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창립 4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발전산업노동조합, 가스공사노동조합, 한국수력원자력노동조합 및 환경운동연합, 청년환경센터,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이 함께 하고 있는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2005년 6월 창립 이후 4주년을 맞이했다.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는 창립 4주년을 맞이해 토론회를 갖고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과 녹색성장 정책 등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노동과 환경운동이 결합해 에너지 문제를 고민하고 올바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대표 이호동)가 창립 4주년을 맞아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전력 및 가스산업구조개편의 쟁점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정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번 토론회는 주제발표와 토론으로 진행됐다. 주제발표에서는 ▲전력·가스 선진화 정책의

▲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창립 4주년 기념식 및 토론회가 지난달 2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참석해 창립 4주년 축하 인사를 하고 있다.

쟁점과 문제점(안현호 대구대 교수) ▲전력·가스 관련 법안 개악의 방향과 대응과제(김인재 인하대 교수) ▲녹색성장 정책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에너지전환 과제(전주대 임성진 교수) 등 3편의 발표가 이뤄졌다. 또 주제발표 후 가진 토론에서는 주제발표자를 포함해 박노균 발전노조 위원장(전력산업 선진화정책의 쟁점과 문제점), 황재도 공공노조가스공사 지부장(도시가스사업법 입법예고에 대한 의견), 이헌석 청년환경센터 대표(에너지 공기업과 환경문제, 그리고 에너지 전환의 과제) 등이 참석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공유했다.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홍의덕 민주노동당 의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이 참석해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창립 4주년을 축하하고, 에너지 분야의 노동과 환경문제를 아우르는 대안조직으로 자리매김해 줄 것을 당부했다.

■ 전력산업구조개편 재검토 주장…성장에 주안점 둔 녹색성장 정책 비판이날 토론회는 전력사업구조개편을 주장하고 추진했던 정부나 학계 등의 관계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관계로 전력산업구조개편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검토를 주장하는 의견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안현호 대구대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력산업구조개편에 있어 발전분할과 전력시장(도매) 개방에 따른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안 교수는 우선 “발전분할의 효율성에 대한 기존의 연구는 단순한 재무분석에 머무르고 있거나 발전분할과 무관한 비용을 포함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며 “비용측면의 효율성 분석에 의하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연료구매의 실패로 인한 효율성의 저하로 설비운영의 효율성이 저하되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또 “구조개편 이후 발전사(발전 6사+민자발전사)의 영업이익률은 송전, 배전을 담당하는 한전의 영업이익률보다 훨씬 상회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도매전력시장을 운영하면서 기저와 첨두부하로 구분해 에너지가격(가변원료가격)을 BLMP와 SMP의 양 체제로 가격을 통제했다고 하지만 용량입찰로 인해 과거 표준적인 투보율과 괴리되는 수익구조가 발생한 것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한전과 발전회사, 민자발전사(K-Power) 간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한전은 2001년 9.9%에서 매년 하락해 2008년에는 -11.8%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발전사 역시 2001년 19.1%였던 영업이익률이 2008년에는 2.3%로 떨어졌다. 반면 민자발전사는 첫해인 2006년 39.8%에서 2008년에는 51.3%로 급상승했다. 

안 교수는 “도매시장 개방으로 인해 SMP가 판매단가보다 올라가는 상황이 발행해 한전의 적자가 심해지자 발전원별 한계가격 보정계수를 도입했다”며 이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안 교수는 전통적 방식은 투보율을 보전하는 수준에서 각 발전소(연료별)마다 다른 도매구매가격이 확정되지만 전력시장 방식은 한계발전기의 한계가격이 전체 도매가격을 결정해 기저발전기의 막대한 이익을 발생시킨다며 현재의 전력시장은 다양한 수정에도 불구하고 전력시장이 가진 일물일가 가격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김인재 인하대 교수는 전력산업구조개편, 민영화 또는 선진화 관련 입법 내용을 분석,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응과제를 제시했다.

김 교수는 발표에서 “국가는 국민에너지기본권 보장 등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에너지정책을 수립·시행해야 하고, 이러한 에너지정책은 시장경쟁이 아닌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의 공익활동 참여를 통한 조정과 합의로 추진되어야 한다”며 “또한 국가는 사회적 합의정신에 기초한 에너지정책의 민주적 실현체제를 확립하고 에너지공기업의 공공성 확대를 위한 시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한 전력산업구조개편 계획은 전력산업의 특수성과 한국 전력산업의 존재조건 및 환경을 충분히 고려치 않고 졸속으로 추진돼 당초의 목적이 달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구조개편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또 ‘전력산업구조개편 촉진법’의 폐지를 주장했다. 그는 “전력산업구조개편 촉진법이 실효되거나 폐지된다고 해서 전략산업구조개편을 더 이상 추진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법의 폐지나 실효는 상법상의 절차 등을 간소화함으로써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촉진하려는 정부의 정책의지를 중단시키는 효과가 있고, 상징적으로 정부정책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는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아울러 전기사업의 강제적 분리의 원상회복, 강제적 전략시장 및 계통운영 재검토를 통한 지속가능한 전력수급 시스템 확립, 전력시장 규제·감독 기구(전기위원회)의 재검토를 주장했다.

그는 “한전 분할을 통해 전력산업의 경쟁체제 확립을 목적으로 하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중단하기 위해서 먼저 전기사업법 제7조가 개정(원상회복)되어야 한다”며 “하나의 전기사업자가 2종류 이상의 전기사업을 허가받을 수 없도록 하는 전기사업법상의 규정이 삭제되어야 이미 분할된 발전회사가 다시 통합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발전분할만 이뤄지고 배전분할이 중단된 현재의 시점에서 전력거래소에 의한 전력시장은 정상적인 시장이라 보기 어렵고, 전력산업에 시장개념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전력거래소 또한 불필요한 조직이라 할 수 있다”며 “전력거래소의 업무 중 송배전망 접속 및 운영과 급전지시 등 계통운영의 책임을 종전과 같이 한전에 맡기돼 그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장치(예로 계통운영평가위원회)를 두는 것을 생각할 수 있고, 이런 방향으로 전기사업법의 관련 규정이 개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전기위원회가 전력산업정책에 관해 가지는 중요한 권한에 비해 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며 “전기위원회는 폐지하고 그 기능을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소관업무로 이관하는 방안 또는 전기위원회의 법적 지위를 격상해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임성진 전주대 교수는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람직한 에너지체제 전환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임 교수는 “녹색성장을 포함한 녹색사회 관련 개념들은 본질적으로 개발을 지속하면서도 생태적 수용력을 확대시키기 위해 경제와 환경, 그리고 사회와 세대적 형평성까지도 함께 추구하는 포괄적 개념”이라며 “환경문제해결의 사후처리적 단계부터 생태적 현대화에 이르는 모든 발전단계가 다 녹색개념의 대상에 포함되고, 녹색성장은 이러한 개념의 일부분으로 이해되고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 교수는 현 정부의 녹색성장은 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고도성장의 중독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성장지상주의가 정부로 하여금 녹색성장을 매력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이게 만들었고,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정책을 중심정책으로 강하게 내세우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결국 녹색성장은 개념적으로 지속가능성에 기초를 두고 있지만 저개발국의 성장전략이지 capacity theory에 따른 경제적 해결능력을 갖춘 국가가 채택할 지속가능한 전략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