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큐레이터는 감독, 지배인을, 법률에서는 미성년자, 심신상실자, 낭비자 등의 보좌인, 후견인을 의미한다. 그리고 대학 등의 간사, 평의원을, 박물관 · 도서관 등의 관리자, 관장·주사를 뜻하기도 한다.

오늘날 현대인은 너무도 많은 정보와 선택의 홍수 속에 방황하며 기로에 서있다. 하루 밤을 자고 나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쏟아지고 자료나 정보 역시 넘치고 있다. 거리에는 온갖 광고들로 가득하고 홈쇼핑에서는 저마다 최상의 상품임을 강조하며 갖가지 방법으로 소비자의 취사 선택을 유혹한다. 

이처럼 특정매체나 인물, 집단 등에서 추천한 책이나 음식, 패션 등을 소비하는 것을 일컬어 큐레이터 소비라고 한다. 큐레이터 소비는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생성돼 등장했다. 믿음을 기반으로 신뢰할 수 있는 개인이나 매체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소비하는 것이 이른바 큐레이터 소비이다.

우리는 이미 큐레이터 소비의 한가운데서 생활하고 있다. 소비 큐레이터, 급부상하고 있는 소비제안 큐레이터, 그들이 있기에 일반 소비자들은 취사선택의 시간을 단축하며 갈등을 조금은 덜 수 있다. 넓은 정보의 바다 한가운데서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는 그들이야말로 사막의 오아시스나 망망대해에서 훤히 비춰주는 등대와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쉽게 접하는 큐레이터의 유형으로 첫째 오피니언 리더를 들 수 있다. 누구나 다 아는 또는 업계에서 유명한 인물이 선택하고 추천하는 것이라면 언제든지 신뢰하고 구매한다. 이것이 현대인의 야릇한 심리이다. 둘째 연예인이나 탤런트, CF모델이 있다. 그들이 입고 나온 의상, 액세서리, 나아가 그들이 선택하고 즐겨 찾는 상점이나 공간이라면 괜찮을 것이라는 기대감속에 일반 소비자들은 큰 갈등 없이 따라서 행한다. 셋째 대중매체를 꼽을 수 있다. TV, 라디오, 영화, 신문, 잡지 등이 소개한 음식점이나 공연, 영화 등은 일반 소비자에게로 즉시 선택을 위한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형태의 큐레이터는 사실 기존에 어느 정도 존재했었다. 지금은 우리가 주목할 큐레이터는 다름 아닌 인터넷 오피니언 리더 이른바 넷피언리더일 것이다.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인터넷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특수한 큐레이터가 바로 넷피니언 리더이다.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전문지식을 적극적으로 나타내고 의견을 표시하는 이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이와 같은 부류는 30대 전후에 많이 있다.

우리는 영화를 보러 가거나 여행을 갈 때 제품을 살 때도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이미 경험한 소비자들의 품평과 평가에 의존한다. 오늘날 인터넷 커뮤니케이션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네티즌의 독후감이나 평가야말로 소비자들의 가치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큐레이터 소비자는 단순히 큐레이터가 소개하거나 제안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물건과 연관된 개성과 체험, 스토리를 함께 구매한다.
세상이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할수록 그 속도에 비례하여 쇼핑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우리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을 것이다. 쇼핑 큐레이터는 소비자들을 선택의 고민에서 해방시키고 시간을 절약해줄 것이다. 인터넷은 그 같은 활동에 어떤 특별한 제약을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로서는 네티즌의 영향력이 막강한 만큼 이들을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마케팅 활동의 대부분을 단지 외부 큐레이터에 맡길 수만은 없다. 결국에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적인 큐레이팅을 해야 한다. 가령 단순한 제품 진열에서 탈피하여 해당 제품의 다양한 기능과 활용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코디네이션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소비 가이드를 제시하는 다양한 디스플레이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