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국내 최대 공기업 한국전력의 3분기 영업이익 손실액이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1조 4,9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7.2% 늘어난 23조3,41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동기대비 24.1%가 늘어난 구입전력비 20조 5,405억원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분기 2,191억원을 시작으로 2분기에 1조 1,272억원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전의 이 같은 사상 최초의 영업실적 행진은 모순된 전기요금 결정 구조에서 기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시장 원리에 따라 등락폭이 결정되지 않고, 정부가 소매가격을 결정하는 ‘정책’에 묶여져 있다.

이러다보니 정부의 주무부처 장관조차도 발전 연료비를 충분히 반영하는 연동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정부안에서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유가 인상 등으로 한전이 일반 소비자에게 부과하는 소매 전기요금은 15% 정도 인상요인을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제유가 인상분에다, 유연탄 도입가격 인상 등에 따른 발전사의 연료비 인상은 부분적으로 도매가격에 반영되지만, 한전이 일반 소비자에 부과하는 소매전기요금은 국내 전력시장의 가격 매커니즘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도매가격에 해당되는 구입전력비 증가폭이 소매 전기요금 판매가 대부분이 매출액 증가폭을 초과하다 보니 한전은 올해를 초긴축 손익예산을 구성했다. 올 3월과 5월 2차에 걸쳐 1조 600억원의 예산을 줄여 긴축경영을 시행한 한전 등 전력그룹사는 지난 8월 3차로 모두 2,041억원을 더 절감했다. 긴축규모가 모두 1조 2,641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한전을 비롯한 11개 자회사 임직원들이 올해 인상된 임금 220억원을 반납했다. 외환보유고와 환율 등으로 인한 금융위기를 적극 대처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쌍수 사장이 신임 한전 사장으로 부임한 가운데 한전 등 전력그룹사는 내년도 예산 역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경영선진화 계획에 따라 10% 이상의 절감을 추진하고 있다. 경비와 사업비 지출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전력그룹사 안팎에서 문제가 있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발전사 한 관계자는 “올 한해 역시 불필요한 경비 등을 줄이면서 바짝 허리를 졸라맸는데, 올해 대비 10% 정도 예산을 더 줄이라는 것은 경비외에 발전 정비 등 전력설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각종 사업비를 줄이라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만약에 발전설비에 문제가 발생해 대형 정전으로 이어진다면, 이것을 어떻게 대처하고 책임질 것이냐”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선진화에 따른 효율화정책도 뭐고 다 좋지만, 전력설비 안정공급에 필수적인 예산을 줄이라고 한다면,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며 “이런 부분은 재고할 필요성이 있지 않냐”고 반문했다.

전력계 중소기업 한 관계자도 “한전의 비용절감으로 인해 발주될 사안들이 미뤄져 경영압박이 심각해 졌다”며 “경영실적 상 마이너스에 따라 긴축에 들어간 한전의 선택이 맞는지, 아니면 전력설비 안정을 위한 지속적 투자가 맞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