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약자의 보디존에 들어가면 거부반응 없고
  강자의 영역에선 불안해서 빨리 벗어나려고 한다”

◆ 거리와 심리의 관계
어느 기업의 임원은 부하 직원에게 명령을 내릴 때는 꼭 자신의 방으로 부른다. 임원의 방에서 나온 직원들은 하나같이 그 임원이 무섭다며 어떠한 명령을 내리더라도 거역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말을 한다.

어떤 사람은 보험설계사가 바짝 붙어서 보험가입을 권유하면 거부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상대방과의 거리와 영역을 지배하는 힘에 따른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승객이 몇 없는 버스를 탔을 때 사람들은 다른 사람 가까이 가서 앉기보다는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게 된다.

이러한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보하고 그 영역을 침범 받지 않기 위한 본능인 것이다.

동물의 세계에서만 영역 다툼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도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는 습성이 있다.

이러한 자신만의 영역을 보디 존(Body Zone)이라고 한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홀은 보디 존을 근접공간, 개인공간, 사회공간, 공공공간 등 4개로 분류했다.

근접공간(40~50cm)은 가족이나 연인, 친구 같은 경계심이 없는 아주 가까운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설정되는 공간이다.

개인공간(50~120cm) 안에서는 진지한 대화가 이루어지고 사회공간(2.7~3.6m)에서는 업무적인 일들이 강연이나 연설은 공공공간(3.6m 이상)에서 이루어진다.
그 사람과의 거리에 따라 친밀도나 권위가 구분되는 것이다.

◆ 때론 가까이, 때로는 멀리
보디 존은 사회적인 지위가 올라가거나 힘이 강해질수록 넓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상대와의 친밀도나 현재의 심리상태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든다는 것이다.
친한 사람과 만날 때는 보디 존이 줄어들고, 어려운 상대와 있는 자리라면 늘어나게 된다. 같은 상대라도 대화의 성질에 따라 거리가 달라지기도 한다.

Yes라는 대답을 듣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No라는 대답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거리를 벌려야 한다. 이러한 것을 감안하면 상대가 어디까지 접근하는가만 보고도 그와의 관계나 만남의 분위기를 읽을 수가 있게 된다.

적당하게 상대방의 보디 존을 침범함으로 자신의 위치나 친밀도를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의 보디 존으로 상대방을 불러들임으로써 나의 위치와 힘을 과시할 수도 있다.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50%를 먹고 들어간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자신의 영역에서 명령이나 부탁을 할 때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을 줄 수 있고 그 효과가 더 크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보다 약자의 보디 존에서는 거부반응이 없는 반면 자신보다 강한사람의 보디 존에 들어가면 불안해하며 빨리 벗어나고 싶어 한다.

부하 직원에게 명령을 내릴 때는 나의 보디 존으로 불러들여 명령을 내리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도 그러한 심리적 압박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뭔가를 부탁하려 할 때는 요령껏 상대방의 보디 존을 좁혀야 한다.
가까이 파고들거나 다가오게 해 얼굴을 바짝 들이대고 설득하면 거절하기가 힘든 게 사람의 심리이다.

상대방과의 보디 존을 좁히는 것이 힘들지만 일단 좁히게 되면 성공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