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회 방사선안전 심포지엄’ 개회식에서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4일 서울 교육문화회관에서 방사선 안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원자력 및 방사선안전 관련 전문가들이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회 방사선안전 심포지움’을 개최했다.

방사선안전 심포지엄은 그동안 방사선 방호, 방사성 폐기물, 방사선 이용, 방사선 환경 및 방사능 방재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방사선안전 정책과 제도의 개발, 각종 정보와 연구결과의 공유, 국민적 신뢰의 확보 등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윤철호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은 심포지엄 개회식에서 “국내 방사선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방사선안전 분야의 기술발전을 이뤄내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문병룡 교과부 원자력국장은 축하를 통해 “방사선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는 방사선안전관리의 제고를 통한 신뢰성 향상이 우선돼야 한다”며 “실질적인 방사선안전관리가 이뤄지고, 방사선안전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심포지움에서는 오전 개회식에 이어 이재기 한양대 교수의 ‘ICRP 103, 남아있는 문제들’이란 주제로 특별 강연이 이뤄졌으며, 오후에는 방사선방호, 방사성폐기물, 방사선이용, 방사선환경, 방사능방재 등 5개 분야에서 총 45편의 주제발표와 함께 종합토론이 이뤄졌다.

방사선방호 분과에서는 대형양성자가속기 이용, 양성자치료 등 방사선기술 적용 분야 및 비원전 시설의 새로운 방사선방호 현안 등에 대한 발표와 논의가, 방사선폐기물 분과에서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및 사용후핵연료 등 고준위폐기물 관리에 대한 장기적 안전성 확보를 위한 논의가 이뤄졌다.

또 방사선이용 분과에서는 방사선이용 현장에서 제기되는 방사선안전관리 현안 및 방사선기기 설계승인제고 이행에 따른 안전규제 현안에 대한 발표와 논의가 이뤄졌으며, 방사선환경 분과에서는 원전시설주변, 식품함유, 지하수, 수중환경 중의 방사능 등 환경방사능 감시의 현황 및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

아울러 방사능방재 분과에서는 방사능방재법 발효 이후의 방재기술 개발 및 방사능방재 체계의 현황 및 발전방향에 대한 발표와 논의가 이뤄졌다.

원자력안전기술원 관계자는 “이번 방사선안전 심포지엄은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원자력 및 방사선 안전정책과 제도의 개발, 각종 정보와 연구결과의 공유, 국민적 신뢰의 확보 등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국내 원전 방사선안전관리 현안

유송재·김완태·김기인·전인영·김영균(KINE)씨가 공동으로 저술한 ‘국내 원전 방사선안전관리 현안’이란 주제발표에서는 현재 한수원에서 운영 중인 방사선안전관리원(HP)의 정의와 역무에 대한 고찰이 이뤄졌다.

이들 저자는 한수원의 방사선안전관리와 관련된 절차서 중 직접적으로 방사선작업종사자의 관련된 절차서로, 1.방사선 피폭최소화(ALARA) 운영(표준기행) 2.방서선관리구역 출입절차(운영절차서) 3.방사선 작업신청 및 허가 절차(운영절차서) 등 3가지를 꼽았다.

이들 저자는 한수원 전체 원전에서 동일하게 사용되는 ‘방사선피폭최소화 운영’ 이외의 2개의 운영절차서는 각 발전소별로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전체적으로 기술되어있는 중점사항은 비슷하다며 이번에 문제가 되었던 사항은 ‘방사선 피폭최소화 운영’ 절차서에서 “현장 방사선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자”를 방사선안전관리원으로 정의한 조항과 ‘방사선관리구역 출입절차서에 기술되어있는 “작업허가서의 허용 피폭방사선량 및 작업시간을 초과하거나 초과할 우려가 있을 경우, 별도의 작업검토나 방사선작업허가 없이 방사선안전관리원이 임의적으로 판단해 계속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조항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 저자는 “방사선안전관리원이 임의적으로 판단해 계속 작업을 수행하도록 한다는 것은 작업 진행사항 및 방사선안전관리를 현장에서 판단해 즉시 안전관리사항을 도출해 진행함에 방사선안전관리의 능동성이나 민첩성 등을 보장할 수 있으나, 실제 방사성피폭최소화를 위한 방사선안전관리의 중요사항을 간과할 수 있는 위험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저자는 국내 원전의 방사선안전관리의 문제점으로 ▲방사선안전관리의 조직상의 문제 ▲작업관리의 문제 ▲방사선안전관리원의 정의 및 역무 범위 등 3가지를 지적했다.

