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의 여자교도소

범죄는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여성들도 범죄를 저지르고 교도소에 갑니다. 다만 그 숫자가 남성에 비해 적을 뿐이지요.

그렇다면 여성은 어떤 범죄를 저지를까요? 그것도 같습니다. 예전에 어떤 여자가 은행을 털려다가 붙잡힌 사건이 있었던 게 기억나시는지요. 그러니까 여성범죄자라고 해서 ‘예쁘고 연약한(?)’ 범죄만 저지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만 남자들의 범죄에 비해 강력범죄의 비율이 낮을 뿐이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여자수용자의 숫자는 대략 2000명에서 2500명 정도입니다. 기결수와 미결수를 합한 전체 수용자 수가 지난 9월말 현재 4만3100명이니 5% 정도가 여자수용자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여자교도소가 딱 한 곳밖에 없습니다. 청주여자교도소가 바로 그곳입니다.

세계적으로 여자교도소가 처음 문을 연 것은 1927년입니다. 미국의 워싱턴에서 서남쪽으로 435km 떨어진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올더슨 시에 잇는 올더슨연방교도소가 세계최초로 문을 연 여성전용교도소입니다. 이 교도소에는 교도소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높은 담장이 없었고, 수용자들은 기숙사의 2층 침대에서 잠을 자고, 일부 수용자들은 단층집에서 생활한다고 합니다.

수용자들의 하루 일과는 땅을 경작하거나 사무실에서 타이프를 치는 일을 배우는 것이었고, 심지어 음악을 배우는 시간도 있다고 하네요. 물론 휴식시간에는 스포츠를 즐길 수도 있고요. 그런 좋은 환경을 만든 이유는 처벌 못지않게 교육을 통해 교화를 한다는 설립의도가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4년에 영국에서 개청한 여성교도소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영국의 여성교도소 수용자들은 최신시설을 갖춘 독방에서 생활하며 최신 운동기구를 구비한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며 형기를 보낸다고 합니다.

▣ 30%만 여자교도소에서 생활

청주여자교도소는 1990년에 처음으로 개청했는데 시설이 아주 열악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2003년 신축시설로 이전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여자수용자 모두 청주여자교도소로 보내지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시설이나 수용정원이 있기 때문에 전체 여자수용자의 30%정도만 그곳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나머지는 일반 교도소에 따로 자정된 ‘여사(女舍)’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잠깐 말씀드리자면 일반 교도소의 ‘여사’는 같은 구내에 있더라도 별도의 구역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남자수용자들이 볼 수도 없고, 담을 넘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사에는 여자교도관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남자교도관들도 함부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이유를 불문하고 여자수용자와 남자교도관이 한 곳에서 ‘독대’를 할 수도 없습니다. 성희롱이나 성추행과 같은 문제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예전에는 여자수용자들이 직원식당에서 조리원으로 사역을 하기도 했었습니다만 지난해 여름부터는 그 마저도 민간 조리원을 채용해 이제는 여자수용자가 직원식당에서 일하지 않습니다.

여자수용자가 일반교도소의 여사에 있는 것과 여자교도소에서 생활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교도소에서는 주로 다수인 남자수용자 위주의 교정교화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그래서 적정한 숫자의 여자교도소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나마 청주여자교도소에는 여자수용자만 있기 때문에 교정교화 프로그램이 ‘여성’에 맞춰질 수 있지만 나머지 일반 교도소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70%의 여자수용자는 ‘여성’이라는 특성을 반영한 각종 처우가 제대로 배려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여자수용자를 잊혀진 수용자(forgotten prisoners)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여자수용자는 모두가 ‘여성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일부이긴 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데 있어서는 남자 못지않은 여자수용자도 있다고 합니다. 어떤 여성범죄를 보면 남자보다 더 잔인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하는 경우도 있잖습니까.

▣ 국내 첫 여성 교도소장 취임

성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여성교도관이 있어 여성에 대한 처우에 많은 정성을 쏟고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기관장이 남자이다 보면 여성수용자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는 모를 수도 있고, 꼭 필요한 것마저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초의 여성 교도소장인 최효숙 소장이 청주여자교도소장으로 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그 자체가 여자수용자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겠지요.

청주여자교도소의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80%에 이릅니다. 여자수용자만 있기 때문에 사동에 근무할 수 없는 남자교도관이 많이 필요치 않기 때문입니다. 

청주여자교도소의 시설이 호텔급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반교도소에 비하면 좋은 편입니다. 높은 주벽이 없는 대신 건물이 ㅁ자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멀리서 보면 교도소라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얼마 전에는 건물 외벽에 전통 조각보 문양의 디자인과 도색을 해 고급아파트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할 정도입니다.

그 안에는 헬스장이 있고, 문화관에는 특별수업을 받을 수 있는 각종 학습실도 있습니다. 운동장에는 지압보도가 있습니다. 운동시간이 되어 여유롭게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저녁을 먹은 아낙들이 아파트 주면을 산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자수용자로 이루어진 합창단은 실력이 상당해서 가끔 담장 밖으로 공연을 나가기도 합니다. 또한 여성을 위한 각종 문화공연도 많은 것이 청주여자교도소의 자랑입니다.

물론 출소 후 직업을 갖기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직업훈련도 받습니다. 여자수용자에게 직업훈련이 더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남자들의 경우 교도소에 들어가도 가족관계가 유지되는 반면, 여자수용자들은 남편으로부터 버림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돈을 벌 기술 하나쯤은 익혀서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 교도소 안에 핀 사람꽃

청주여자교도소의 또 다른 특징은 어린 아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여자수용자가 아이를 낳거나 밖에서 아이의 양육을 맡아줄 사람이 없는 경우 아이와 함께 교도소에서 생활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교도소생활에 아이의 기억에 남지 않도록 18개월까지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청주여자교도소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와 장난감, 서적 등이 구비된 놀이방도 따로 있고, 아이는 엄마와 거실을 따로 지정받습니다. 기저귀나 분유 같은 것은 자비로 구입하는 게 원칙이나 사정이 어려우면 국가에서 제공을 합니다.

아이가 운동장에 나가 놀 수 있는 엄마의 운동시간에 한정되기 때문에 답답하기는 하겠지만 아이들은 여자교도소 안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수용자들뿐만 아니라 교도관들도 아이에게 많은 사랑과 정성을 쏟는다고 하네요. 돌이 되면 돌잔치도 해줍니다. 바깥사회에서처럼 뷔페식당을 빌려 치루는 잔치는 아니고 돌상차림을 해주는 것이지만 직원들이 정성을 모아 축하를 해준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랑을 받던 아이가 18개월이 되어 밖으로 나가는 날이면 교도소 전체가 울먹인다고 하니 꽃 중에 가장 예쁜 꽃이 사람꽃(人花)이란 말이 실감납니다.

이번에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