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죄수는 먹어 조진다

광복 후 교정행정을 인수한 지가 어느덧 63주년이 되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사람이 사는 사회에는 범죄가 있었고 감옥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형벌에 관해서 다시 말씀 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오늘은 교도소 안에서 먹고 사는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교도소를 떠올리면 어떤 것들이 연상될까요? 콩밥, 칼잠, 푸른색의 수의, 높은 담, 접근불가, 불결함, 폭력, 낯설음과 어두움, 은밀함 그리고 거리감 등 밝고 긍정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를 떠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오해입니다. 요즘의 교도소는 과거와는 많이 다릅니다. 그동안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한국의 교정행정도 많은 발전을 했습니다.

소설가 정을병 선생의 단편소설 육조지를 보면 ‘순사는 때려 조지고, 검사는 불러 조지고, 간수는 세어 조지고, 판사는 미루어 조지고, 죄수는 먹어 조지고, 마누라는 팔아 조진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육조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하겠습니다.

죄수는 먹어 조진다는 것은 감방 안에 들어 앉아 할 일이 없으니까 엄청 먹어댄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얼마나 먹어대는지 한 방에 네 명의 죄수가 있었는데 뺑끼통(화장실)에는 항상 한 명이 들어가 있었고, 한명이 기다리는 현상이 종일 일어났다고 합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네 명이 하루 동안 배설한 것을 뺑끼통을 치우는 두 명의 죄수가 겨우 들어 옮길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먹어대는 죄수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밖에 있는 마누라는 있는 돈 없는 돈 다 쓰고, 나중에는 가재도구까지 팔아 돈을 마련해 영치금으로 넣어줬다고 해서 ‘마누라는 팔아 조진다’는 말이 나온 거랍니다.

■ ‘콩밥’은 교도소를 떠났다

가다밥, 식깡, 식구통.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가다밥은 틀 밥, 찍은 밥이란 뜻입니다. 가다는 일본어로 형(型. 거푸집 형)이고 가다(かた)라고 읽습니다. 과거에는 정량배식을 위해 밥그릇처럼 생긴 틀로 밥을 찍어서 주었기에 생긴 말입니다.

과거의 교정 용어 중에는 일본식민지의 영향을 받아 일본말이 지금도 간간히 남아있기도 합니다만 지금은 그런 말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식깡(밥통), 식구통(배식구)이라는 말도 담장 밖에서는 쓰지 않는 말입니다만 교도소 안에서는 경력(?)을 과시하려는 수형자들이 사용하기도 합니다.

“너, 콩밥 좀 먹어야겠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그 말은 ‘너, 교도소에 가야겠다’는 뜻입니다. 그 때문에 많은 분들이 교도소에 가면 콩밥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1957년에 최초로 ‘재소자의 밥상에 대한 규정’이 제정되면서 쌀 30%, 보리50%, 콩 20%의 혼식이 수용자들의 식사로 제공되었고 그로 인해 ‘콩밥’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봅니다. 그러다가 1986년에 곡식의 비율이 쌀과 보리의 비율이 5:5로 바뀌면서 교도소 식사에서 콩이 사라졌습니다.

그 후로 1989년에는 백미:보리가 6:4의 비율로 섞였고, 1994년에는 7:3, 1995년 8:2로 백미의 비중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밥이 쌀은 별로 없고 꽁보리밥 수준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는 밥에서 보리가 두드러지게 많아 보이기 때문이지 결코 비율이 잘못 된 것은 아닙니다. 혹시라도 집에서 쌀과 보리를 8:2로 섞어서 밥을 지어보면 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콩밥”은 이제 교도소와는 상관이 없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 다양한 메뉴의 식단

수용자들은 수용거실 출입문 옆에 식구통이라고 부르는 배식구를 통해 밥을 받아 방 안에서 먹습니다. 배식구는 세로 20cm, 가로 18cm 크기의 구멍인데 복도에서 밥과 국을 전달하는 통로입니다. 사실 그런 식으로 음식을 받아먹는다는 게 좋을 리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도소에 따라서는 문을 열어 배식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밥을 먹을 때 사용하는 식기는 플라스틱으로 된 것들을 사용합니다. 쇠붙이로 된 것은 자칫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위험성 때문에 사용하지 않습니다.

식사는 밥상을 놓고 합니다. 과거에는 거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먹었지만 요즘은 인간적인 대우를 하기 때문에 방마다 밥상을 보급했습니다. 

1980년대 초반에 나온 소설가 이철용의 ‘어둠의 자식들’에는 수용자들이 먹을 것을 놓고 아귀다툼하는 광경이 나옵니다. 그보다 더 과거에는 수용자의 등급에 따라 식사의 양을 다르게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모범수일수록 밥을 많이 줬고, 등급이 낮으면 적었습니다. 그 시절의 징역은 ‘배고픈 설움과 한’을 반드시 거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담장 안에서도 그런 배고픈 설움이 사라진지 오랩니다. 삼시세끼 항상 새로 지어 제공하는 식사의 양은 넉넉함을 넘어 남기기까지 합니다.

끼니마다 반찬은 세 가지가 나옵니다. 식단은 국과 김치는 기본이고 생선가스, 소시지, 어묵볶음, 닭개장, 감자조림, 오징어야채무침, 두부조림 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되어 돌아가면서 나옵니다. 특별한 날에는 특식이 나오기도 합니다. 현재 1식3찬인 반찬 수도 연차적으로 1식4찬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합니다.

■ 다이어트를 하는 수용자들

반찬이 부족하거나 다른 것이 먹고 싶으면 영치금으로 사 먹을 수가 있습니다. 음식물 구매 신청서에 원하는 물품을 적어 내면 영치금으로 구입해서 방으로 배달해줍니다. 구매할 수 있는 먹을거리는 컵라면, 초콜릿, 과자, 오징어, 땅콩, 우유, 음료수, 육포, 훈제 닭고기, 돼지고기, 고추장, 과일 등 다양합니다. 수용자들은 그런 것들을 구입했다가 식사 때뿐만 아니라 간식으로 먹기도 합니다. 2004년부터는 커피나 녹차 등 기호식품도 구입해 즐길 수 있습니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에는 남 몰래 먹고, 보고 있어도 안 주기도 했지만 요즘은 생활에 여유가 생겨서인지 수용자들이 함께 나눠 먹습니다. 심지어 제때 먹지 못해 버리는 음식이 적지 않습니다.

사실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수용자들이 몰래 술을 만들었다가 적발되기도 한답니다. 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밥이나 식빵에 요구르트를 넣고 이불 속에 넣어서 발효를 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면 알코올 도수가 5도 이상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진짜 술이 만들어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이 여럿 모이면 못하는 게 없나봅니다.

처음 구치소에 들어온 미결수들은 재판 걱정을 하느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못해 살이 빠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해지면 서서히 살이 오르기 시작합니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려는 본능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운동량은 부족하고 먹는 것은 많다보니 체중이 불어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는 수용자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방 안에서 몸을 움직여 운동을 하기도 하고, 하루에 한번 있는 운동시간이면 땀을 뻘뻘 흘리며 달리기를 하기도 합니다. 이제는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배고픔을 참아내기보다 비만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