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가 23일까지 18일동안 치러진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가 6일 지식경제부를 시작으로 한전 등 전력산업계 주요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에 나섰다. 18대 들어 두 번째 맞는 국감인 만큼 내실있고 생산적인 감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정권교체와 맞물려 실정공방에 치우친 정치국감으로 흘러 부실 국감으로 기록된 지난해와는 다른 국감을 원한다. 국감 시기가 1028 재보선을 앞두고 열려 여야의 정쟁이 치열한 타 상임위와는 달리 지경위 국감은 다소 차분하게 진행되는 듯해 다행스럽다. 

전력산업계를 둘러싼 국정감사의 쟁점은 한전의 발전자회사 통폐합과 연료의 통합구매, 건설관리인력 통합, 한전에 부동산 개발권을 주는 한전법 개정 문제, 스마트그리드, 구역전기사업, 직접구매제도 허용, 전기요금 현실화와 원가연동제 등으로 모아진다. 원자력분야는 방폐장 안정성문제가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맥킨지 용역보고서 발표이후 촉발된 발전 자회사 재통합 논쟁은 국감의 핫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6일 지식경제부 국감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발전사 통합의 필요성을 들고 나와 재통합 공방에 불을 붙여 12일 한전 및 자회사 국감에서는 이에 대한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전과 발전사, 그리고 지경부의 입장과 시각이 달라 더욱 주목받는 의제다.

우리는 20일 남짓한 기간에 수많은 기관을 파헤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상임위별로 상시 국감체제를 갖출 것을 기회있을 때마다 주장해왔다. 이번 국감 역시 크고 작은 쟁점과 의혹들이 불거지겠지만 일과성에 그치는 구조적인 한계가 감사의 실효성을 가로막는 기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한전의 발전자회사 통폐합 문제만 하더라도 국감장에서는 핫이슈로 등장하겠지만 국감 이후 지루한 소모전 양상으로 흐르다 소멸될 공산이 커 보인다. 독점과 분할의 비효율이 함께 공존하는 ‘반쪽자리’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정확히 진단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설정하기에는 국감 기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학재 한나라당 의원이 주장한 것처럼 ‘공동연구단’이라도 만들어 방안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한때 상시 국감체제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대두됐지만 결과적으로 여야는 이를 외면했다. 국정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국정감사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의지보다 정국 ‘주도권 잡기’라는 ‘눈앞의 염불’ 공방에 더 관심이 쏠린 결과다. ‘정책 국감의 실종’과 ‘정쟁국감의 재현’이 되풀이되고 야당의 ‘흠집내기’와 여당의 ‘엄호 사격’이 예사로 연출되는 것도 이의 연장선상이다. 이런 시스템이 상존, 반복되는 한 치부와 예봉을 덮고 피하려는 피감기관의 안이함만 키울 뿐이다. 생산적인 국감, 내실있는 국감은 궁극적으로 국감에 대한 본질을 제대로 알고 구조적인 한계를 벗어나는 시스템 도입이 이뤄질 때 비로소 가능하다. 국감의 무용론의 대안인 상시 국감체제에 대한 재논의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