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생산된 NTD 반도체(오른쪽부터 지름 5인치, 6인치, 8인치 실리콘 단결정).

하이브리드 자동차, 고속 전철, 풍력 및 태양광 발전소 등에 사용되는 대용량 고품질 실리콘 반도체를 세계에서 가장 큰 지름 8인치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 양산 체제에 들어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하나로운영부 박상준 책임연구원 팀은 ‘중성자 핵변환 도핑(NTD)’ 기술을 이용,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에서 지름 8인치의 실리콘 단결정(ingot)에 중성자를 조사해 고품질 실리콘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 및 장치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체제에 들어갔다.

중성자핵변환도핑(NTD)은 부도체인 고순도의 실리콘(Si) 단결정에 중성자를 쪼여 실리콘 원자핵 중 극미량을 인(P)으로 핵변환 시킴으로써 n-형 반도체로 변환시키는 기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도체는 실리콘에 인을 직접 확산시키는 일반적인 화학공정보다 인의 분포를 매우 균일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고속전철, 자기부상열차, 전기자동차, 풍력발전소 설비 등의 인버터에 사용되는 대전력용 반도체 소자 제조에 이용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의 8인치 NTD 반도체 생산기술 개발은 독일, 호주에 이어 3번째로, 최근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이 분야의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NTD 반도체의 세계 시장 규모는 연간 약 150톤, 200억원 가량으로 원자력연구원은 하나로를 이용해 전 세계 NTD 반도체 수요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으며, 이번 8인치 NTD 반도체 생산기술 개발과 양산체제 구축으로 연간 생산량을 2배 이상 증가시킬 수 있게 됐다.

NTD 반도체는 인(P)의 분포가 고를수록 더 높은 전압과 전류에 사용할 수 있어 중성자 밀도가 매우 높은 연구용 원자로에서 중성자를 효과적으로 제어해 실리콘과 중성자가 균일하게 반응토록 하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원자력연구원은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원자로 내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는 중성자 밀도를 균일하게 유지할 수 있는 기술과 지름 8인치의 실리콘을 한번에 60cm 길이까지 조사시킬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으며 외국 제품에 비해 품질이 뛰어나고 효율도 높은 양산 체제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8인치 NTD 반도체 생산기술 확보는 국내 자력으로 건설하고 운영 중인 하나로의 활용도와 국가경제 기여도를 높이고, 국내 원자력계의 세계적인 연구로 관련 기술 수준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임인철 원자력연구원 하나로운영부장은 “NTD 반도체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그린에너지 분야에 널리 활용돼 수요가 해마다 10% 이상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기술 개발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이는 8인치 NTD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2002년 국내 유일의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를 이용, 5인치 NTD 반도체 생산기술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한 데 이어 2005년부터는 6인치 반도체도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NTD 기술에 관한 품질경영 국제 표준인 ISO 9001 인증을 획득한 바 있다.

현재 프랑스, 네델란드, 호주, 벨기에, 독일, 미국, 일본 등 15개 연구용 원자로에서 NTD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연구원의 하나로에서 생산되는 NTD는 일본 및 유럽의 반도체 웨이퍼 회사들로부터 세계 최고의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