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이래 처음 수립된 에너지기본계획의 근간을 이루는 화두는 ‘저탄소 녹색성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한반도의 기적을 만들 미래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데 이어 최근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고 에너지산업을 수출산업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핵심골자다. 계획대로 라면 2030년이 되면 화석에너지 비중은 현재의 83%에서 61%로 감소하고 원자력발전소는 10기가 증설된다. 석유 가스 자주율은 4.2%에서 40%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정부의 철학과 정책의지를 담은 에너지 기본계획이 ‘탈 석유사회’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 전반에 걸친 대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시대적 사명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구호가 한때 수세에 몰린 이명박 정권이 국면 전환용으로 내놓은 것이라는 비아냥도 받았지만 고유가와 기후변화라는 위기 상황에서 방향설정과 시기가 적절하다고 본다. 유가 변동 추이에 따라 국가경제 전체가 휘둘릴 수 밖에 없는 허약 체질을 가진 우리의 처지는 에너지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이 절실하다. 여기에다 온실가스 의무 감축이행 등 환경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가 가속화되고 세계적으로 자원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에너지 안보의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 변화는 저탄소형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면 국가의 운명은 좌초될 수 밖에 없다는 에너지 패러다임을 몰고 왔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저탄소 녹색성장’은 불가피한 선택이자 과제이며 미래 비전이다.

안보, 효율, 환경, 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나선 정부의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워 놓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천문학적인 재원이 필요하지만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성은 떨어져 보인다. 정부는 민간이 72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바라지만 기대대로 될 지는 미지수다. 원전 10기를 추가로 건설하려면 기존 부지에서 소화할 수 없는 새 부지를 찾는 것도 녹록하지 않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16년이면 임시저장시설이 포화상태가 되는 만큼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국민 가계나 산업경쟁력과 직결되어 있는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을 원활히 실현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산적한 난제를 풀고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의 비전을 달성하려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낸 우리 국민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야 가능하다. 극복해야 할 난제가 많다고 해서 주춤하기에는 우리의 처지가 절박하다. 깊은 수렁에 빨려 들어가는 국가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와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려면 ‘저탄소 녹색성장’외에 달리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물론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계획은 구체성이 떨어지거나 전략 이 허술한 부분도 눈에 띄지만 앞으로 하위 계획을 세울 때 이를 충실하게 담아 계획의 실현성을 높이고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에너지기본계획의 핵심 키워드인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성장 동력화를 일궈나가려면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리더십, 에너지업계의 발빠른 대응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신재생에너지가 ‘IT버블’처럼 ‘그린버블’로 무너지거나 원자력이 ‘반핵’에 밀려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일이 결코 없어야 한다. 고용 창출 효과와 수출 파급 효과가 큰 원자력산업과 국산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코리아의 신화를 이뤄나가면 국가 경제는 또 다른 지평이 열릴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녹색성장을 이끌 견인차 역할을 할 원자력이 지구를 보호하는 최적의 에너지이자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야만 ‘원전 확대’계획이 순조로울 수 있다. 원자력계 등 전력계의 열정과 분발이 요구된다. 환경단체들도 ‘무조건 반대’의 극단주의를 버리고 갈등과 충돌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중지를 모으는데 힘쓸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