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편함 감수하며 지키는 예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소식이 있던 날 TV 뉴스를 보는데 빈소에서 사진촬영을 하는 기자의 모습이 잠깐 비췄다. 어느 언론사 기자인지는 모르지만 피서지에서나 입을 법한 알록달록한 옷차림이 당시의 분위기와는 전혀 맞지 않았다. 필자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으나 고인과 그 가족들에게 대단한 결례가 아닐 수 없다.

물론 그 기자로서는 윗사람의 지시를 받고 급히 오는 바람에 옷을 갖춰 입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옷차림은 때와 장소에 맞게 갖춰 입는 것이 예의이다.

며칠 전 태풍 모라꼿의 영향으로 비가 쏟아진 다음날 어느 행사장에서 모 장관을 본 적이 있다. 아침부터 하늘에는 구름한 점 없었고, 이른 아침부터 무더위가 기승을 보리기 시작했다. 행사장에 일찍 도착하여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가 아닌 야외의 땡볕 아래서 정장차림으로 장관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초대된 사람들은 뜨거운 햇볕과 싸워야 했다. 다들 내색은 안 했지만 참으로 힘든 ‘고행’이었을 것이다.

시간에 맞게 도착한 장관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뜨거운 지열과 강렬한 햇볕 사이에서 ‘악전고투’를 했을 것이다. 그런 악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옷을 벗어젖히는 사람은 없었다. 행사를 마칠 즈음 가까이서 장관의 외이셔츠를 보니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사람의 격을 높이는 데는 역시 인내가 요구되었다.

■ 말하기 어려운 상대방의 땀 냄새

여름철의 무더위는 여러 가지로 불편함을 준다. 우선 누구를 만날 때의 옷차림이 그렇고, 편안한 차림으로 쉬고 있을 때 누군가 방문이라도 하면 벗어던진 옷을 하나라도 더 걸친다는 것도 불편하다. 여름에는 아무도 안 만나고, 설령 만나더라도 훌러덩 벗고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옷차림은 그 사람의 품격을 말한다. 또한 내가 상대방을 어느 정도 예우하는가를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편하게, 실용적으로 입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지만 수영장이나 목욕탕이 아닌 비즈니스 장소에서 만날 때는 격에 맞게 갖춰 입는 것이 매너이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더위나 불편함을 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운 여름철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또 있다. 바로 땀 냄새이다. 특히 밀폐된 공간이나 가까이 앉아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 상대방으로부터 풍겨오는 땀 냄새는 여간 곤욕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민망해 할까봐 내색을 할 수도 없다.

사람에 따라 땀 냄새의 정도에 차이는 있으나 자기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기란 쉽지 않다. 어떤 사람은 “나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몰라서 하는 얘기다.

사무실이나 가방에 갈아입을 옷과 양말을 준비해 놓았다가 누군가를 만나기 전에 갈아입는다면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주는 실례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다. 어차피 여름이니까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너와 에티켓은 인내와 준비라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상대방을 위해 배려하는 것이다. 그게 사람의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