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이 30년간 쌓아온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미 밸브제조업체 관계자가 한수원에 뇌물을 주었다는 법정 진술은 美 법무부 공시를 통해 공개되자 언론을 통해 순식간에 알려졌다.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미 법정에서 밸브업체 관계자가 진술한 내용만을 가지고 한수원이 뇌물을 받은 것이 사실인 것처럼 여기며, 한수원을 국가적 망신을 시킨 부패집단으로 치부했다. 하지만 이는 지나치게 성급한 판단이다. 미 밸브업체 관계자들의 진술내용이 얼마나 믿을 수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한수원의 뇌물수수 진위여부도 검찰조사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한수원의 뇌물수수 의혹을 좀더 차분하게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이 사건이 단순히 한수원이라는 공기업 하나만의 문제가 우리나라 원자력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검찰조사 결과 한수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손 치더라도 이미 대외적으로 실추된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이다. 결국 한수원의, 나아가 우리나라 원자력산업의 대외 신인도 추락에 우리의 조급함이 일조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을 주지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