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공사협회와 전기공업협동조합이 때 아닌 선거전에 돌입했다. 전기공사협회는 오는 21일 서울 63시티에서 총회를 열어 회장을 새로 뽑는다. 전기조합은 12일 이사회를 갖고 다음달 23일에 총회를 개최키로 의결하고 선거절차에 들어갔다. 전기공사협회는 최길순 후보(기호 1번)와 채규암 후보(기호2번)가 대결하는 양자구도로 선거가 치러지고 전기조합 선거판도는 5~6명이 후보자로 나서는 다자간 경쟁구도의 모양새다. 이번 선거는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전임 단체장을 뽑는 보궐선거라는 점이 이채다. 전기공사협회의 경우 협회장이 수뢰 혐의로 실형을 언도받아 사퇴했고 전기조합 이사장은 부도를 맞아 직을 내놓았다. 양 협단체가 약속한 듯 거의 동시에 불미스런 일로 수장이 자리를 비운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전기 협단체를 대표하는 양 단체가 어느 때보다 격랑의 파고가 높은 항해 중에 방향타 역할을 하는 선장을 잃고 다시 선거 판을 벌려 선장을 새로 뽑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 인물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커다란 과제를 던져주는 대목이다. 더욱이 경제 위기의 한파로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전기공사업계와 전기공업계의 사장들 입장에서 보면 한 낮 땡볕의 후덥지근함 만큼이나 짜증나는 일이다. 단체장의 몸가짐과 행동이 잘못될 경우 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간단하지 않다는 걸 잘 보여주는 방증이다. 이번 선거전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은 이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마음을 다잡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특히 땅에 떨어진 협단체의 명예를 끌어올리고 업계의 미래를 책임질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되돌아 볼 것을 주문한다. 유권자도 후보들의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잘 가려 뽑아 ‘사고 협단체’로 추락하지 않는 ‘좋은 선택’이 요구된다. 업계의 손으로 뽑은 선출직 협단체장이 법의 심판대에 오르는 광경은 더 이상 벌어져서는 안된다. 

한때 두 기관은 전임자의 임기 공백을 메우는 ‘징검다리’ 수장을 뽑는 만큼 단일 후보를 추대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경선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한다. 업계의 중지를 모아 단일 후보를 회장이나 이사장으로 추대하는 것이 위기 국면을 맞은 현재의 상황에서는 바람직해 보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업계 발전의 동기의 순수성으로 수장이 되려는 후보자들을 막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한편으로는 10%가량의 회원사가 협단체를 좌지우지하는 ‘10% 법칙’이 적용되는 현 구도 하에서 ‘10%’가 내세우는 단일 후보가 진정 업계 전체를 대표하느냐하는 것도 의문이다. 여하튼 이미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에서 단일화를 이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고 소모적인 측면이 강하다. 출마한 후보끼리 대타협을 한다면 몰라도 단일화만을 금과옥조로 부각시키는 건 무리수가 따른다. 깨끗하고 공정한 게임의 룰 안에서 현재의 위기국면을 뛰어넘을 해법을 제시하고 그만한 능력을 갖춘 후보를 유권자가 선택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여겨진다. 

정치적인 역학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이익집단의 수장을 뽑는 선거전이라 이들 기관들의 선거전 양상은 매우 치열한 것으로 이름나 있다. 때로 선거 운동과 투표 과정에서 금품과 자리 거래가 오가거나 부정 투표의 시비가 끊이지 않아 선거 후에도 후유증을 톡톡히 치르곤 했다. 상대방의 약점을 폭로하는 네거티브 과열 양상이 벌어져 당선자와 낙선자 양 진영이 갈등과 반목을 연출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전은 갈등과 분열을 연출하지 않는 양상을 띨 것으로 기대 해본다. 엄혹한 현재의 업계 경영 환경이나 구태에 진절머리를 내는 회원사들의 분위기로 볼 때 이같은 전망은 한층 기대치를 높이게 한다. 결국, 협단체의 실추된 위상과 이미지를 일으켜 세우는 것은 이들 업계가 상생과 화합의 선거를 통해 희망의 길을 트는 그들의 대표를 선출하고 업계 발전에 모두가 함께 동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