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정전 파장>

지난달 3일 발생한 여수국가산업단지(이하 여수산단) 정전사고는 한화석유화학의 피뢰기가 낡아서 발생한 것으로 한전과는 무관한 것으로 최종 결론났다.

이후 여수산단 입주 기업들은 정전사고를 둘러싼 손해배상 문제로 업체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불협화음이 법정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한국전기산업진흥회는 여수산단을 계기로 손배문제에 대비한 PL법 대응을 비롯한 대응책 마련에 들어갔다.

또 한전과 전기안전공사는 상호 MOU를 체결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전과 전기안전공사는 전체 정전이 줄어드는 반면 고압고객의 수전설비 고장으로 인한 파급정전은 일정수준 지속 발생하고 있어 이를 감소하기 위해 양사간 경영진 MOU를 체결하고  걷고 나선 것이다.

■ 전국 378개 대형 공장 일제 점검
5월 3일 발생한 여수산단 정전 이후 대규모 기업고객의 설비불량에 따른 정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정부와 한전, 전기안전공사, 전기산업진흥회 등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먼저 한전은 3일 경영진과 전국 사업소장이 참여하는 '154kV 대규모 기업고객 정전예방 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박순규 한전 변전운영팀장은 ‘대용량고객 정전사례 분석 및 개선대책’을 발표했다.

지식경제부는 5일 관련 기관과의 합동조사를 벌이는 등 원인 분석에 나섰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화석유화학의 구내 피뢰기가 노후화돼 불에 타 부서지면서 이에 따른 저전압 현상이 발생했으나 한화 측 모선보호계전기가 적시에 차단하지 못해 여수산단 내 22개 업체에 전체 또는 부분 정전을 일으켰다.

또 지난달 6일 발생한 여천NCC 3공장의 2차 정전사고는 공장 구내의 변압기고장에 의한 단순사고로 1차 정전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지경부는 전기안전공사를 통해 이달 말까지 전국 378개 대형 공장의 전력설비에 대해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시설개선을 촉구할 계획이다.

■ 여수산단 정전 손배, 법정 비화
여천NCC와 대림산업, 폴리미래 등 3개 업체가 여수산단 정전 사고와 관련, 한화석유화학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법정으로까지 옮겨 붙게 됐다.

한화측은 “지경부 발표 이후 여천NCC와 대림산업, 폴리미래 등 3개 업체가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전 사고의 원인이 한화석화에만 있다고 발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 청구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본다”면서 “손배를 청구할 경우 다각도로 검토한 후 대응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혀 정전사고를 둘러싼 관련 업체간 갈등이 빚어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지경부는 전체 정전이 발생한 여천NCC 등 3개 업체는 자체 보호계전기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전력이 차단된 것이라고 적시했다.

또 지난달 6일 발생한 여천NCC 3공장의 2차 정전사고의 경우는 공장 내의 변압기 고장에 의한 단순 사고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 한전, 전기안전공사 MOU
한전은 지난달 13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주요산업단지에 공급 중인 한전 측 관리변전소 전력공급 설비와 66kV 이상 대규모 기업고객 수전설비에 대해 특별점검에 나섰다.

점검결과 71개소의 전력설비 과열개소 보수와 보호용 계전기 현장결선 불량보수를 실시했고 철탑 기초보강 요청 등 142건, 지중케이블 보호장치 개선요청 65건을 접수했다.

전기안전공사도 이달까지 전국 378개 대형 공장의 전력설비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섰다.

특히 양사는 ‘고압고객 수전설비 고장예방을 위한 협력 MOU’를 체결하고 파급정전 최소화에 나섰다.

10일 한전은 본사에서 전기안전공사와 경영진 MOU를 체결했다.

MOU 체결로 한전은 고압고객 수전설비 열화상진단 등의 점검내용을 안전공사에 제공하고 안전공사에서는 수전설비에 대한 법정검사 결과를 한전에 제공키로 해 효율적인 사전예방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 전기진흥회, 내구연한 등 대응책 마련
한국전기산업진흥회는 11일 ‘피뢰기 공인인증시험면제 업체 기술교류회’를 개최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이 눈길을 끌었다.

진흥회와 한전, 피뢰기 제조업체 등은 고압고객에 따른 파급정전 현황과 설비별 정전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고 예방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한전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설비별 고장원인은 피뢰기(21.0%)>차단기(20.5%)>개폐기(15.9%)>MOF(14.4%) 순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인별로는 노후화와 같은 자연열화(44.9%)와 까치나 쥐 등에 의한 외물접촉(22.8%)에 의한 고장율이 현저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영섭 한전 배전운영처 과장은 “수전설비에 대한 고객측의 관심소홀과 관리여건이 미흡해 파급정전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며 사업주나 경영주 등 고압고객의 파급정전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김문식 전기진흥회 기술본부장은 “파급정전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 가운데 피뢰기의 내구연한 설정에 따른 방법도 찾아봐야 한다”며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또 “제조업체들이 제품을 정해진 기준에 맞춰 적합하게 제조했어도 사용자의 관리 소홀로 발생한 문제에 대한 책임보상문제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며 “제품을 생산, 판매할 경우 기업 스스로 내구연한을 마련하는 등의 자구책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윤승 기자 hy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