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김창섭(金昌燮)교수는

저자는 1992년부터 현재까지 에너지 기술 개발과 녹색 성장을 위한 정부 기관 및 시민단체에서 주요 정책을 연구하고 전략을 수립해 왔다. 현재 경원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로 있으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국가주도분과 간사위원과 행정안전부 녹색성장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과 소비자 시민의 모임 등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실무와 자문을 맡고 있다.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에너지 및 전력 IT 사업에 관한 전략과 정책을 맡아 왔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 지속 가능 발전 세계정상회의(WSSD), 대통령 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에 실무위원으로 참여하였으며, 미국 전기위원회(EPRI) 포스닥을 거쳤다. 주요 논문으로, <전력선통신을 이용한 HSA사업의 경제적 타당성분석>, <시장전환을 통한 심야전력제도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심야전력제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정보통신 및 전력제품에 대한 소비자효율성 연구> 등이 있다.

빙하 지대가 호수로 변하고, 북극에 바닷길이 열리는 2030년! 21세기 대한민국의 비전은 무엇인가? 익숙하지만 황폐한 길로 갈 것인가, 낯설지만 푸른 길로 갈 것인가?

 김창섭 경원대 전기과 교수가 펴낸 ‘그린 패러다임’이라는 책장을 넘기면 이러한 물음의 답이 담겨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 시대 공동 화두인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그 심각성과 절실한 대응의 필요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 저자는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 성장” 전략이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으로 필요 불가결한가에 대해 대안적 검토를 시도하고, 그린 패러다임의 발상적 전환을 제안한다. 또한 그린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그린 패러다임의 적들에 대한)에 대해 구명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공동의 합의 즉 온실가스 국가 감축 목표를 우리 사회구성원이 모두 동참하는 최고의 국정 아젠다로 설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철학이자 방법론으로서의 그린 패러다임

현재와 근미래에서,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금융 위기도 실업 문제도 이념 문제도 아닌, 바로 에너지 위기와 기후변화이다. 에너지 최빈국이자 다소비 국가인 한국으로서는 에너지 문제가 국가 생존을 좌우할 만큼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가로막는 최대 위협 요소 또한 에너지 문제와 이로 인한 환경 문제이다. 작년부터 이명박 정부의 출범 이후 기틀을 잡았던 생존 전략, 즉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화두 또한 이러한 기조를 인식하고서 도출된 하나의 패러다임이다. 그렇지만 현재 학계와 정관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이 “저탄소 녹색 성장”에 대한 대안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1980년대부터 사회적 합의로 새로운 사회발전 패러다임이 되어왔던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 대신 현 정부에서 채택된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개념에는, 환경에 관심을 두면서도 환경을 성장을 위한 도구적 차원으로 인식한다는 데서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저자는 “저탄소 녹색 성장은 현 시대의 요청에 부합하는 가치 있는 전략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어렵지만 반드시 정면에서 돌파해야 하는 과제이지만, ‘어떻게’(방법론)가 아직 잘 보이질 않는다고 진단한다. 그 방법론을 함께 찾아내기 위한 출발점이, 바로 ‘그린 패러다임’이다. 즉, 철학이자 방법론, 그리고 솔루션이자 미완의 솔직한 고백으로서의 그린 패러다임의 현황과 전망을 밝혀보고자 하는 시도가 이 책에 담겨 있다.

그린 패러다임의 씨앗과 목표

행정안전부에서 녹색 성장 자문위원과 에너지시민연대에서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저자는, 한국형 성장 모델의 운명과 그린 패러다임의 목표를 제시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차원이 아니다. 어떤 시나리오에 대해 어떤 전망을 보일 것인가의 차원이 아니라, 근본적인 모델의 전환 즉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단적으로, 성장 패러다임에서 그린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다.

