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2월 1일 밤 9시 20분. 서울시청 바로 옆 도로에서 맨홀 청소 점검공법 개발 기업인 실리기업(주) 관계자들이 맨홀 청소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심지에서는 주로 야간 작업이 이뤄진다. 해당 관청이 주간 작업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경환 실리기업 이사는 “특히 남부순환로 등에서의 작업은 차량 속도가 빨라 위험하다”며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겨울이다. 특히 밤 기온은 실제 체감온도를 더욱 낮추고 있다. 1시간 정도 밤바람에 몸을 맡기면 금세 손과 발이 얼어붙는다. 그 추위를 이기고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뛰는 사람들이 있다. 일반 시민들은 공사현장 바로 옆 서울광장에 설치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배경으로 사진찍기에 바쁘다.

12월 1일 오후 9시 30분. 사람들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갈 그 시각, 서울광장 바로 옆 ‘태평3 #10’번 맨홀에서는 청소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날 맨홀 청소작업은 한전 서울본부 직할이 발주했다. 대부분 도심에서의 작업은 밤에 이뤄진다. 해가 쨍쨍한 대낮에도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도로교통 정체 등을 이유로 관할구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날 작업은 실리기업(주)이 맡았다. 실리기업은 지난 2008년 ‘이동식 오수처리 장비를 이용한 지중 전력용 맨홀 청소공법’(차량 사진)을 개발해 한전과 공동으로 전력신기술 제55호로 지정을 받았다.

‘이동식 오수처리 장비를 이용한 맨홀 청소공법’은 실리기업(주)와 한국전력공사가 중소기업 지원 협력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공동개발 한 ‘이동식 청소점검차‘를 활용해 맨홀에 고여 있는, 먼지와 자동차 매연, 제설작업용 염화칼슘 등 오염물질이 한꺼번에 비에 씻겨 내려가 맨홀에 고여 있는 오염된 물을 흡입한 후 오수를 처리하고 정수할 수 있는 작업을 1대의 차량으로 일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 배전용 맨홀청소 점검차량

기존의 청소공법은 인력에 의존하고, 맨홀에 고인 오수를 정화 과정 없이 도로상에 배출해 물고기 떼죽음 등의 환경오염을 가중시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정수를 마친 물은 환경기준에 적합한 깨끗한 물로 배출돼 환경오염도 막고, 민원발생도 크게 줄일 수 있게 됐다. 이 공법은 전용 차량에 탑재된다. 23.5톤 규모의 맨홀 청소점검차는 크게 정화 장비, 슬러지 탱크(오수 저장 탱크), 세척수 탱크 등으로 나뉜다.

맨홀 청소작업은 도로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 팬스를 설치한다. 특히 야간에 진행되는 공사일수록 안전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사 차량 후미에는 관련 차량이 배차돼 LED 계기판으로 공사여부를 알리고 있다.

신축 공사가 한창인 서울시청 시계탑이 오후 9시 20분을 가리켰다. 실리기업 작업팀 2명의 관계자가 2개의 맨홀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가스 농도를 체크한다. 산소 농도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작업자의 질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산소농도가 18% 이하일 경우, 강제로 환기 후 작업이 진행된다. 그 다음은 호스를 맨홀에 넣어 오수를 슬러지 탱크로 흡입한다. 흡입된 오수는 1차 필터를 거쳐 슬러지 탱크로 흘러가고, 2차 필터와 3차 역세필터를 거쳐 정화탱크로 옮겨진다. 그리고 4차 섬유필터를 거쳐 배수되거나, 세척수 탱크로 옮겨져 고압세척기를 이용해 맨홀을 청소하는데 사용된다.

이날 현장에는 장경환 실리기업 이사가 나와 관련 작업을 총 지휘했다. 장 이사는 “무엇보다도 오수의 무단 방류에 따른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맨홀 청소점검차를 개발하게 됐다”며 “처리된 오수는 BOD가 2.85에 불과하는 등 총 5가지 항목 모두가 환경부가 고시한 방류수 기준을 넘어서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야간 10시경 시작된 작업은 다음날 오전 5시에서 6시경에 끝이 난다. 이날도 이곳 현장을 비롯해 모두 20여개소에 달하는 맨홀을 청소해야 한다. 작업조는 보통 8~9명이 한 팀으로 구성된다. 실리기업은 맨홀 청소는 물론, 맨홀에 설치된 케이블이 한전의 이력과 일치하는 지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장 이사는 “청소는 물론, 이상 유무를 꼼꼼히 조사하고, 열화 등 이상 징후가 있을 경우, 즉각 실시간으로 한전에 보고한 후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청소차에는 숨겨진 비밀병기가 있다. 고정식 카메라와 이동식 카메라 2대가 그것이다. 웹상으로 통해 실시간으로 고해상도의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이 장비를 통해 한전 등 공사 감독자가 현장에 직접 가지 않고 맨홀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 한붕전 사장

맨홀 청소 점검차 덕분에 기존 맨홀 당 40-60분 걸리던 청소와 점검 작업 시간이 20분 내외로 단축됐다. 오후 9시 20분 시작한 청소작업은 16분이 지난 9시 36분에 완료됐다. 이후 케이블 점검 작업이 진행됐고, 오후 9시 51분 청소와 점검을 위해 열렸던 맨홀 뚜껑이 닫혔다.

지난 2007년 1,350 개소에서 시범사용을 마친 이 장비는 곧바로 적용돼 약 4,000개소의 맨홀을 청소한 후 점검공사를 시공했다. 지난해에는 2만2,000개소를 점검한 바 있으며 올해는 약 20%증가한 2만 5,000여개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