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요환 정신과 전문의

“무의식적으로는 절망하면서도 낙관주의의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반드시 현명한 것은 아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의 경우 모든 환상을 버리고 실제적인 현실주의자가 되어 어려움을 완전히 인식하였을 때 비로소 그는 성공할 수 있다. 이러한 침착성이 눈뜬 공상가와 꿈꾸는 몽상가를 구별하는 것이다.”

- 에리히 프롬, 소유냐 존재냐 중에서

상담은 보통 스스로 괴롭기 때문에 찾아옵니다. 하지만 중독과 같은 문제에 빠져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가족들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흔히 자신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부정하고 왜곡합니다. 그 중에는 자신의 미래에 대해 근거 없는 희망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현실과 미래 사이의 그 큰 간격을 어떻게 매울 것인 지에 대한 아무런 계획과 움직임도 없이 말입니다. 막연히 미래에 대한 ‘감’이 좋다거나 왕년에 잘 했기 때문이라거나 그때쯤이면 운이나 팔자가 풀릴 것이라는 모호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낙관주의라고 다 건강한 것은 아닙니다. 저는 낙관주의를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먼저 ‘실천적 낙관주의’가 있습니다.

이는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는 예상을 하지만 계속 노력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고 행동하는 마음입니다. 건강한 낙관주의입니다.

이에 비해 ‘도피적 낙관주의’가 있습니다. 이는 현재의 어려움을 피하기 위해서 막연히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움직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즉, 이들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지 몰라.’라는 패배주의와 절망감이 깊숙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남성성에 자신이 없는 남자가 과도하게 근육을 키워 남성미를 과시하는 것처럼 이들은 비관을 방어하기 위해 과도한 낙관이라는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도피적 낙관주의에 물든 사람들의 삶은 흔히 현실과 세상에서 한 걸음 떨어져 있습니다. 현실로 들어갈수록 자신의 방어가 허물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 역시 남루한 자신의 몰골이 비추어지는 현실의 거울을 마주칠 수밖에 없습니다.

낙관주의 훈련만큼이나 우리에게는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바라보는 훈련 역시 중요합니다. 현실은 그만큼 복잡하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짐 콜린스의 말을 같이 음미해보면 좋겠습니다. ‘결국에는 성공하리라는 믿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눈앞에 닥친 현실속의 가장 냉혹한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