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밸브 제조회사가 전 세계 8개 공기업에 납품 대가를 줬다고 시인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한국수력원자력(주)도 포함돼 파장이 만만치 않다.

美 밸브 제조회사의 납품대가 공여 사건은 미 법무부가 지난 1월 8일과 2월 3일, 두 차례 공시를 통해 공개됐다. 美 법무부 공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소재 밸브 제조회사는 국제적으로 밸브판매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수원을 포함한 8개국 15개사에 총 162만8,000달러에 이르는 납품대가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납품대가 지불 건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문제의 밸브 제조회사 임원인 마리오 코비노(Mario Covino)가 2003년 3월부터 2007년 8월까지 우리나라 한수원을 포함해 브라질, 중국, 인디아, 말레이시아, UAE 등 6개국 12개 기업에 총 100만 달러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는, 재무담당 이사인 리차드 몰록(Richard Morlok)이 지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동안 한수원을 포함해 중국,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4개국 6개사에 총 62만8,000달러를 제공한 혐의다.

美 일간지인 ‘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는 마리오 코비노와 리차드 몰록이 1월 8일과 2월 3일 각각 샌티애나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한국을 비롯한 외국의 공기업에 납품대가를 주고 계약을 따낸 혐의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한수원은 이같은 내용을 지난달 접수하고 관련사실 확인을 위한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2003년 3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문제의 밸브회사와 한수원의 거래 관계를 확인하고, 밸브 구매와 관련된 직원들을 파악해 납품대가 수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한수원은 설명자료를 통해 “2003년 3월부터 2007년 8월까지 밸브 구매에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직원들은 모두 200여명이며 구체적인 자료를 입수하지 못해 각 개인별 관련 혐의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수원은 도 자체 진상 조사과 함께 지난 2~3일 양일에 걸쳐 밸브 제조회사의 한국지사 관계자를 불러 미국 법무부 공시내용과 관련된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밸브회사의 한국지사 관계자가 한국지사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만간 본사 부사장과 아시아 담당 이사가 한수원을 방문, 한수원 측의 질문에 답변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자체 진상조사 결과와 미국 측 답변을 토대로 관련자 유무 여부를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에게는 법률적, 행정적 조치 및 신분상 책임을 엄중히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미국 밸브회사 파문을 계기로 회사의 투명성 및 청렴도를 더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며 “현재 진행 중인 밸브 관련 계약 관계를 엄밀히 점검하고 투명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미 법원의 판결은 오는 7월 내려질 예정이며, 뇌물을 받은 관련자들은 한미 형사사법 공조에 따라 미국에서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