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는 2006년 6월, 154kV 해미분기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비롯해 345kV 신양양변전소 건설사업, 154kV 과천 송전선로 지중화 건설사업 등 모두 13건의 전원개발사업실시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154kV 해미분기 송전선로 건설사업은 전력수요 증가에 따라 보령화력에서 서산변전소로 가는 송전선로에서 분기, 해미지역에 전기를 추가로 공급하기 위해 송전탑을 세우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 불교계와 환경단체 등은 지난해 3월 ‘가야산지키기 시민연대’를 구성해 항의 천막농성을 진행하는 등 반대활동을 펴왔다.

가야산을 통과하는 송전철탑 건설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이유호 처장은 “민원인의 타당성이 있는 주장은 적극 수용하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불교계와 환경단체 등 9개 시민단체와 적극적인 면담에 나섰다.

서산변전소가 이미 전기공급 능력의 한계를 초과해 송전선로 건설이 지연될 경우 해미·고북지역의 전기부족 현상이 심각해 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송전선로 필요성을 역설했다.

# 대안있는 대화로 실마리 술술~
이 처장은 “해미분기 송전선로는 인근 지역의 기존 선로에서 최적 경유지를 선정한 후 산자부와 충남도, 서산시, 예산군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반영하고 환경검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도립공원과 녹지지역, 문화재 등과 충분한 이격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해를 구했다.

특히 백제의 미소인 ‘서산 마애석불’과 천년 사찰 보원사 터를 흉물스럽게 한다거나 하는 난개발이 아님을 설명했다.

가야산 송전탑은 전기 공급 수요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통해 기존 송전 선로를 증설해 전기를 추가로 공급하고 향후 전력 수요에 맞춰 서산 해미면 일대에 ‘태양광 신재생 에너지 보급 및 확대’하는 데 노력을 다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9개 단체로 구성된 ‘가야산지키기 시민연대’의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

이 처장을 비롯한 대전전력관리처 직원들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매일이다 할 만큼 면담을 요청했고 찾아가 문을 두드리며 대화를 시작했다.

바쁠 땐 전화도 빼지 않았다. 이때 시민단체가 한전과 이 처장에게 붙인 별명이 ‘스토커’였을 정도다.

# 마음의 문을 두드리다
실제 스케줄은 월요일은 현장방문 화요일은 전화통화 등의 방법으로 잡혀 있었다. 본사에 지원도 요청했다. 본사 처장도 7차례나 현지를 방문했다. 이원걸 사장도 현장을 찾을 만큼 회사에서도 정성을 쏟았다.

남들이 꺼리는 관련 토론회도 열어 공론화 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선로경과지의 당위성과 민원인측의 제시안에 대한 자세한 설명회를 주민들을 상대로 2차례나 가졌다.

설명회는 상대를 처음으로 똑 바로 바라볼 수 있었고 눈을 마주한 한전과 민원인 측의 굳은 마음은 춘삼월(春三月), 눈 녹든 녹아들었다.

결국 지난 3월 이유호 처장과 가야산연대 상임대표가 만나 ‘해미 송전선로 건설 및 가야산 복원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며 11개월간 끌어 온 민원에 종지부를 찍었다.

협약내용은 한전이 환경 친화적인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성실히 수행하는 것과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확대에 적극 나서는 것은 물론 가야산 복원활동에 함께 하기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한전은 현재 6월까지 공사를 마치고 6월말을 가압예정일로 잡았다.

# ‘NO’ 보다는 'YES'로 긍정에너지 모색
대전시 동구 용운동 주민자치위원회와 아파트 입주민 등은 변전소 지하화 및 송전선로 일부구간 지중화를 요구하는 민원을 동구의회와 구청에 접수, 1.207km에 달하는 154kV 4회선 철탑 5기 건설공사가 지난해 10월부터 중단됐다.

또 헬기를 이용한 철탑시공 요구도 거셌다. 난관은 또 있었다. 민원인 측과 협상이 난항에 부딪치면서 7개월 동안 대화가 끊기면서 불신의 골은 짙어만 갔다.

한전과의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민원을 무조건 수용해 줄 것만을 요구하는 등 해결책이 보이지 않았다.

민원지역 광역시의원이 한전 출신인 것을 알고 찾아가 중재자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드디어 민원인들과 만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이번에도 해결사는 이유호 처장이었다.

# 대화와 납득…앙금 걷어내
민원인들이 요구하는 변전소 인출 일부구간 지중화에 대해 주변의 지형지물과 잘 어울리게 전력시설물을 시설하는 방법을 한전이 직접 마련해 주민들과 함께 검토하고 설치방법과 3D 형식의 사진을 제작, 주민들에게 제시해 민원을 해결했다.

헬기를 이용한 철탑시공 요구에 대해서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예산이나 비용을 탓하지 않았다.

원한다면 헬기를 이용해 시공하겠지만 현장 주변에는 많은 아파트가 있고 대학 등이 있어 소음과 먼지에 따른 제2의 민원이 발생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함께 고민했다.

민원인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부적합 하다는 결론을 한전에 전하고 민원을 철회했다. 대전전력관리처 직원들과 이 처장의 합리적 사고와 대응이 이번 용운분기 송전선로 건설을 막았던 앙금을 말끔히 씻어내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납득이 민원을 해결하게 된 두 번째 사례다. 대전전력관리처는 환경친화적인 송전선로 건설공사 시행 및 변전소 인근 철탑 1기를 외관이 미려한 지지물로 시공키로 하는 등 지난달 24일 용운동 주민자치위원장과 아파트회장 등과 민원탄결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처장은 “오랜 기간 끌어 왔던 민원이 해결됐으니 이제 6월과 10월 목표로 하고 있는 전력공급 공사를 추진한다”며 “고객신뢰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