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古宮 수묵담채 101cm x 74cm 1994년작

그림도 시대와 환경을 따라서 크기와 비례가 변한다.
우리가 한옥구조의 집에서 살았던 시절의 방안 풍경을 연상해 보자.

키 작은 미닫이문 위에 가로가 긴 현판이 걸려 있었고, 방안 작은 창문의 좌우에는 세로가 긴 족자가 대칭을 이루어 걸렸었다. 이는 한옥 건물의 공간 구조에 따른 결과이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가장 크게 바뀐 것 중 하나가 주거 환경의 변화이다.

도회지 거주민의 상당수가 아파트에서 산다. 아파트의 방안 구조는 과거와 판이 하게 다르다. 이제는 키 작은 미닫이문도 방안에 작은 창문도 없다.

이러한 공간의 구조는 과거 한국화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던 현판이나 족자 그림을 더 이상 원하지 않는다. 새로운 개념 속에서 새로운 그림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새로움은 아니다.

그림 속에는 그 나라의 사상과 역사, 전통이 함께 숨쉬기 때문이다.
소산 박대성의 그림은 전통과 혁신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새로움을 추구하고 있다.
동양화의 정신에 대한 투철한 인식을 지니고 있으면서 동시에 혁신적 감각을 공유하고 있는 작가이다.

수묵담채로 그려진 박대성의 ‘고궁’을 보면서 동양화를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를 찾기 바란다.

소산 박대성은 1945년 청북 청도에서 출생하였다. 제1회 와 2회 중앙미술대전에서 장려상과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