성장 모델의 운명을 말하는 지표로는 여러 보고서들이 이미 제출되어 있다. 기후변화에 다른 경제 손실이 매년 5~20%에 달할 것이라고 제시한 [스턴 보고서]나, 지구 온난화에 다른 기온 상승으로 전개될 인류 사회 위협의 전망을 제시한 [IPCC 4차 보고서]나, 인류의 미래 생존 가능성에 관한 최초의 연구인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가 그것이다. 그 후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은 1987년 세계환경개발위원회(WCED)가 발표한 브룬트란트 보고서(The Brundtland Report)의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 처음 제시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속 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지속 가능한 발전의 일반론적 원칙은 각 국가별 발전 방식에 따라 다소의 변화를 가지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서 주로 개발도상국이 참여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새로운 제안을 들 수 있다. 바로 녹색 성장(Green Growth)이다. 이는 2005년 서울에서 개최된 APEC 환경장관회의에서 채택되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가와 국민들에게는 경제, 환경, 사회라는 세 가지 축은 아직은 수용하기에 복잡하고 그들의 현실(저개발)에 부합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장과 환경이라는 두 축을 기준으로 그들의 성장을 환경 친화적인 방향으로 설정하는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일견 타당하다. 녹색 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 상호 배타적인가 혹은 보완적인 개념인가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대동소이한 표현의 차이로 인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각국의 발전 과정에서 경제, 환경 그리고 형평성의 문제에서 어느 조합이 강조되어야 하는가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녹색 성장이라는 용어의 의미는 점차 확대되어 현재는 지속 가능한 발전의 실천적 기능 혹은 대등한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우리 정부도 2008년 8월 광복절 기념식을 통하여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국가 발전 모델을 선포하기에 이른다. 이 역시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기본 원칙에 대한 우리 정부가 제시하는 새로운 변형 모델이라고 할 것이다. 정부가 내건 녹색 성장 정책이 타당한가의 여부는 전통적인 지속 가능 발전 이론과의 도식적인 정합성으로 결정될 사안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적인 여건에 맞는 집중이 이루어지고 있는가가 적정성 판단의 기준이어야 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이 최초 브룬트란트 보고서 내용 이상으로 확대되었듯이 개념은 확대되고 진화한다.

저자는 그린 패러다임, 즉 저탄소 녹색 성장의 목표를 제시한다.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녹색 기술, 그린 IT, 그린 에너지, LED, 스마트그리드 등 다수의 녹색 산업 육성 전략을 내놓은 바 있다. 그렇지만, 저자는 이것이 녹색 산업 진흥 프로그램의 묶음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즉 녹색 산업 육성은 그린 패러다임의 일부이지, 목표가 없는 정책은 공허하고 꿈마냥 달콤할 뿐이라고 말한다. 국가가 기업을 키워주겠다는 발상 역시 과거 패러다임의 유산일 것이다.

저자는, 개발독재 시대의 “수출 100억 불” 달성과 같이, 전 사회적으로 공동의 목표가 되어야 할 어젠다가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기 위하여 우리사회가 겪어야 하고 지불해야 하는 고통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성장 패러다임에서 만들어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이는 수많은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저자는 특히 이러한 고통과 갈등을 넘어 우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인정하는 공동의 목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제안하는 ‘공동의 목표’란, 저탄소 사회로 가기 위한 새로운 감축 시스템에 관한 사회적 합의이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경제사회 구조를 혁신하고, 기후변화 및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세계의 공동의 노력에 대한 보조를 맞추자면, 그러한 노력에 가장 근접한 지표상의 목표 지점이 바로 온실가스 국가 감축 목표인 것이다. 이것이 공동의 목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기후 대응의 노력은 사회적 합의가 용이하다는 점이며, 둘째 선제적이고 집중적인 투자만이 향후 발생할 거대 시장의 선봉에 설 수 있는 유리한 여건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 패러다임의 적들, 그리고 새로운 거버넌스

저자는 그린 패러다임으로 가기 위한 최우선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제시한다. 저효율 기기의 퇴출과 에너지 가격의 정상화, 유해보조금의 퇴출 그리고 에너지 산업의 체제 안정화 등이 그것이다. 이 과제들은 모두 갈등의 소지가 많고 정치적으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풀지않고 다른 녹색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진정성이 부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무엇보다도 스마트 얼리 무버(smart early mover)가 될 것을 제안한다.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필요불가결한 논리에 기반하여 설정된 목표라면, 오히려 선제적인 투자로 향후 전개될 거대한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 정부의 녹색성장위원회는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국가에너지위원회를 희생시키면 만들어진 조직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관리감독)를 해야 한다. 녹색 성장 전략은 시대적으로 타당하나, 계몽적 리더십만으로는 국민들이 이를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접근법에 모든 이해 당사자가 동의하여야만 가능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모든 소비자들과 납세자들은 비용을 지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