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000만원을 막지 못해서가 아니다. 금융권의 지속적인 상환요구를 당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명분야의 무리한 투자가 화근이었다.”

“혹자는 잔여임기(2011년 3월) 1년 8개월을 다 채우라고 했지만 그만큼 뻔뻔한 사람이 못된다. 기자재 대금 6억7,000만원이 마음에 걸린다.”

원일식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5일, 기자와 만나 자신이 운영해 온 “(주)원플러스가 10일, 부도처리 된 것이 사실”이라며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원 이사장은 “혹자는 잔여임기를 다 채워야 한다고도 말했지만“회사가 부도난 상황에서 이사장직을 계속해 수행한다는 게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물러나기로 결심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합운영에 대해 “내가 이렇게 됐다고 조합마저 위태롭게 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10월 2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보궐선거를 통해 이사장을 선출할 경우 지장이 없도록 지금 물러나는 것이 조합을 위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해 전기조합 집행부가 사실상 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음을 에둘러 표했다.

구체적인 사의 시기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다.

그는 “22일(수요일)에 조합으로 출근해 정식으로 뜻을 밝히고 사표를 낼 것”이며 “전기조합 정상화를 위해 이사회를 소집해 임시총회를 확정하는 등의 일정에 대해서도 준비를 잘하라고 이미 집행부에 주문했다”고 말했다.

이사장직 사의 시기를 서둘러 결정한 배경에는 전무이사 대행체제가 아니라 보궐선거를 치러야 할 경우를 염두해 둔 것으로 10월 2일부터 시작되는 추석연휴 전에 임시총회를 열어야 성원 미달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다.

전기조합 정관에 따르면 조합 이사장이 사퇴할 경우, 2개월 안에 차기 이사장을 선출토록 하고 있다.

보궐선거가 치러질 가능성과 관련해 “양규현 전 이사장 때와 내가 그랬듯이 반목이 거듭되는 선거는 없어져야 한다”며 “벌써부터 보궐선거를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누구인지, 몇이나 되는 지 지금은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말하는 등 과열된 선거로 조합이 사분오열되는 것을 우려했다.

회사 부도와 관련해 “금융권으로부터 돌아온 어음1억5,000만원보다 기자재 대금 6억 7,000만원 등 지속적인 상환요구를 당해낼 방법이 없어 부도가 났다”며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게 기자재 대금”이라고 말했다.

원 이사장은 “조명분야에 손을 댄 것이 화근이었다”며 “사업초기에 조명분야로 진출할 때 많은 돈을 무리하게 빌어다가 투자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공인으로서 그 누구도 탓하고 싶지 않다. 직원들도 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며 “모두가 내 판단에 따른 결과인 만큼 원망하고픈 마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연거푸 “판단을 잘못했다”는 말과 함께 “이사장직과 기업 CEO로서의 역할, 두 가지를 다 잘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며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인터뷰 말미에 “(조합원들에게)그저 심려 끼쳐 드려 죄송할 뿐이다”며 “전기업계에 많은 보답을 하려고 했지만 그러질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직 사퇴 후 계획에 대해 “아직 그 어떤 것도 없다”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