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은 사회적인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세계화에 대응할 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대한민국 국가대표기업으로 거듭나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한전의 수직재통합은 기후변화 대응 뿐 아니라 수요저감에 훨씬 유용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MB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부합하다는 주장이다.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전력산업의 미래를 위한 국제심포지엄(민주당 최철국 의원 주최)’이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을 비롯해 정장선 지경위 위원장과 지경위 여야 간사, 전력관련 노동조합 등 에너지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안현효 대구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 성과와 발전방향’을 주제로 발제하면서 이처럼 주장하고 한전의 국제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한전의 개혁은 독점 공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배구조로 접근해야 한다”며 “시민참여 예산제,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권 등 경영감시 기능을 보강하고 노조의 경영참여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주영 전력관련 노동조합엽대회의 의장은 “수직재통합을 통해 기후변화정책의 이점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한다”며 기후변화협약에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수직재통합이 기후변화 대응 뿐 아니라 수요저감에 훨씬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 한전, 재통합으로 국제경쟁력 확보해야

안효현 대구대 교수는 ‘우리나라 전력산업 구조개편 성과와 발전방향’이라는 주제로 구조개편을 시작할 당시와 비교해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새로운 정책 전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안 교수는 “현 체제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지난 7년간의 성과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며 구조개편에 대한 정확한 평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또 “분할된 발전사를 수직재통합해 한전을 국가대표기업으로 만들어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의 전력산업 발전방향이 기존의 신자유주의적 틀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방향을 가져야 한다”면서 “좁은 의미의 효율성을 넘어서는 사회적 효율성의 추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한전은 국내에서는 최대의 자산을 가진 기업이지만 국제적 수준에는 전력기업 중 8위에 머무른다”며 “에너지위기에 대응하고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강화시킬 수 있는 기업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한전의 국제경쟁력 확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격에 있어서도 “원가회계가 아닌 사회적 회계, 공공회계에 기초해야 한다”며 기존의 교차보조가 가진 자의성과 자원배분의 왜곡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환경권을 확보하고 전력의 과도한 소비를 억제할 수 있을 정도의 가치를 부여한 새로운 사회적 회계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사회적 합의의 수준에 따라 누진제도 유지할 수 있다”면서 재생에너지 확보와 전원구성의 효과적 운용 역시 사회적 합의과정에서 적절한 가치를 부여해 가격에 포함시킬 때 사회적 효율성을 더 증진시킬 수 있는 자원배분상태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안 교수는 “공공성을 올바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전을 개혁할 때 소유구조가 아닌 지배구조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민관 파트너십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기업과 정부가 아니라 국민과 정부 즉 public-people partnership이다”며 “공개성과 민주주의 확보가 중요한 만큼 시민참여 예산제, 시민의 정보공개 청구권 등 경영감시 기능을 보강하고 노조의 경영참여 등도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러한 지배구조는 에너지 안보 등의 공급안정성과 친환경적인 지속가능성, 가격과 경쟁력 등의 산업효율성이라는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면서 “독점 공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배구조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치적으로 밀어 붙여선 곤란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토론자로 나와 “해외사례를 보면 구조개편을 통해 한전이 얻게 될 수익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반면 예상치 못한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참여정부 시절 보류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지난 7년간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을 마치 옷을 갈아입다가 멈춘 상태에 비유, “지금의 상태가 과연 바람직한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한지, 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3가지 시각이 크게 존재하고 있다”며 발전방향을 만들 주체가 노조와 정부, 한전, 관계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구조개편은 공공부분에서 전력상품이 갖는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분명한 근거를 갖고 움직여야한다”며 “정치적 이념으로 결정하고 일방적이어서는 곤란하며 얻을 이익이 확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전력산업 관계자와 산업체, 국민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논의를 거친 후 진행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전력원에 대한 수익성과 요금의 압박이 있다 해도 이익 가능치를 보고 따져야 한다”며 “정치적 입장에 따라 시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MB정부가 “시장경제의 효율성을 들어 구조개편을 말하는 데 일방적 논의보다 여러 가치의 조화를 놓고 논의해야 한다”며 “국민과 산업체에 대한 배분을 고려한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전기특성 외면한 개편은 ‘사기’

김주영 전력관련 노동조합연대회의 의원장은 “한전은 부실과 부패하다며 매각논리를 앞세우더니 IMF를 벗어나니 한전이 방만하고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당위성이 매번 바뀌어 왔다”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한전그룹사를 쥐어짜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 의장은 왜 분할이고 민영화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고 실체도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구조개편 논리가 “다른 나라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전력산업구조개편이라는 신약을 임상검증을 충분히 거쳐 투약했어야 했음에도 체력이 저하된 환자에게 검증이 안된 신약을 투여한 것과 같다”며 현 상황을 비판했다.

김 의장은 “전기의 특성을 무시한 채 구조개편을 밀어붙이는 것은 ‘사기’에 해당한다”며 “주식처럼 전기를 사고 판다는 걸 캘리포니아 사태를 보면서 ‘허구’라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IMF 당시 반도체는 덩치를 키우기 위해 빅딜하고 금융은 국제경쟁력을 위해 통합했다”며 “MB 정부도 기공과 토공을 통합하면서 왜 전력산업을 분할하려는지…왜 판매분할 정책이 나왔는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핵심은 연료구입이라는 점을 강조, “발전산업 분할 초기에 생산성이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예방정비기간이 단축되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발전사들이 경쟁효율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예방정비 기간을 늘리는 것은 큰 손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연료믹스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 지금의 상황에서 “연료가가 폭등할 경우 더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의장은 “한전 통합시절 30분이면 복구할 수 있었던 것을 발전사, 한전KPS, 남부발전 등 5개 회사로 나뉘어 유기적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2시간 30분만에 복구됐다”며 발전분할 이후 대표적 폐해사례로 제주도 정전사태를 예로 들었다.

김 의장은 또 “강을 중간 정도 건너고 있다고 그냥 건널 순 없다. 빠져죽을 수도 있다면 원점에서 논의해야하는 것”이라며 “한전과 발전회사 등 한전그룹사를 재통합해서 국제시장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직재통합을 통해 기후변화정책의 이점이 있는 가를 고민해야한다”며 “수직재통합 체제일 경우 기후변화협약에 능동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기후변화 대응과 수요저감에 훨씬 유용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한국 먹여 살릴 한전으로의 성장을

문승일 서울대 교수는 지금의 전력산업구조개편 논의가 “회사를 나눌 것이냐, 팔 것이냐 등 지배구조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며 “기술적 관심에서 볼 때 10년전 기술변화 적응을 위한 시도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그런 시도였다면 잃어버린 10년이지 않다. 한전이 운명을 걸고 10년간 치열하게 신기술을 개발한 게 무엇이 있나?”를 묻고 “그저 분사, 민영화에 대한 관심밖에 없었다”며 한전의 잠재력은 삼성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이러 지적,기술개발을 촉구했다.

문 교수는 또 “한국에서 한전의 장사는 끝났다”며 “세계 전력시장의 10%를 잡을 궁리를 해야 할 때며 (한전으) 붙이고 떼고(통합이냐 분리냐) 하는 논의는 좀 그렇다”고 말했다.

특히 “(재통합여부를)논의 하는 시간에 이걸(세계 시장으로의 도전) 놓치면 10년 뒤 우린 또 선진기술을 가져다 써야 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지금껏 대한민국이 한전을 키워 주었다면 이제 세계로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기술의 한전이라지만 보면 볼수록 관리회사”라며 “한국을 이끌 신성장동력은 에너지인 만큼 한전이 기술회사로 태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