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9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는 국내 원자력 발전사에 한 획을 긋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국내 원자력발전 30년을 맞이해 다양한 주제의 심포지엄과 이를 기념하는 기념식이 그것이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국내외 참가자들은 한국 원전산업에 대한 성과와 과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우리나라의 원전 30년을 축하하기 위해 방한한 유리 소콜로프(Yuri Sokolov) IAEA 사무차장은 이날 ‘세계 원자력산업 미래 전망 및 과제’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통해 “에너지수요 증가, 기후변화, 에너지안보 강화 등 국제 에너지 환경변화로 원자력산업계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며 “2030년이면 세계적으로 약 300기의 신규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대비해 기술력 및 원자력인력 양성, 국제협력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진우 에너지경제연구원 박사(전력·가스연구실장)는 ‘국가에너지 정책동향과 전망’에 대한 특별강연을 통해 최근의 ‘초고유갗 시대를 극복하고 국제적인 CO2 감축 움직임에 대처키 위해서는 오는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프랑스 아레바社의 레미 오뜨베르 부회장, 미국 웨스팅하우스社의 티모씨 J 콜리어 부사장, 캐나다 AECL의 켄 페트러닉 원자력분야 사장, 루마니아 원자력규제기관의 보말라 바쟈 원장(차관급)도 한국 원전산업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심포지엄에 이어 개최된 기념식에는 색동저고리를 입은 초등학생들이 든 청사초롱을 앞세우고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 박종구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유리 소콜로프 IAEA 사무차장 등 국내외 학계 및 산업계 주요 인사들이 등장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이날 기념식에서 한승수 총리는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 원자력기술은 원전 이용률 90% 이상, 고장률 연간 0.6건으로 세계 최고수준의 관리·운영 능력을 갖추게 되었으며 최신 시공기술의 표준화를 통해 경제성과 국제 경쟁력까지 확보했다”며 “이미 우리는 한국형 원전을 개발하였고, 2015년까지는 세계에서 네 번째로 순수 독자기술로 개발한 원자로를 갖게 될 것입니다. 말 그대로 원전 일류국가가 되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처럼 우리 원전은 비약적인 발전을 통해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왔다”며 “그동안 값싸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밤낮없이 노력해 온 원자력 관계자 여러분의 헌신과 노고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특히 “국제유가가 지난 일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상승하였고 석탄, LNG를 비롯한 다른 연료가격도 크게 올랐고 더욱이 이러한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각국이 가장 큰 관심을 갖는 것이 바로 원자력발전”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원전건설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은 원전이 저렴하면서 환경친화적인 에너지로써 가장 현실적인 대안임을 세계가 인정하게 된 때문”이라며 “우리도 이러한 에너지 환경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또 “원자력 발전의 세계시장 진출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 표준 원전 OPR-1000은 말할 것도 없고 이보다 건설 및 발전단가를 10% 낮춘 140만㎾급 대용량 APR-1400을 개발한 우리나라는 이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세계 원전시장에 진출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2030년까지 약 309기의 신규 원전수요가 있게 되고 이 거대한 국제 원전시장의 규모는 700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동안 축적해 온 세계 최고수준의 경쟁력과 100%자립을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해 본격적인 원전 수출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전의 안전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한 총리는 “그동안 철저한 안전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국민의 신뢰도 상당히 높아졌다”며 “그러나 조금도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고 더욱 완벽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사용후 연료를 포함한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관리방안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특히 이 문제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이 예상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만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제 원자력은 단순히 내수용 전력공급의 수단이 아니라 수출선도형 국가전략의 중요한 선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그러면서 “오늘은 원자력발전 30년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한편 원자력 수출 원년으로 선포하는 날로 삼고도 싶다”며 “원자력발전 60년, 회갑을 맞는 날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제1의 원자력 수출국가가 된 것을 기념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우리 모두가 슬기와 능력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종신 한수원 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30년 전 우리나라는 원전을 도입하기엔 자본, 기술, 인프라 등 모든 것이 부족하고 열악한 환경이었다”며 “그러나 당시의 지도자, 선배들은 앞날을 내다보는 혜안을 갖고 원전의 불을 지폈고 초창기 시련과 역경을 땀과 열정으로 극복하고 오늘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강국으로 발돋움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 모든 것은 국민 여러분 특히 지역 주민 여러분들의 성원과 오늘의 원자력발전이 있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묵묵히 수고하신 모든 분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금 세계는 다시금 원자력발전에 주목하고 있다”며 “사상 최고치를 웃도는 고유가와 자원 패권주의, 지구 온난화 현상 등의 문제에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바로 원자력발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그러면서 “우리가 지난 30년 동안 꾸준히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면서 쌓아온 기술력을 발휘한다면, 원전 도입 단계에 있는 국가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전을 해외로 수출하여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특히 “원자력계 최대의 현안사업이자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부지가 선정되었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이 지난해 경주 시에서 성공적으로 착공식을 가졌고, 금년 초에는 고리 1호기가 수많은 대화를 통해 지역주민의 합의를 얻어 발전을 재개함으로써 향후 후속호기들의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에 자만하지 않고 겸허한 자세로 안전 최우선 운영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원전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역사회와 상생경영을 함으로써 ‘국민의 사랑 받는 한수원’을 만들어 가겠다”며 “지난 30년의 역량과 저력을 모아 앞으로 30년, 더 나아가 300년 뒤의 에너지 미래를 위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원전 30년…세계 6위 원전강국 부상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원전 보유국이 된 우리나라는 현재 17,716MW 설비 용량의 원전 20기를 보유한 세계 6위의 원전강국으로 부상했다. 설비규모 면에서는 미국 104기, 프랑스 59기, 일본 54기, 러시아 31기, 독일 18기 다음으로 현재 고리와 울진, 월성에 6기의 원전을 신규로 건설하고 있고, 2기의 원전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지속적인 원전건설과 기술자립으로 건설 및 운영능력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섰다. 고리 1호기 건설 당시 100% 미국 기술에 의존했으나 표준형 원전은 95%의 기술자립을 이뤘다.