방사선안전관리의 조직에 있어서는, 원전의 이력이 증가됨에 따라 필수 방사선안전관리업무는 해마다 증가되고 있으나 한수원 자체 인력 충원 없이 오히려 감소되고 있는 실정이고 대부분의 업무를 용역업체에 위탁하고 있어 한수원 자체 전문 인력 양성이 미진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작업관리에 있어서는, 방사선관리구역 작업시 실제 피폭과 예상피폭의 차이 발생은 어쩌면 당연한 지도 모른다고 전제하면서, 하지만 한수원은 그동안의 피폭관리 경험에 비추어 예상을 상회하는 피폭의 발생은 계획 및 작업상 문제가 있음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 예상을 초과하는 피폭이 우려될 경우 해당작업은 작업의 계속 여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나 관련 절차서에서 이를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선안전관리원의 정의 및 역무 범위에 있어서는, ‘표준기행-방사선-01’에 정의된 방사선안전관리원은 “현장 방사선안전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자”로 기술되어 있다며 현재 한수원의 방사선안전관리 업무에 투입된 한수원 자체 직원 수는 근무조 당 1명(보건물리실 근무)으로 대부분의 현장 업무를 용역업체에 의지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장 여건을 반영한 방사선안전관리원의 정의나 역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정책의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위한 공론화 방안

이영희 가톨릭대학교 교수는 ‘고준위 핵폐기물 관리정책의 사회적 수용성 제고를 위한 공론화 방안’이란 주제발표에서 사용후연료, 즉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있어서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공론화에 주목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라는 정의를 인용해 위험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미 존재하던 특정한 위험을 경감시켜주거나 해소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또 다른 위험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며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과학기술이 위험 생산과 직접적으로 관련을 맺게 됨에 따라 특정 과학기술을 둘러싼 갈등도 격화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원자력발전을 둘러싼 갈등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6대 원자력발전 대국이 되었지만 핵폐기물 처분과 관련해서는 매우 후진적이어서 그간 핵폐기물 관리와 관련해 수많은 갈등을 일으킨 바 있음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원칙적인 차원에서 원자력발전을 지지하느냐 반대하느냐에 관계없이 이미 가동되고 있는 원전에서 매일 같이 핵폐기물이 나오고, 그중에서도 독성이 100만년까지도 지속되는 고위험 고준위 폐기물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의 민주적 관리는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며 사회적 재앙이 될 수도 있는 고위험 기술에 대한 관리 정책은 소수의 전문가나 관료만이 독단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며, 포괄적 이해당사자로서 시민사회도 폭넓게 참여해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자력발전의 불가피한 부산물인 핵폐기물,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분하는 데는 기술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탈정상 과학의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독성이 아주 오래 지속되는 핵폐기물 처분장의 설계라며 이는 핵폐기물의 특성과 그것의 안전한 처분방식에 관한 사실 관계를 둘러싸고 아직도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핵폐기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와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에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돼 있으며, 핵폐기물의 포화로 인해 의사결정도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처럼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상황을 상대해야 하는 탈정상 과학이 제대로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전문가들로만 국한하지 않는 ‘확장된 동료 공동체’를 필요로 한다며 고준위 핵폐기물과 같은 고위험 기술의 경우 민주적인 공론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전략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핀란드, 영국 등 유럽 국가의 고준위 핵폐기물 처분장 건설에 따른 성공과 실패 사례를 설명하며 핵폐기물,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방벽과 지질학적 방벽, 그리고 사회적 방벽 등 3가지 방벽의 구축이 필요함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와 핵폐기물 처분 전문가들은 세 가지 방벽 중에서 기술적 방벽과 지질학적 방벽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부안 사태를 돌이켜 보면 아무리 기술적 방벽과 지질학적 방벽이 잘 구축되어 있어도 사회적 방벽의 안정적인 구축 없이는 핵폐기물의 관리는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사회적 방벽을 구축하는 한 방법으로 사회적 공론화에 주목해야 한다며 사려 깊게 설계되고 충실하게 추진되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해 핵폐기물의 안전한 처분 문제를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