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짙으면 짙을수록 새벽이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희망을 이야기해 갑시다.”
저명한 철학자간의 대화를 빌지 않더라도 ‘희망’을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목구멍을 맴도는 요즘이다.

2009년을 관통할 만한 사자성어를 골라보라는 주문에 머릿속에 맴도는 말은 ‘희망 한국’뿐이다. 굳이 하나 더 보탠다면 “아자 아자(파이팅의 우리말)”정도.

넘쳐나는 황소의 거센 기운으로 기축년(己丑年) 새해를 맞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CEO 얼굴에는 흙빛이 감돌았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심리적으로도 많이 위축되어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새해 마케팅 전략과 경영계획, 수출전략 등을 묻는 질문이 무색하게 여겨질 만큼 멈춰선 생산라인을 보면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새해 경영계획? 있지. 장, 단기적 계획은 이미 마련했으니까. 2008년까지는 계획대로 잘 운영했지….” “그거, 당장 줄 수 있지만 의미가 없어.”

중소기업 CEO는 질문에 답 대신 잔을 건넸다. 그리고 그가 외친 건배사는 “살아(선창) 남자(후창)”다. 절망이 희망을 앞서 버렸다. 중소기업 CEO에게 ‘희망’이라는 단어는 사치였다. 그저 생존을 위한 방안이 뭔지가 더 중요할 만큼 절박해 있었다.

그렇다고 가족같은 직원을 내칠 수는 없는 일. 결국 그가 선택한 최선은 고통분담에 따른 동행이었다.

당장 직원을 줄이면 일시적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 ‘함께 견디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뱉은 말과 달리 가슴 저 깊은 곳에서 ‘희망’ 씨앗을 틔우고 있었던 게다.

“당신이 진정한 대한민국 경제의 희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