또 세계적으로 건설붐이 일고 있는 3세대 원전격인  APR1400도 우리기술로 개발해 신고리 3,4호기를 건설하고 있고 신울진 1,2호기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2016년 국내 원전은 총 28기의 원전을 보유하게 된다.

20기를 운영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원전의 호기당 고장횟수는 0.55회에 불과해 세계 최저수준이다. 최근 5년간 평균 이용율은 92.74%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 30년간 심각한 고장에 해당하는 3등급(국제원자력기구-IAEA 기준) 이상은 한 건도 없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성장을 기반으로 원자력기술 종주국인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중국 등 세계 각국에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

설계?연료 분야를 포함한 기술 및 인력수출분야에서도 1억 4천만 달러 규모의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 산먼, 미국 조지아주원전 등에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주기기를 수출하며 원자력산업 전체에서 10억불 이상의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초고유가 시대 대안으로 급부상

원자력발전은 지난 1973년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대안으로 추진되어 지난 30년간 국가 에너지자립에 기여해왔다.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가동된 1978년 발전량 가운데 석유 비중은 무려 74%에 달했다. 그러나 원자력 6기가 들어선 1986년에는 19%로, 20기가 들어선 2005년에는 4.9%로까지 급격히 의존도가 낮아졌다. 또 지난 30년간 원자력발전은 총 2조kWh의 전기를 생산, 석유대비 155조 280억원, 가스대비 247조 200억원의 원가절감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인해 물가안정과 국가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도 해왔다. 지난 82년 이후 지난해까지 물가는 207% 상승했으나 전기요금은 고작 5.5% 상승하는데 그쳤다.

국내 전기요금은 지난해 기준 kWh당 77.85원으로 일본 132원, 프랑스와 영국 115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전력 1kWh를 생산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은 원자력이 34원인 반면 석탄은 35.7원, LNG는 무려 86.8원으로 원자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최근 국제유가가 1배럴당 130달러 선을 돌파하며 초고유가시대가 도래하면서 원자력발전은 안정적인 에너지공급과 에너지안보의 대안으로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생산가격이 저렴한데다 가격 변동시에도 영향이 적고 물량비축도 쉽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원료가격이 100% 상승할 경우 원자력발전은 연료비가 1.4원 상승하는데 그치지만 유연탄은 무려 21원, LNG는 59원이나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우라늄 1g과 맞먹는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석탄은 무려 3톤을 비축해야 한다.

한수원에 따르면 발전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g/KWh)은 석탄 968ｇ, 천연가스 440ｇ, 석유 803ｇ, 태양광은 100ｇ인 반면 원전은 9ｇ에 불과하다.

■원자력 발전, 세계 흐름은?

세계는 지금, 에너지안보와 환경 대책으로 신규원전 건설을 가속화되고 있다. 일본은 오는 2030년 이산화탄소 13% 감축과 석유의존도를 현재의 50%에서 40%로 낮추기 위해 원자력발전 비중확대에 나서고 있다. 2020년까지 신규원전을 11기 더 건설하고, 현재 60%대에 불과한 원전 이용률을 한국과 미국 수준인 90%까지 끌어 올린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원자력발전 비중은 1996년 35%에서 2020년까지는 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중국도 2020년까지 31기를 도입, 설비용량을 40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미국도 신규원전 건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에너지정보국(EI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12GW(10기) 이상의 신규 원전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총발전량의 78% 이상을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있는 프랑스도 지속적인 신규원전 건설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프랑스는 현재 1,600MW 신형EPR 원전을 2012년 완공 예정으로 플라망빌(Flamanville)에 건설 중이다.

■원전 비중확대는?

이달 말이면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원전의 비중확대 문제가 논의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국가에너지기본계획 2차 공청회를 통해 최소 9기이상의 신규원전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의 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신규원전 부지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원자력발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주)이 확보하고 있는 부지는 신고리에 4기, 신울진에 2기 뿐이다. 따라서 7기 이상의 신규원전을 추가로 건설할 때는 새로운 원전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신규부지 마련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건설재원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1기의 신규원전을 건설할 때 약 2조 5,000억원이 필요하며 13기의 신규 원전 건설에는 송·배전망 건설비용을 포함해 총 25조5,000억~35조5,000억원 가량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kWh당 34원씩 생산해 39.40원에 판매하는 현재 한국수력원자력(주)의 저수익 구조로는 대규모 재원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 개편이나 민간투자 도입 등 다각적인 재원조달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용후연료 대책이 답보상태인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2007년말 기준 고리, 영광, 울진, 월성 등 4개 원전본부에서 총 9,400여톤의 사용후연료가 발생돼 저장중이다. 이는 4개 원전 저장용량(약 12,500톤)의 약 75%에 달한다.

국내 사용후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오는 2016년께면 포화될 전망이어서 중간저장시설 공론화 및 최종처리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용후연료의 중간 저장시설 건설을 추진할 경우 부지선정 단계부터 설계, 인허가, 건설 및 운영까지는 최소한 8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안철식 지식경제부 자원정책실장은 “올 연말 공론화를 시작, 내년에 이를 마무리하고 2010년에는 부지를 선정할 계획”이라면서도 “정부와 사업자인 한수원이 나설 경우 자칫 국민의 반감을 살 우려가 있어 난감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