 국방 분야의 신재료 개발에도 활용 가능할 전망이다.

원자력연구원 관계자는 “블랑켓 1차벽 관련 기술은 핵융합 선진국들이 십 수 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인데, 우리나라는 불과 4년간의 기술 개발을 통해 선진국들과 동일하거나 우수한 성능을 보임으로써 기술력을 과시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ITER 국제기구에서 진행 예정인 2단계 검증시험은 내년 1월 시작해 2011년 12월 완료할 예정이다. 2단계 검증시험에서는 1단계보다 큰 가로 약 710mm, 세로 305mm, 두께 210mm 크기의 시편을 훨씬 높은 열부하를 견딜 수 있게 제작해 국제 검증시험을 통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