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용 보관드럼을 국산화하고도 관련법이 없어 상용화가 막혔기 때문이다.

폴리머 콘크리트 통신용 맨홀을 개발 화제를 모았던 (주)계림폴리콘은 최근 구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의 전력산업연구개발 과제로 ‘방사성폐기물 처분용 폴리머 콘크리트 고건전성 용기(HIC)를 국산화 완료했다. 지난 2005년 12월부터 3년이 걸린 이 연구개발에는 정부 지원금 9억원 등 총 15억원의 연구개발 비용이 투자됐다.

하지만 정작 국산화개발이 완료됐지만, 상용화를 위한 인허가 단계에서 관련법의 미비로 인해 상용화가 막혀 버렸다. 현행 원자력법 90조 2항은 운반용기의 설계승인만을 규정하고 있고, 방사성물질 등의 포장 또는 운반을 위한 용기를 제작하고자 하거나 수입하고자 할 때 설계기준에 따라 원자력관계사업자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계림폴리콘은 원자력법 86조에 따라 ‘원자력관계사업자’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계림폴리콘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 원자력법 104조 2항에 따라 특정기술 주제 보고서의 승인 신청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질의한 상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원자로 및 관계시설을 설칟운영하고자 하는 자 또는 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건설·운영에 참여하는 자가 교육과학기술부령이 정하는 특정기술주제보고서의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이를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승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병윤 계림폴리콘 사장은 “관계법에 따라 인허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데, 결국 사용자인 한수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국책과제로 개발된 국산화 결과물이 사라지지 않도록 도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수원 한 관계자는 “사용자인 입장에서 공급자의 요청을 받아 들여 대신 인허가를 요청한다는 것은 다른 비슷한 사례와 견줘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민 사장은 “지경부는 물론, 규제기관조차도 현행 관련법에 따라 인허가 절차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계림폴리콘은 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전력연구원과 계약을 체결하고 실용화 중계 조건으로 기술료를 납부하기로 한 바 있다. 무려 2억원에 가까운 금액이다. 민 사장은 “작은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상용화가 막힌 상태에서 선뜻 기술료를 납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당분간 이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원전 폐수지 보관드럼은 개당 수입비용이 1,20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계림폴리콘이 국산화 한 이 보관드럼은 개당 800만원 수준으로 외산대비 약 35% 정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이후 수입대체 효과만 하더라도 연간 16억원에 달한다.

국내 원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입산 보관드럼은 고밀도 폴리에틸렌 계열의 HIC 드럼으로 미국의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설계기준 부적합으로 승인을 내주지 않아 미국에서는 강화콘크리트로 덧포장을 한 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계림폴리콘이 개발한 이 드럼은 구조물성 시험, 구조해석 파괴평가 등의 안전성 평가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계수명 평가 등에서도 300년이상의 설계수명을 보장하는 등 장기건전성이 충분히 확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기존 원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장비와의 호환성 여부를 위해 현장 시험을 거친 결과 처분을 위한 별도의 콘크리트 덧포장이 필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개당 350만원에 달하는 덧포장 비용도 절감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