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먹거리를 확보하는 것은 기업과 국가의 생존과 성장을 담보하는 필수조건이다. 성장동력을 찾지 못한 기업과 국가의 처지와 상황이 어떠했는지는 역사가 여실히 증명한다. 더욱이 기술의 진화 속도가 빠르고 그 기술의 생명주기가 짧은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의 확보 노력은 더욱 절실해졌다. 반도체 이후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깊은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의 경제 현실을 감안하면 차세대를 기약하는 성장동력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등장한 정부의 신성장동력 계획에 거는 기대가 적지 않다.

지식경제부와 신성장동력기획단이 확정 발표한 신성장동력 계획은 우리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핵심과제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미래 녹색 성장을 이끌 성장엔진으로 6개 분야 22개 업종을 선정하고 향후 5년 동안 99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88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신성장동력으로 인한 부가가치 생산액은 올해 116조원에서 5년후 253조원 10년후엔 57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6대 분야 22개 신성장동력은 성장잠재력을 확충시켜 우리 경제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로 기업 연구소 정부에 R&D 인력양성 새로운 투자 방향을 제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신성장동력 보고회에서 “녹색성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강조한 것처럼 정부의 계획이 ‘저성장’과 ‘저고용’의 이중고를 함께 풀어갈 야심한 계획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사실 노무현 정부 때도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는 이름의 국가 핵심과제를 뽑아 추진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도 차세대 성장동력인 10개 과제가 추진되면 우리의 미래가 밝을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이 충만했다.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희망은 정부만의 요란한 호들갑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비효율과 중복투자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투자비의 70%가량을 공공자금이 떠맡는 등 정부 계획이 관 주도로 흘러 민간투자를 이끌어 내지 못한데다 R&D에 치우쳐 산업화에 연결되지 못해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을 ‘녹색 성장동력’으로 겉 포장만 바꿔 새로 작명한 것에 그친다면 우리경제의 미래는 없다. 다행인 것은 정부의 ‘등 떠밀기식’ 사업추진 행태에서 벗어나 과제 선정부터 민간 주도로 이뤄져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민간이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정부가 뒤를 미는 형태는 의미있는 변화이며 바람직한 출발점으로 보인다.

경제성장의 근간인 기업의 투자가 수반되지 않는 신성장동력 사업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세운 투자액 99조 4,000억원 가운데 민간이 92%인 91조 5,000억원을 민간이 부담하고 있어 정책의 성패 여부는 기업투자에 달려있다. 당장 앞이 보이지 않아 투자를 꺼리는 기업에게 이만한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 규제개혁과 제도개선이 어느 정도 이뤄지느냐가 투자의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이다. 현실의 난관을 뚫고 규제혁파를 이뤄내는 이명박 정부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기업의 투자의욕이 살아나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단행하고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사업추진 여건이 만들어질 때 목표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앞으로 보다 더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전략과 방안을 수립해가겠지만 녹색 만능주의와 버블이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