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수 전력연구원 수화력발전연구소장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연구개발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회사의 생존 여부가 사실은 연구개발에 좌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객과 시장중심으로 연구를 추구하고, 역동적인 연구개발 프로세스를 구축해 연구를 수행한다.

그리고 자율과 창의성을 갖춘 연구조직과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서, 고객이 원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연구가 성공적으로 수행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고 연구를 할지라도 연구가 삐꺼덕 되고 잘 수행이 안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냐하면 연구는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에 있어서의 보다 근원적인 경쟁력의 원천은 아주 미묘한 사람의 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암묵적 지식과 통찰력이 발휘되어야 진정한 연구 성과가 나오는 것인데 그 무형 자산의 발휘 여부는 바로 연구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똑똑한 전문가들을 섬기는 리더십, 퍼스널 리더십=리더십은 일반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한다. 특히 연구원들은 리더십에 대해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맡은 기술의 고수가 되면 좋은 관리자가 당연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상사들이 하던 대로 하고, 자기 성격에 맞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연구 조직 내에서 많은 불협화음이 생긴다. 연구원들은 자기가 맡은 연구만 열심히 하면 다른 사람이야 어떻게 하든, 전체 조직이 어떻게 나가든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연구 조직에서의 리더십이 더 어렵다. 팀원들은 모두 다 똑똑하다. 다들 내노라하는 박사들이고 전문가들이다. 누가 자기의 전문성에 상처를 입히면 참아내지 못한다. 다른 사람이 참견하면 노골적으로 싫어한다. 그러나 이제는 혼자서 개발하는 기술은 없고 팀원들이 힘을 합해야 하고 여러 팀들이 역할을 분담해야 융합기술이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 가장 효과가 높은 리더십이 섬김의 리더십이라고 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심으로 보여준 섬김의 리더십은 지적 능력이 높은 전문가 집단에서 특별히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조직의 시스템 속에서 발휘하는 공적인 리더십에 반해 ‘퍼스널 리더십’은 자기성찰을 통해 개인 차원에서 다방면에 걸쳐 발휘되는 리더십을 말한다.

퍼스널 리더십은 조직 구성원들에게 꿈과 비전의 수립, 가치관의 정립, 효과적인 목표관리를 통해 조직 활성화를 위한 계기를 만든다. 개인의 꿈과 조직의 비전이 상호보완 작용을 함으로써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기술적 능력, 경영 능력, 관계 능력=연구리더의 기본적인 3가지 능력으로 기술적, 경영적, 관계적 능력이 필요하다고 ‘R&D 관리’라는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기술적 능력은 연구와 관련된 전문지식, 정보, 경험과 성과를 말하는 것이며, 경영능력은 연구의 목표설정과 조직은 물론 자원을 관리하는 능력을 말하고, 관계 능력은 타 부문과의 갈등해결, 의사소통, 신뢰 구축 등의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LG경제연구원의 ‘살아있는 R&D 리더십을 확보하자’라는 보고서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리더십의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 리더십의 핵심요소를 네 가지로 보았다. 첫 번째로는 먼저 보고 먼저 생각하는 능력, 둘째는 과감한 결단과 지속적인 실행능력, 셋째는 사람을 키우는 능력, 네 번째는 탁월한 성품이라고 했다. 성공적인 연구개발을 이끄는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네 가지 역량인 것이다. 특별히 탁월한 성품을 강조한 것은 퍼스널 리더십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을 이끌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리더십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고 실천하는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

리더들이 먼저 변해야 한다=연구의 리더들은 전략기획가, 동기 부여자, 기술 전문가, 기술정보통, 열성적 추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는 만능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데 만만한 일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기존에 생각하는 방식과 관행에 따라 안이하게 연구하거나 과거의 성공한 프로젝트만 가지고 안주하면서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면 본인의 조직은 물론이고 전체 조직에 아주 큰 치명상을 입히게 된다.

연구 리더들이 먼저 변하고 있다. 2008년 상반기에는 출연연구기관의 리더들과 함께 ‘최고 연구 리더십’의 8주 과정을 마쳤다. 특별히 공적 리더십이 아닌 ‘퍼스널 리더십’에 대해 공부하고 실천하며 토론할 수 있었던 것은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통해 출연연구소의 기관장들이 더 열심히 숙제하고 준비하고 토론을 리드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 이제 리더들이 솔선수범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