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하더니, 이번에는 뇌물공여 파장이 우리나라 대표 원자력 공기업인 한국수력원자력을 흔들고 있다.   <관계기사 4면>사건이 터지자 국내 원자력계는 이 사건이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초 신규원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아랍에미레이트와 요르단 등 우리나라 원자력 기술의 수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국가들에 자칫 잘못된 인식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한수원 내부의 충격도 만만치 않다. 이번 사건으로 지난해 청렴도 1위 기업의 면모는 깊은 상처를 입었다. 아울러 김종신 사장의 거취와도 맞물리는 분위기로 흐르면서 한수원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 한수원의 뇌물 파장과 관련해 사실로 확인되면, 사장과 관련자 모두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더구나 최근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3조원에 달하는 적자를 이유로 한전과 한수원 등 발전6사에 대해 외화표시 장기신용등급의 하향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올해 부족자금 규모가 총 3조 2,819억원에 달하는 한수원으로서는 이번 뇌물사건이 대외신인도에 부정적인 신호를 주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다.또 체르노빌 방사선누출 사건 이후, 지난 30여 년 동안 세계 유일의 원자력 건설경험을 갖고 있는 경쟁력은 물론, 세계 최초로 최단기간에 이룩한 원자력발전의 운영 성과가 한순간에 빛이 바래지 않을까 고심하고 있다.특히 이번 사건은 밤을 낮처럼 밝혀가며, 발전소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원자력일꾼들의 가슴에 잊혀지지 않을 생채기를 남겼다는 점에서 한수원에 더욱 깊은 시름을 안기고 있다.한수원의 한 관계자는 “외국기업 관계자의 말을 토대로 그동안 원자력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해 온 한수원의 전 직원을 일순간에 범죄자로 취급한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며 “언론이 보다 차분하게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다른 한 관계자는 “직원 계좌로 송금했다는 C사 관계자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강하게 고개를 흔들며 후속조치를 검토하면서도, 만에 하나 사실로 확인될 경우 미칠 파장 때문에 전전긍긍 하고 있다.

한편 2003년부터 한수원에 밸브를 납품해 온 미국 C사 관계자는 최근 한수원을 비롯해 8개 국가 15개 공기업에 162만 달러의 뇌물을 제공했다고 미국 법정에서 진술했다.

한수원은 지난달 미국 법무부의 공시내용을 파악해 곧바로 C사와의 거래관계 및 관련 직원의 혐의를 조사하는 등 진상파악에 들어갔지만, 사실규명이 어려워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서울 중앙지검은 곧바로 한수원 감사실 직원을 소환, C사와의 거래에 관려한 직원명단 등 한수원의 감사과정에서 확보된 자료를 넘겨받았다. 또 C사 한국지사의 계좌번호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한다는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