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는 그칠 줄 모르고 유연탄 가격의 상승세도 멈추지 않고 있다. 대한광업진흥공사에 따르면 올 1월 평균 91.75달러(FOB 뉴캐슬)에 달하던 유연탄 가격은 5월 4주 현재 135달러에 이르고 있다. 5월 들어 130달러 대에 진입한 이래 다시 5달러가 오른 가격이다.

2005~2006년 평균 48~49달러에 달하던 유연탄 도입 가격은 지난해 평균 65.9달러로 급상승했다. 특히 지난 11월 이후 90달러대를 넘어선 수입가격은 2월 132달러를 정점으로 다시 주춤하다가 이달 들어 130달러 대에 재 진입했다.

■한전 2단계 비상경영 돌입

이 같은 유연탄 가격 상승은 발전부문의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전은 최근전력그룹사 사장단회의와 경영간부 회의를 소집하고 유가와 환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원가부담 급증하고 영업손실이 증가하고 있어 비상경영 2단계 돌입과 함께 한전 및 발전회사 합동으로 “줄이고 아끼고 참아, 줄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줄이겠다”고 밝혔다.

고유가와 유연탄 가격의 고공행진은 연료비 2조원이상 증가라는 추가 부담으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한전은 1분기 2,191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전년동기 대비 3,448억원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전기요금이 인상되지 않으면 한전의 영업손실은 점차 증가할 전망이다. 이원걸 사장은 “최근의 고유가는 한전만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위기상황”이라며 “지난 3월 긴축경영을 대폭 강화한 1조원 수준의 예산을 절감하는 비상경영 2단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전 자체 분석에 따르면 유가 배럴당 10 달러가 상승하면 한전의 손실은 8,000억원이 증가하고 환율 10원 상승할 경우에는 1,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위기에 대해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은 “즉각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최대 14% 인상요인 발생…물가당국과의 조율이 변수

이재훈 지식경제부 제2차관은 최근 14%의 인상요인이 발생했다며 “전기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차관은 내년으로 미룰 수 없을 정도로 전기요금 인상이 올해안에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교차보조 중단 등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를 준비해 놓고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인상이다.

지난달 24일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6차 국가에너지절약추진위원회를 열고 전기, 가스요금 등의 에너지 가격체계를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합리적으로 조정할 계획이지만 고유가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서민층 에너지복지 혜택을 위해 7월부터 차상위 계층의 심야전력 요금을 올 1월 인상 이전 수준인 18% 인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전기요금 인상 기조는 물가 당국과는 다른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3월 20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경제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공공요금의 경우는 유가 상승 등 가격인상 요인이 있지만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가능한 한 동결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격인상요인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절감대책을 우선 추진해 원가인상 요인을 경감시킨다는 것이 물가당국의 기본 입장이다.

물가당국과 지식경제부가 입장을 조율할 경우, 우선 하반기 전기요금 인상은 원가회수율에 따른 요금간 격차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인상이 추진될 전망이다. 전력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지식경제부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2006년 기준으로 원가회수율이 123%에 해당 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전기요금 조정 필요성이 합의되면 일반용 전기요금의 원가회수율을 110%대로 낮추고 100%인 산업용 요금은 110% 내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즉, 일반용 요금은 10% 인하하고 산업용 요금은 10% 인상하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으로 관측되고 있다.

에너지절약대책회의에서도 정부는 전기요금을 시장 메카니즘에 따라 조정할 계획이지만 고유가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서민층 에너지복지 혜택을 위해 7월부터 차상위 계층의 심야전력요금을 올 1월 인상 이전 수준으로 18%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는 고유가 대책 마련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정부오하 공공부문의 에너지소비를 10% 절약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전기요금, 가스, 난방 등 관련비용을 지급하면 정부가 사후 정산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부의 기조는 전기요금의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심야전력 요금 이전 수준 복귀와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도입으로 가뜩이나 고유가와 물가인상 등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서민층의 부담을 줄이고 반면, 인상 필요성이 있는 전기요금 등을 조정할 신호탄으로 관측된다.

■전기요금 규제…전력산업 수익성 악화 지속

 정한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대한전기학회 산하 전력경제연구회가 주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전기요금체계의 문제점과 개선방향’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2006년과 2007년 전기요금 조정 과정에서 적용된 투자보수율 6%는 적정 수준에서 1% 모자란다"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그러면서 “산업용, 농사용, 심야전력 전기요금은 점차적으로 현실화시켜 상향조정하고 이에 맞춰 주택용, 일반용 전기요금은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윤경 한전 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00~2007년까지 8년간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과 비교해볼 때 국내 전기요금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한전이 우수한 경영효율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통해 원가상승과 변동비 상승분을 완충했고 변동비가 저렴한 기저전원(원자력, 선탄)이 국내 발전량의 7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국내 전력산업은 연료비 상승분 등의 적정원가도 반영되지 않는 요금규제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고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로 신규 설비투자에 필요한 재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자발적인 절약은 물론 전력회사의 적정 수익확보가 가능한 가격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력그룹사의 한 관계자는 “내년 부족자금만 3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관측 된다”며 “외국에서 조달 여건이 순탄치 않은데 전기 요금마저 조정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