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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한국서부발전 사외이사) |
얼마 전에 단독주택으로 새로 이사를 했다. 원래도 단독주택에 오랫동안 살았는데, 아파트에 살던 6년 동안 나에게는 이런저런 병이 생겼다. 아내는 이런 나의 문제가 아파트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고,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주택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나니, 해결해야 할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전원 스위치부터 시작해서 쥐잡기에 정원 청소까지, 주로 집을 집 꼴로 만드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내 방은 아직 정리도 못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눈이 내렸다. 집 앞길은 집 주인이 눈을 치워야 한다는 서울시 조례에 의해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눈을 치웠어야 했는데, 12시나 되어야 슬슬 일어나는 내가 어디 그럴 수가 있나. 내 대신 아내가 일어나서 새벽부터 눈길을 치웠고, “이런 건 가장이 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잔뜩 아내가 화가 났다. 새로 이사온 집은 북악산 위에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뒷산에 올라”라고 말했던 그 뒷산이 바로 북안산이다. 청와대와 등을 대고 있는 곳에 사는 셈인데, 골목의 거의 막다른 곳에 내가 사는 집이 있고, 여기서 5분만 더 올라가면 등산로가 나오고 서울의 마지막 미개발지라서 도롱뇽 서식지인 계곡이 나온다. 상당히 운치있는 곳에 사는 셈이다. 몇 년전부터 공간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도시 공간의 배치와 국토생태와의 관계 그리고 주거양식에 관해서 나름대로는 조금씩 연구를 해보는 중이기는 한데 한국, 특히 서울은 현재 아주 이상한 공간이 되어있다. 누구나 얘기하는 ‘성냥갑 아파트’에 관한 이야기이다. 좌파든, 우파든, 이 성냥갑 아파트를 해체하고 정상적으로 문화가 깃들 수 있는 그런 형태의 주거 양식으로 가야한다는 데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하는 일이라고 알고 있다. 원래 도시 형성에서 초기에는 단독 주택이, 그리고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 우리가 아파트라고 부르는 집단주택이, 그리고 다시 후기로 들어가면 단독주택으로 형태가 전환된다. 일반적인 경향이다. 서울로 치면, 90년대 중후반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성냥갑 아파트 시대
를 접고, 다시 단독주택 단지가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시대는 오지 않았고, ‘요쇄주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주상복합의 시대로 갔고, 타워팰리스는 이 새로운 시대를 연 첨병의 건물이 되었다.건축가들도 이 타워팰리스라는 기능성 떨어지는 건물을 혐오하는 것 같고,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 요쇄를 짓고 살겠다”라는 이 건물의 철학은 많은 사회과학자들에게 증오의 대상이다. 그러나 이것은 학계나 예술계에서나 하는 말이다. 한국의 대중들은 타워팰리스를 동경하며, 그곳에 한 번 살아보는 것을 마치 태어난 이유처럼 여기는 것 같기는 하다. 한 때, 뉴욕 등의 도시에서 ‘펜트 하우스’라고 부르는 최고층의 넓은 아파트가 유행했던 적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모두 모래 위에 쌓아올린 성이고, 미국의 서브 프라임 위기로 인하여 모든 버블들이 무너지는 중이다. 참고로 한국은 국민소득의 20% 가까이 토건에 지출하고 있는데, 미국은 그게 10%가 안된다. 기계적으로 계산하면, 미국의 버블에 비해서 한국의 버블이 2배는 된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가난은 이 버블 속에서 생겨났다. 그리고 올해는 그 구조적 가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무섭다. 눈 쌓인 마당을 보면서, ‘가난’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전기업체에 종사하시는 독자 여러분들은 그렇게까지 뼈저리게 가난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올해, 공기업들이 이 가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에 따라서 공익적 이미지가 판가름날 것 같다. 가난, 한번쯤 가난과 전기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시면 좋겠다. |
2024.4.26 금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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