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 추진과 관련해 관련 노동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력노조 등 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는 24일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갖고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에 강력한 대응을 전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전력노조 관계자들이 “구조조정 박살내자”는 입장을 구호로 밝히고 있다.(사진=전력노조 홈페이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는 사장 거취 문제와 민영화 여부, 그리고 고유가와 환율 등의 여파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전력산업계가 그야말로 ‘카오스’ 상태다. 이명박 정부는 최근 한전 등 공공기관장의 사표를 받고 새 정부의 정책과 함께 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재신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절차에 따라 한전 등 몇몇 공공기관장에 대한 공모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당초 규모가 커 1차 공모에 포함키로 했던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대한 공모가 빠지면서 “재신임을 받게 된 것이 아니냐”는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 발표가 다음 달로 예정된 가운데 이를 반대하는 노동계의 반발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전력노조, 토지공사노조 등 공공기관노동조합협의회(공공노협) 소속 노동조합원 2만여명은 지난 24일 여의도에서 ‘공기업 사유화 · 개악적 구조조정·통폐합’ 저지를 위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날 집회에서 김주영 전력노조 위원장 “전력도 다시 사유화의 정책에 휩쓸리고 있는데 ILO총회에서 표방한 것처럼 전기, 수도, 가스는 인권”이라며 “국민의 주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투쟁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의료보험 민영화, 상수도 및 고속도로 민영화 등은 전혀 검토한 바도 없는 사항으로 인터넷 괴담수준의 이야기가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다음 달 공청회를 거쳐 최종 발표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공기업의 민영화 방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정부는 밝히고 있지만 윤곽은 드러나고 있다. 구조개편 대상 공공기관이 321개에 달하고 임직원 수도 25만 명을 넘어 정부의 구조개편안은 공공부문에 미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정부는 321개 공공기관 가운데 민영화 대상 기관으로는 50~60곳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민영화 대상에는 전력분야로는 한전기술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한전, 발전사 등 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는 일단 유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와대도 에너지 공기업의 민영화 유보 방침을 표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민영화 대상에서 일단 제외된다 하더라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한파는 에너지 공기업이라고 해서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자 기획재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추진상황 관련’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공기업 민영화 추진 방안은 현재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현재 검토 가능한 여러 가지 대안들을 놓고 해당 부처와 논의 중에 있다”며 “정부의 시안이 발표되면 관련전문가 등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6월중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상정, 최종 추진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력관련노동조합연대회의(이하 전력연대)는 26일 성명을 통해 “전력산업은 특성상 사유화가 될 경우 ‘공공성’으로 담보된 ‘전문성’이 그대로 ‘민간독젼으로 이어져 ‘사적 독점화’에 따른 폐해는 심대할 것”이라며 “이는 국민생활의 안정성에 대한 심각한 위해는 물론 국가 경제전반에 큰 부담으로 부가될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력연대는 “한전의 배전분할과 발전자회사 민영화 등은 노사정위원회 공동연구단의 연구결과 요금폭등 등 전력산업의 공공성에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전면 중단된 바 있다”며 “지난 역사와 약속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전력산업의 사유화와 구조조정을 추진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일관성 결여이자 자기부정”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전력연대는 “소속 4만 노동자들은 한전 및 발전회사를 비롯해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DN, 파워콤, 한전산업개발 등의 사유화 및 구조조정, 통폐합 시도를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며 “만일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력연대는 정당한 요구가 관철되는 그날까지 모든 역량을 동원, 총력 투쟁해 나갈 것을 강력히 천명한다”고 밝혔다.

발전산업노동조합도 23일 성명을 내고 “발전소를 비롯한 국가기간산업은 대통령의 취향에 따라 일부 정치세력의 이권을 위해 자유롭게 처분해도 좋은 사유물이 아니다”며 “공공서비스는 국민의 혈세로 만들어진 것이고 오직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공공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며 공공부문의 사유화 계획 즉각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경목 한전기술 위원장은 “IMF이후 구조조정과 민영화 언급과정에서 단골 메뉴처럼 한전기술이 언급되고 있는데 우리의 원자력, 발전시장 전체 규모로는 국내 경쟁을 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 하다”며 “원자력 르네상스를 대비해 밖으로 눈을 돌려도 시원찮은 상황에서 (민영화 논란은)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난 30년 동안 설계 경험인력을 보유하지 못한 미국의 한 원자력 설계회사의 경우, 경험인력을 스카웃 해오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사내 공지까지 하고 있다”며 “원자력의 해외수출을 위해 집중하고 효율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힘을 모아야 할 시점에 논리적으로 명쾌하지 않은 민영화로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듯 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고유가와 환율 여파로 인한 수익성 악화, 사장 거취 문제에다 민영화 논란으로 전력산업계가 ‘갈피’를 못잡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출범과 함께 벌어지고 있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전력산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