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못난 너도 하는데 내가 왜 못해?
  “대박이에요, 대박.” C는 학교후배 P가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2억을 투자해 1년 동안 10억을 만들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생활하며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C로서는 부러울 수밖에 없었다. P는 주식으로 돈을 버는 과정에 대해 소상히 설명했다. C는 고개가 끄덕여지고 자신도 한번 해보고 싶었지만 실패가 두려워 망설여졌다. 때마침 P는 “내가 찍어주는 종목을 사라”며 C를 부추겼다. 자기만의 주식투자 노하우를 설명하기도 했다. C로서는 군침이 돌았지만 어렵게 마음을 비우고 “지금처럼 살겠다”고 했다. P가 딱하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몇 개월 후 C는 다른 후배로부터 P가 주식투자를 빙자해 여기저기서 돈 긁어모아 미국으로 도망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순간 C의 머릿속이 띵해졌다. 말로만 듣던 사기를 당할 뻔했던 것이다.
  누군가가 큰돈을 벌었다고 하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부러워한다. 특히 돈을 번 사람이 '나보다 잘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경우에는 은근히 부아가 끌어 오르기도 한다. 또한 ‘너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소냐?’는 식으로 충동을 자극하기도 한다.
  누구나 큰돈을 벌고 싶어 한다. 여기서 말하는 돈은 급여나 사업을 통한 정기적인 소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나 요행에 의해 벌어들이는 큰돈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돈은 많은 수록 좋다는 게 사람들의 일반적인 심리다. 사실 돈이 많아서 나쁠 것은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게 다 돈의 힘이기 때문이다. 설사 돈 때문에 삶이 바뀌는 것이 싫은 사람이라면 그 돈을 좋은 일에 기부할 수도 있다.

  ■ 대박에 목마른 자 노리는 덫
  단기간에 큰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은 많으면서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가는 귀 얇은 사람들은 대체로 생각을 짧게 하고 결정을 빨리 내린다. 그런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 중의 하나가 기획부동산이다. 기획부동산이란 땅을 대규모로 사들인 뒤 이를 잘게 쪼개 일반투자자들에게 판매하는 사설부동산회사를 말한다. 이들은 텔레마케터를 고용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투자자를 ‘낚는’ 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기획부동산의 주요수법은 도로확장, 도청 이전, 전철 신설, 신도시건설 등의 근거 없는 개발계획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이들은 위조된 지적도나 허위공문서를 제시하며 “지금 땅을 사 놓으면 조만간 몇 배가 뛰어올라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대박에 목마른 사람들이라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 갖은 수법에 넘어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그들이 제시한 장밋빛 청사진이 허위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는 투자비회수가 물 건너간 상태가 대부분이다. 혹자는 ‘땅은 남아있다’며 위안을 삼으려다가 현지에 가서 그 땅의 시세가 기획부동산으로부터 구입한 가격에 비해 터무니없이 싸다는 것을 알고 그 제서야 사기 같은 수법에 말려든 것을 알고 망연자실하기도 한다.

  ■ 모르면 당하는 대박의 유혹
  대박과 요행수를 바라는 사람들을 노리는 것 중에는 유사수신업체도 있다. 이들이 주요 타킷으로 삼는 중년여성과 은퇴자들은 돈은 있으면서도 금융지식이 부족해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이들 업체는 주로 투자금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품권을 환매하는 방식으로 유사수신 행위를 한다. 이들의 “상품권은 물건을 사거나 환매가 되니 결코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는 설명은 투자자를 현혹시키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하위투자자를 끌어오면 다단계 수수료를 준다는 조건도 따른다.
  가령 상품권 1억 원어치를 구입하면 3개월부터 매달 각각 3천만 원, 3천만 원, 4천만 원씩 순차적으로 지급하고, 추가로 3,000~4,000만원의 상품권을 주게 되며, 5개월이 지난 뒤부터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업체가 지급한 1억 3천만 원어치 상품권 중 5%(650만원)는 증정용이라 가맹점에서 사용해야 하며 나머지 상품권은 매매소에서 수수료(10%)를 떼고 환매가 가능하다고 투자자에게 설명한다.
  그 말대로라면 증정용을 뺀 나머지 상품권을 모두 환불할 경우, 1억 원을 투자해 5개월 만에 1,115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된다. 가맹점을 통해 사용할 수 있는 증정용 상품권 650만원을 합치면 실제로 남는 금액은 1,765만원이다. 시중 은행금리의 예닐곱 배가 넘는 엄청난 고수익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융다단계업체는 문을 연 지 몇 달 만에 문을 닫고, 그들이 발행한 상품권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유사수신행위 자체가 불법이라 사법처리 되기도 하지만 투자자에게 돌아가야 할 이익을 내기 위한 사업아이템이 확실하지 않아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으로 영업을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눈먼’ 신규투자자가 오지 않으면 자금흐름이 끊어져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모험과 도전? 실패는 참담하다
  재테크에는 ‘모험과 도전’이 필요하다 강조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어떤 이는 “복 달아나게 시작 전부터 실패를 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또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된다’는 정신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쪽에서는 모험이 따르지 않으면 대박이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도전이나 모험이라는 말을 뒤집어 보면 ‘죽기 아니면 살기’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도전과 모험을 즐기며 살면서 영웅이 된 사람들 중 상당수는 또 다른 도전과 모험을 시도하던 중에 죽었다. 영웅이 되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의 수는 더욱 많다. 도전과 모험에서 실패란 곧 죽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투자를 유치하려는 사람들은 투자자를 유혹하기 위해 성공이라는 멋진 그림만을 눈앞에 펼쳐 놓는다. 과거의 성공사례로 봐서 ‘예상’수익률이 얼마나 되고, 향후 전망은 밝다는 것이 그들의 말이다. 또한 “이 기회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이라는 애정(?) 어린 충고도 곁들인다. 자신감에 넘치는 화려한 수사와 장황한 설명을 듣다보면 문외한들은 금방이라도 큰돈이 굴러들어올 것 같은 대박의 환상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말에는 잘못되었을 경우가 빠져있다. ‘이 상품은 실패할 수도 있고 그 실패책임은 당신이 지게 된다’는 설명은 빼버린 것이다. 결국 그들이 실패를 이야기 하지 않았다면 실패를 가늠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 된다. 그래서 투자는 섣부른 도전과 모험보다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 지뢰밭에서 축구를 한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은 조바심에 마음의 여유가 없어 앞만 보고 달리는 경향이 강하다. 판단력이 흐려져 주변의 충고를 아예 무시하고, 자기만의 생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외골수적인 사람들은 ‘그릇된 신념’에 빠져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얻고자 하는 것이 크거나 많을수록, 자신의 능력에 비해 욕심이 앞선 사람일수록 정상에서 벗어난 편법을 찾게 되고, 사기꾼의 허무맹랑한 수법에 넘어가는 우를 범하게 된다. 사기꾼들은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여 공략하는 데 능수능란하다. 대박에 ‘필’이 꽂혀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은 사기를 당하면서도 ‘나는 절대 사기당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박에 대한 환상에 빠져 사기꾼의 감언이설을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일확천금을 노리다 쪽박을 차게 되면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대박이라는 고지로 가는 길목에는 촘촘하게 지뢰가 매설되어 있다. 지뢰밭에서 축구시합을 하면서 앞만 보고 달려간다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다. 오감을 총동원해 지뢰를 피하거나 찾아 제거하면서 가야한다. 누군가 ‘쉽고 확실하게, 안정적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라고 충동질을 한다면 그 사람이 바로 ‘지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