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에 지역개발세를 부과하는것이 과연 타당한가? 해묵은 논쟁이 되어버린 화력발전에 대한 지역개발세 부과 논란이 또다시 쟁점에 휩싸였다. 9일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지방세법 개정(화력발전세)을 위한 전국시도지사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대정부 협조 요청 및 정책 활동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허남식 부산광역시장)는 9일 ‘지방세법 개정(화력발전과세)을 위한 전국시도지사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화력발전과 관련한 지방세제 개편 등 제도개선을 통한 지역개발세 과세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협의회는 공동건의문을 통해 지방자치제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방 자주재원의 확충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그간 정부는 현저히 낮은 지방세 비율을 유지하며 지방정부를 재정적으로 통제해 왔으며, 이에 따라 지방정부는 지방교부세, 국고보조금 등 중앙정부의 의존재원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재정자율권 제약과 만성적 재원부족이라는 구조적 악순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부족한 지방재정을 충원하기 위한 방안으로 화력발전에 대한 지역개발세 부과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2월 임시국회 기간 내에 반드시 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며 지속적인 정책 활동을 펼칠 방침”이라고 밝혔다.협의회는 특히 “국내 발전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화력발전은 수력 발전이나 원자력 발전에 비해 대기 및 수질오염 등 더 많은 환경오염을 유발함에도 지역개발세의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화력발전을 지방세법에 포함해 지역개발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방세법 개정안은 지난해 7월과 8월 우윤근 의원과 이학재 의원 등이 발의해 현재 행전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우윤근 의원 등 10명은 지방세법 입법개정안을 통해 화력발전 1㎾h당 0.5원의 지역개발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으며, 한나라당 이학재 의원 등 27명의 의원은 0.4원~0.5원까지 연차적으로 세율을 적용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우윤근 의원과 이학재 의원 그리고 장제원 의원 등 3명이 발의한 지방세법 개정안이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로 법사위에 상정조차 안 되고 있어 법안 처리 자체가 불투명해 보인다. 행안위 행정실 관계자는 “현재 행안위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안건이 20건이 돼

언제 심의가 끝날 지 알 수 없다”고 “이번 2월 임시국회에도 법안 상정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학재 의원실 관계자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법안 처리를 적극 요청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는 이유가 뭐겠냐?”며 “심의할 법안이 많아서가 아니라 한전의 로비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정부나 발전사는 지역개발세 부과의 불합리성을 행안위 위원들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위원들도 그러한 점에 대해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지역개발세 부과, 무엇이 문제인가?지역개발세 부과를 두고 찬반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요 쟁점의 하나는 지역개발세 부과가 발전사에게 이중과세의 부담을 주는가 하는 문제다. 현재 한수원과 발전 5사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역개발세 부과를 주장하는 시도지사협의회와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이중과세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발전 5사가 지급하고 있는 주변지역지원금은 일반국민들이 내는 전기요금에서 3.7%를 기금화해 지원하는 것으로 한전이나 발전사가 자체 비용으로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중부담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우윤근 의원실 관계자는 “어디에 비중을 둘 것인가의 문제인데, 정책적 판단을 할 때는 관련 양자를 다 판단해야 하지만 피해를 보는 입장을 더 고려해야 될 것으로 본다”며 발전소 운영으로 피해를 주고 있는 사용자가 감수해야 할 부담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정부와 한전을 비롯한 발전사는 지역개발세 역시 주변지역지원금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이다. 간섭세인 지역개발세의 경우 전기요금에 포함해 청구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 부담은 일반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고, 그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정부 관계자는 “지역개발세가 부과될 경우 약 1.5%의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며 “혜택은 일부 지자체만 받고 부담은 전기소비를 많이 하는 수도권 소비자들이 떠안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다른 쟁점은 과세논리의 불합리성 문제다. 지역개발세의 본질은 자원채굴세이기 때문에 자연자원을 사용하지 않는 발전사업에 이를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다. 찬성 입장은 화력발전 운영으로 인한 오염물질 배출로 환경피해를 유발하고 송전선로 건설·운영 과정에서 지역과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에 피해보상 차원에서 지역개발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이학재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개발세가 부과되면 매년 약 1,2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라며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지역의 피해를 보상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진영은 지역개발세는 특정지역의 부존자원을 이용함으로써 얻게 되는 편익이나 비용을 과세근거로 하고 있는데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은 발전 연료를 모두 외국에서 수입해 사용하기 때문에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발전사 관계자는 “화력발전에 지역개발세를 부과하는 것은 과세 본연의 성격이나 취지, 목적 등에 맞지 않다”며 “원자력발전의 지역개발세는 정부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방폐장 부지선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정부 관계자 역시 “화력발전에만 지역개발세를 부과하는 것은 타 산업분야와의 과세 형평성에도 맞지 않다

”며 “환경피해에 따른 세금을 부과하고자 한다면 환경세 등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발전산업이나 석유산업을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육성코자 하는 일부 지자체의 경우는 오히려 지역개발세 부과가 지역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염려해 부정적 입장을 정부에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지역개발세 부과가 가져오는 경영상의 부담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학재 의원실은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상당한 당기순이익을 발생하고 있는 발전사가 너무 엄살을 떠는 것 아니냐는 입장이다.이 의원실 관계자는 “2007년 한수원을 포함한 발전사의 당기순이익이 1조5,000여억원을 기록하는 등 2008년을 제외하고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2008년의 적자는 유연탄 비용 급등, 석유가 인상 등으로 인한 특수한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하지만 발전사의 입장은 당기순이익에 대한 잘못된 이해라고 주장한다. 발전사 관계자는 “당기순이익이 발생해도 발전소 건설 등 설비투자로 인해 오히려 매년 3,000억원 이상을 차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기순이익 전부가 수익으로 고스란히 남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안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또 “발의된 개정안에 따른 지역개발세는 연간 약 1200억원으로 이는 발전5사의 2007년 법인세 납부액(2,631억원)의 46%에 해당되고 영업이익율이 원자력발전(25.6%)에 비해 현저히 낮은 발전5사의 경우에는 경영상의 심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지역개발세의 혜택이 일부 지자체에만 집중되는 등 과세로 인한 지역 간 형평성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지역개발세와 전기요금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역개발세 1,200여억원 중 충남에 512억원, 경남에 256억원, 인천에 213억원 등 3개 지역에 80% 이상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262억원의 가장 많은 전기요금을 내면서도 지역개발세는 61억에 그치고 있고 서울은 177억원의 전기요금을 내는 반면 지역개발세는 단 5억에 불과하다. 심지어 경북, 광주, 대구, 대전, 충북 등 발전소가 없는 지역은 단 한 푼의 지역개발세도 거두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일부에서는 화력발전의 지역개발세 부과는 특정지역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며 지역에 환심을 사기 위한 지역구 국회의원의 생각 없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지역개발세 부과는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또는 보호하기 위한 측면에서가 아니라 객관적 근거와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되고 결정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