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정수 전력연구원 수화력발전연구소장

■ 10년의 집중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가? 10년이라고 한다. 공병호 박사가 최근에 저술한 책 ‘명품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에서 ‘10년 법칙’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어떤 특별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그 분야에서 지속적이고 정교한 훈련을 최소한 10년 정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0년 법칙’은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현장에서 뛰어난 엔지니어로 실력을 자랑하는 일, 훌륭한 작가나 음악가로 두각을 나타내는 일, 세일즈 업계에서 성공을 거두는 일, 유명한 펀드매니저로 명성을 누리는 일 등 모든 분야에 그대로 적용이 된다.

그러나 한 분야에 10년 이상 집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10년 이상을 한 분야에 정진하는 데에는 수많은 유혹과 장애물이 존재한다. 이러한 유혹과 장애물을 극복하고 처절한 집중력과 끊임없는 훈련과 지독한 연습이 동반되어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 단거리 달리기 선수가 아니라 마라톤 선수로서의 자세가 필요하다.

■ 오만과 편견의 굴레를 벗고

자신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이루어가는 전문가가 빠지기 쉬운 함정이 있다. ‘오만과 편견’이다. 자신이 이뤄낸 성과와 성취로 인하여 다른 전문가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것이 전부인양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흔히 갖는 오만인 것이다.

또 하나의 함정은 편견이다. 다른 사람들의 기술이나 분야는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본인의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의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향후에 찾아 올 거대한 미래사회의 기술 트렌드는 에너지기술과 정보기술, 바이오 기술, 나노 기술 등이 융합된 퓨전기술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융합의 시대에 총괄과제, 사업단 규모의 대과제를 수행해야하는 이 시대에 필요한 전문가의 자세는 무엇인가 ?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열린 마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세는 ‘오만과 편견’이 아닌 ‘겸손과 이해’이다.

■ 다른 전문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한 프로

진실한 전문가의 겸손은 최고의 실력과 함께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도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음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낮추고 비웠을 때는 다른 사람과 더불어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겸손의 지혜가 깃들인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해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가능하다. 주위의 모든 것을 ‘내 것’과 ‘네 것’으로 갈라놓고 ‘내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 ‘네 것’은 오직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세상을 향하여 성경은 ‘서로 사랑하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세태에서 서로 이해하고 겸손함으로 다른 전문가들의 마음을 얻는 진정한 프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기술은 융합의 시대로 가고 있는데 사회는 양극화로 가고 있다. 다양한 기술은 하나로 합쳐지고 녹아들어 또 다른 기술로 재창조하는데 사회는 다른 분야와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불신의 골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이러한 세상에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자세가 바로 ‘겸손과 이해’이다. 특별히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을 창출해내야 하는 과학기술계의 전문가들은 물론 사회 지도층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세이다.

■ 2010년대를 준비하는 전문인 훈남들

사소한 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사사로운 감정을 떨어버리고 주변과 함께 자신의 분야에 정진하며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역동적인 미래를 위하여 이상을 높이 품고 계획을 세우며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는 우리가 되어야 할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는 주도적이고 창의적이고 적극적으로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는 노력과 함께 주변에 대하여는 겸손과 이해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정한 전문가가 많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 그렇게 되면 우리들의 높은 기술력으로 인하여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이 우리 눈앞에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