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병윤 사장

지난 1995년 국내 최초로 ‘폴리머 콘크리트 통신용 맨홀’을 개발, 관심을 모았던 (주)계림폴리콘이 이번에는 전력산업연구개발 과제로 ‘방사성폐기물 처분용 고건전성 용기(HIC)를 개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폴리머 콘크리트란 기존의 시멘트 콘크리트와는 달리, 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으며, 합성수지의 일종인 불포화 폴리에스터를 결합재로, 굵은 골재와 잔골재, 충진재인 탄산칼슘을 배합해 상온에서 양생한 제품이다. 압축강도는 일반 시멘트 콘크리트의 약 3~4배에 달하고, 내구성, 수밀성, 내화학성, 내염성 등에서 월등해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는 이미 40여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다.

민병윤 사장은 “폴리머 콘크리트 소재에 대해 지난 1998년부터 원자력연구원에서 관심을 보여 왔다”며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 용기는 지난 2005년 12월 산자부의 전력산업 연구개발 사업의 주관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연구개발 착수했으며, 36개월이 지난 올해 말 완료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고시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인도규정’에 따르면, 고건전성 용기는 폐기물 포장용기의 일종으로서 내용물과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지하 환경 및 처분 조건에 대해 300년 이상의 건전성을 갖는다고 인정되는 것으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국내 원전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입 용기는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 계열의 HIC다. 미국의 경우, 이 용기는 NRC에서 설계기준 부적합으로 승인이 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강화콘크리트로 덧포장 후 처분하고 있다.

계림폴리콘이 개발한 HIC는 폴리머 콘크리트 소재로 사용재질의 구조물성 시험, 구조해석 파괴평가, 안전성평가 구조해석 등의 안정성 평가 결과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설계수명 예비평가 결과, 적층과 토하층을 고려한 크립시험 및 결과분석에서 300년 이상의 설계수명을 가지는 것으로 장기건전성이 충분히 확보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열화특성 평가 역시 방사선 노출이 열화에 큰 영향이 없고, 생물학적 열화특성 역시, 미생물 번식이 재질 열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와는 별도로 기존 PE용기의 방폐장 처분을 위해 개발된 덧포장용기도 안전성 등 여러 시험을 실시한 결과,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평가를 받았다. 구조안전성 시험 결과, 7단 적층을 해도 안전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결과는 더욱 놀라웠다. 내부용적 1,135리터, 처리용량 1,020리터의 기존, PE HIC는 방폐장 처분을 위해서는 모두 1,550만원이 소요된다. 운송비와 관세를 포함하지 않을 경우, 개당 800만원의 구입비용이 들어간다. 여기에 별도의 랙을 추가하면 400만원이 더 들고, 처분을 위해 별도의 덧포장용기 비용 350만원을 보탠 결과다.

하지만, 계림폴리콘이 개발한 내부용적 910리터, 처리용량 820리터의 PC HIC는 800만원 수준에 달해 약 35%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수입대체에 따라 연간 16억원의 외화절감은 물론 덧포장용기 개발로 연간 32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장적용을 위한 시험에서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영광원전에서 열린 모의사용 시험 결과, 기존 장비와의 호환성도 완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2년 설립된 (주)계림폴리콘은 회사 설립 3년만인 1995년 6월 KT연구소, 강원대학교와 공동으로 폴리머콘크리트 통신용 맨홀을 국내 최초로 개발, 선보였다. 1998년 10월에는 폴리머 콘크리트를 소재로 한 방사성폐기물 관리용기 개발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 지난 2003년, 이 기술로 특허를 취득했다.

민병윤 사장은 “방폐물 처분용 고건전성 용기를 철강슬래그를 소재로 한 PS Ball 소재로 대체하는 연구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동시에 방폐물 처분장용 콘크리트박스 개발 역시 추진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PS Ball은 제철소의 제강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정한 용융상태의 제강슬래그를 신공법을 활용, 안정된 분자구조를 가진 친환경 소재의 제품을 말한다.

하지만, 민병윤 사장의 고민이 깊다. 민 사장은 “HIC의 개발이 완료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원자력법에 처분용기에 관한 규정이 제정돼 있지 않아, 인허가 신청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과제가 완료되면, 정식으로 한수원에 도움을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한수원 관련 부서에서 인허가 문제에 따른 애로사항 등을 문의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원자력법 90조 2항에 따르면 포장 및 운반용기는 원자력관계 사업자만이 인허가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HIC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계림폴리콘은 사업 완료 후에도 원자력안전기술원에 인허가 신청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