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환 정신과 전문의

"만약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흐를수록 난 점점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하지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쌩떽쥐베리의 <어린왕자> 중에서-

 이 시대를 살고 있기에 누리는 것도 많지만 이 시대를 살고 있기에 잃는 것도 참 많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기다림이 아닐까 싶습니다. 수박을 먹기 위해 여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우리에게 기다림은 무능력이나 손해를 의미하기 쉽습니다.

그렇다보니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은 점점 쇠퇴하고 있습니다. 신호등에 걸렸다고 짜증을 내고, 주문한 것이 늦게 왔다고 항의를 하고, 갖고 싶은 것을 당장 가질 수 없는 현실에 답답해합니다. 어디 그것뿐입니까?

우리는 동·식물들이 자기 속도로 자라나는 것도 기다리지 못해 성장호르몬, 유전자 조작, 항생제 등으로 성장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사람에 대한 기다림입니다. 어른들은 출산 전 뱃속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치고, 인성이 발달하기도 전에 지식의 축적을 강요합니다. 경쟁의 우위가 성장을 의미할까요? 상담을 하다보면 기다림의 빈곤이 뒤늦게 가져오는 큰 문제를 마주합니다.

즉,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부모의 가르침에 자라난 아이가 성인이 되어 정작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입니다. 씨앗이 자라나는 속도 이상을 강요하는 세상은 불행한 곳입니다.

우리는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복원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믿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기다릴 수 없습니다. 그것도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전全 존재(Whole Being)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애벌레가 실을 감아 스스로를 고치에 가둘 수 있는 것은 나비가 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기다리는 사람은 눈을 감지 않습니다. 훌륭한 타자는 사구를 얻기 위해 타석에 서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공이나 휘두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구질과 코스에 공이 날아오기를 기다리고 또 기다립니다. 마침내 그 곳에 공이 날아왔을 때 온 힘을 다해 배트를 휘두릅니다.

그러므로 기다림은 멈춰있는 시간이 아니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결정적 순간을 위한! 가치는 기다림을 내포합니다. 연인과의 만남, 사랑하는 아이의 탄생 등 인생 최고의 순간에는 늘 가슴 떨리는 기다림이 함께 합니다. 당신의 삶에도 기다림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