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그리드 선진국, 미국은 왜 여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스마트 그리드에 주목하는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무엇보다도 현재 미국의 전력망 노후화로 송배전 설비에 대한 기본적인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미국의 에너지부(DOE) 자료를 인용, 지난 1975년 이후 미국은 송전망에 대한 투자는 연간 1억1,700만 달러씩 감소해 왔고, 이미 25년도 더 된 송전선, 변압기가 약 70%에 이르고 있으며 전력망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차단기 중 60% 이상이 30년 넘게 사용됐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미국의 노화된 전력망은 송배전 과정의 전력 손실과 전력 품질 저하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송배전 손실률은 6.6%로 한국(4.0%)이나 일본(5.0%)에 비해 높다. 지난 200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송배전 손실률 1%에 해당하는 발전원가가 2,000억 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손실이다.

미국의 낙후된 전력망도 문제다. 이 때문에 전력품질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전력품질 저하는 서버, 컴퓨터, 의료기기 등 디지털 기기의 경우, 1/60초라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전압이 허용 범위를 벗어나더라도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 북미전력안정위원회(NERC)에 따르면 전력 품질 저하로 인한 미국의 경제의 손실규모는 연간 1,5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며 연구원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력망에 대한 투자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 미국이 스마트 그리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소비 최적화를 통한 투자비용의 절감때문이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스마트 그리드는 효율적인 전력 소비를 통해 발전 및 송배전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신재생에너지의 사용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원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의 확대도 스마트 그리드의 도입을 앞당기는 요소라며 오바마 정부는 온실가스 저감, 에너지 안보 확립,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신재생 에너지를 강력하게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번 경기부양안에도 풍력, 태양광 부문의 세액 공제 및 보조금이 상당부분 포함되어 있다며 각 주정부에서도 일정 비율 이상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를 도입하고 있는데, RPS제도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2015년 이후에는 전기 공급의 상당 부분을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런 이유로 미국 정부는 스마트 그리드 도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특히 2003년 1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피해를 낸 대규모 정전사태를 겪은 이래, 국가적 차원에서 차세대 전력망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계속해왔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 그리드 역시 전력중앙연구소(EPRI)의 인텔리그리드, Modern GridInitiative, GridWise 등 10여 개가 넘는 기관에서 전력 시스템의 지능화 및 선진화에 대해 꾸준히 연구한 결과물이라며 이미 2007년 부시정부에서 발표한 에너지 안보법에도 스마트 그리드 지원 법안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게다가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스마트 그리드와 관련된 재정지원, 외국 자본 및 기술 유치, 표준안 마련, 정보 보안 등 다각도의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