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우선적으로 연구해야 할 거대과학으로 우주개발, 지구관측, 인간유전체 기능분석, 핵융합, 입자가속기 등 5개 분야를 우선 연구분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거대과학이란 막대한 자본과 인력 및 거대한 연구시설물을 필요로 하는 기초과학분야를 의미한다”며 “거대과학은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들이 명확한 목표를 갖고 협력하여 연구할 수 있도록 대규모 인력과 자본을 집중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기초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거대과학의 성과는 기존 기술의 한계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거대 신산업 탄생의 출발점이 된다”며 “이러한 실용적 목적 외에도 거대과학에 대한 투자는 국가위상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며 선정이유를 밝혔다.

연구소는 그러면서 “거대과학은 자원의 대규모 투입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국, EU 등 선진국에 비하여 경제규모가 작은 한국의 입장에서 모든 분야에 투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내 과학계의 여론을 수렴해 투자대비 효과가 높은 분야, 국가안보·공익의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분야 등을 우선 연구분야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의 상황을 고려할 때 우주개발, 지구관측, 인간유전체 기능분석, 핵융합, 입자가속기의 5개 분야를 우선 연구분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연구소는 거대과학의 지속적 추진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초과학 분야의 획기적 강화와 국제사회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거대과학에 대한 일정 수준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우리의 R&D 예산이 10조원을 초과(2008년)했으나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는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연구소에 따르면 정부 R&D 투자 중 기초과학 분야의 비중이 우리가 29% 수준인 반면, 미국과 영국은 각각 45.9%와 42.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국가의 경제적 위상이 격상됨에 따라 한국도 인류사회의 궁극적인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의 투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그러면서 국민적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전략에 따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연구소는 “거대과학은 초기의 실패 가능성이 높고 투자 대비 결과물 산출기간이 길기 때문에 단기 성과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이나 일본 등도 초기 우주개발에 많은 실패를 경험했고 ‘하이리스크’ 분야인 거대과학은 진행과정에서 약간의 시행착오나 실패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국민적 이해도’ 향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개발과정에서 생긴 결과물이나 파급 기술이 실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되고 국가위상을 높일 수 있음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5대 거대과학의 하나인 ‘핵융합’의 주요내용을 발췌, 정리한 내용이다.

■핵융합(Nuclear Fusion)

핵융합은?=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대책이다. 핵융합은 자원고갈 및 환경오염의 우려가 매우 낮은 미래의 에너지원이다.

중수소(D)와 삼중수소(T)가 반응해 헬륨(He) 원자핵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하며 태양에서 생성되는 에너지가 바로 핵융합에서 나오기 때문에 핵융합발전 프로젝트를 일명 ‘인공 태양’ 프로젝트라고도 한다.

중수소 1,000톤을 핵융합시키면 전 세계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데, 바닷물에는 약 10조톤의 중수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무한한 에너지원이다. 중수소는 바닷물을 전기분해 해 생성 가능하고, 삼중수소는 역시 풍부한 자원인 리튬에 고에너지 중성자를 반응시켜 만들 수 있다.
현재 상용화된 원자력(핵분열) 발전과 달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으므로 환경오염의 위험도 비교적 낮은 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은?=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미래 에너지원 관련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핵융합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는 핵융합을 향후 20년간 과학기술분야 투자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하고, 연간 3억 달러 수준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다. 유럽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의 조율하에 7차 프로그램(2007∼2011년) 기간 중 투입예산을 전기 대비 3배 수준인 19.5억 유로로 증액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세계 최초로 초전도자석을 사용한 KSTAR 실험로개발에 성공했으며 핵융합 기술을 전략적으로 육성 중에 있다. 지난해에는 ‘핵융합에너지 개발진흥법’이 통과됐, 7개국 공동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사업비의 9.09%(8,800억원)을 분담하고 있다.

미래형 발전소 원천기술과 극한기술 획득

핵융합 연구는 미래 에너지원의 핵심기술 취득이라는 측면에서 장기적인 파급력이 막대하다. 핵융합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상용화 시점(2050∼2080년경)이 늦어 다른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장기적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 ITER 사업이 2018년 실험로가동을 목표로 발족됐으며, 상용화는 2∼3회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더 시행된 후에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상용화되면 사실상 자원고갈 우려가 없고 지구 온난화 등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솔루션으로 막대한 잠재적 경제성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연간 에너지수입액 1,415억달러(2008년 기준)의 일부만 대체할 수 있어도 그 효과는 막대하다.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예상 시점에서는 전기자동차 보급 확대 등으로 청정 전기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예정이다.

핵융합 반응은 초고온·초고압의 극한조건에서 일어나므로 이를 안전하게 제어하는 관련기술의 발전도 기대하게 한다.

충분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려면 대략 섭씨 1억도 이상 수준의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초고온에서 원자들은 원자핵과 전자가 해리된 ‘플라즈마(plasma)’ 상태로 존재하며, 이를 전자기장으로 가두어 장시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도록 유지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수억도의 초고온 플라즈마는 일반적인 용기에 가두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강력한 전자기장으로 차폐하는 장치(Tokamak)가 필요하다. 현재 기술로는 수분 정도 플라즈마를 가두는 수준이나,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십 시간 이상 가둘 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초전도 기술, 초진공 및 초고온 플라즈마 제어기술 등의 극한기술이 총동원되므로 기초 기술역량 강화와 신응용분야 개척 효과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