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로 최종 확정된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 부지 전경.

내년 7월까지 임시사옥 마련 등 주요현안 최종 확정
노조…'동의할 수 없는 계획…백지화 하라' 강력반발

본사이전 부지의 위치를 두고 3년 가까이 갈등을 빚어온 한수원 본사이전 문제가 지난달 31일 경주시와 한수원 간의 최종 합의가 이뤄짐에 따라 일단락 됐다. 경주시는 경주시대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입장이고, 한수원은 한수원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한 협상결과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듯하다.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고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이번 선택이 경주시와 한수원 모두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질문은 당분간 진행형으로 남아있을 듯하다.

경주시와 한수원은 지난달 31일 경주시청에서 ‘한수원 본사이전 관계기관 대표자’ 기자회견을 개최해 본사이전 부지 등 한수원 본사이전과 관련한 주요 현안사항들에 대한 최종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수성 경주시 국회의원, 백상승 경주시장, 김종신 한수원 사장, 최병준 경주시의회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 시장은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는 2006년 12월 29일 양북면 장항리로 결정됐지만 2008년 18대 총선 시에 일부 후보자의 시내권 이전 공약으로 시민들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되어 왔고 정치적으로 이슈화됐다”며 “더 이상 논란이 계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므로 이제는 한수원 본사 시내권 이전 문제에 대한 모든 논쟁을 종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 발표문에 따르면, 우선 한수원 본사이전과 관련 논란과 갈등의 핵심이었던 이전부지는 당초 예정지였던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로 최종 확정됐다. 한수원 본사 위치의 시내권 이전은 감포, 양북, 양남 3개 읍면지역 주민의 동의가 전제돼야 하는데 결국 전체적인 주민 동의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 경주시의 설명이다.

백 시장은 “2009년 5월부터 국회의원, 경주시장, 경주시의회의장, 한수원 사장 등 관계기관 대표자들의 협의로 인센티브 안을 마련해 정 의원이 감포, 양북, 양남지역 주민들을 수차례 방문해 숙식을 하면서 한수원 본사 시내권 이전에 상응하는 대응방안을 제시하고 협의해 왔지만 지금까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초 이전 결정지인 장항리 부지에 한수원 본사 사옥 건립을 최대한 조기 착공해 완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각종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본사이전 부지와 함께 쟁점사항이었던 한수원 본사의 임시이전 문제는 경주시의 요구대로 법정시한인 내년 7월까지 임시이전 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내년 7월까지 법인 주소를 경주시로 이전등기 완료하고, 도심권에 임시사옥을 마련해 100여명의 본사인원을 본사이전 준비요원으로 근무토록 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한수원은 임시이전과 관련해 업무 효율성과 연계성 등을 이유로 장항리 본사사옥 완공 시 일괄적으로 이전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법정시한 준수와 한수원의 이전 의지를 경주시민들에게 보여줄 것을 요구하는 경주시의 주장에 따라 임시이전이 결정됐다. 또 당초 경주시는 훨씬 많은 임시이전 인원을 요구했지만 협의 과정에서 최종 100여명으로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한수원은 임시사옥으로 구 경주여중 리모델링 방안, 일반 사무실 임대, 동국대가 제공키로 한 부지에 신축하는 방안 등을 두고 검토과정을 거쳐 9월 중 최종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동국대 부지에 신축하는 경우 장항리 사옥이 완공될 때까지 사용하다 이후에는 동국대에 기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한수원 직원사택은 본사부지 선정 당시 발표한 대로 시내권에 아파트형으로 건립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필요에 따라 주거유형, 규모, 장소 등은 별도 협의해 추진키로 했으며, 한수원 자립형사립고는 기숙형으로 건립하되 인허가 기관인 도 교육청, 지역 교육계 등 관련기관과 협의해 직원사택 건립시기와 연계해 시내권에 건립키로 했다.

컨벤션센터 및 다목적시설은 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에 따라 규모를 정하고 보문단지 내에 2011년 착공해 2014년 준공할 계획이며, 원자력복합타운은 시내권에 조성키로 했다. 백 시장은 “복합타운 내에는 원자력 관련시설 및 협력기업 등이 입주토록 상호협력하며 한수원 본사이전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주시는 이와 함께 감포, 양북, 양남지역 발전방안도 확정, 발표했다. 우선 감포지역에는 감포 관광단지와 감포항 종합개발과 연계한 마리나 시설, 크루즈항 등 해양복합 관광단지를 조성하고, 거마장을 해양관광자원으로 개발키로 했다.

양북지역에는 600,000㎡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를 민자 유치를 통해 조성하고, 에너지박물관과 문무대항 청소년 호국수련관도 건립키로 했다. 양남지역에는 상계·신서리 일원에 1,779,000㎡ 규모의 일반산업단지를 민자로 조성, 방폐장 및 원자력 관련 기업을 유치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과 관련 한수원 노조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해 ‘한수원 본사이전 관계기관 대표자 기자회견’ 내용을 한 치도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본사이전 추진의 백지화를 주장했다.

노조는 한수원 직원 및 경주시민의 동의 속에 원만한 본사이전을 추진함으로써 경주시와 한수원의 동반 성장을 강력히 희망해왔지만 그 누구도 동의할 수 없는 본사이전 계획이 전격 발표됐음을 지적하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는 “한수원과 경주시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2006년에 결정된 양북면 장항리를 한수원 본사부지로 재선정한 것은 경주의 발전을 도외시한 정치적 흥정으로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며 “본사이전부지 재선정으로 경주와 한수원은 새로운 도약을 창출하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동경주와 서경주 분열, 한수원과 경주시의 불협화음을 초래하게 될 것이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혁신도시에 준하는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해야할 경주시가 생활편의시설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방폐장특별법을 이유로 한수원 직원 100명을 강제 임시이전 하라고 요구한 것은 정치적 생명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으로 강력한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노조는 “당사자의 동의 없는 한수원 직원사택, 자립형 학교 건립 등은 경주시, 경주시의회, 한수원 회사, 지역구 의원의 희망사항에 불과하며 한수원 직원들의 자발적 동의를 결코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본사부지의 도심권 이전, 강제임시이전 철회, 한수원 타운 건립철회 등을 강력히 요구하면서 향후 중앙쟁의대책위를 중심으로 투쟁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강력히 투쟁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