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융복합화라는 시대흐름은 전기 분야에도 강하게 불어오고 있습니다. 이제 전기라는 학문은 IT와 전자, 통신까지 함께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는 시대가 다가왔습니다. 그러나 전기 분야의 전문성을 확보한 이후에 인접학문을 접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고윤석 남서울대 전자정보통신공학부 조교수는 국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전기전자제품의 유비쿼터스화를 비롯해 전력IT, 유무선 전력검침 등 첨단기술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학문적 전문성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간단하게 컴퓨터로 시뮬레이션 처리해서 과제를 제출하고 있는 실정이니 전기 구동원리나 회로도 설계 및 검사의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고 교수는 국내 대학들이 학부제 도입으로 일부 인기학과에만 학생들이 몰리고 있는 현실에서 전기 분야의 우수인력 모집과 양성에 어려움이 크다고 토로했다.

“70년대 후반 공학 분야에서 전기는 가장 인기가 높았던 학문으로 졸업 후 큰 기대를 갖고 전기공학과에서 학문연구를 시작, 박사학위까지 받았다”는 고 교수는 “지금 학생들은 실습실에서 조그마한 전기 스파크까지도 무서워하는 등 전기 분야를 어렵게 느껴 갈수록 전기공학의 인기가 하락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고 교수는 또 “그나마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조차 기본동작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대신 컴퓨터를 이용 손쉽게 과제해결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겪는 실패를 통해 구동원리를 깨닫고 완성시켜 나가는 것이 학문연구의 기본임 깨달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고 교수는 광운대학교에서 시스템 제어분야와 배전 시스템 자동화, 철도 시스템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이후 한국전기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현재 남서울대에서 미래 전기 공학도를 양성하고 있다.

현재 자신의 학부생들과 함께 디지털 수배전반을 연구개발하고 있는 고 교수는 올해 말이면 시험 제작품이 완성되어 성능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원격검침 기술이라는 시대흐름에 맞춰 일반 수용가의 적산사용량 계측뿐만 아니라 전기품질 감시기능과 누전이벤트 기록기능을 지닌 디지털 수배전반을 개발하고 있다”며 “전기 분야에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시켜 다양한 첨단 기술을 구현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연구개발 과정에서 주변부품을 설계하고 구성하는 단계는 핵심부품을 자체개발하는 것에 비해 손쉬운 일”이라는 고 교수는 “앞으로 기초과학을 비롯한 이공계 인력양성을 위한 전략적 교육정책과 학문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