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AP100·EPR1600·US-APWR1700…. 무슨 암호처럼 생긴 이것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원전선진국들이 대용량원전 시대 선점을 위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신형 원전의 모델명이다.
지난해 10월 22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수력원자력 원자력발전기술원에서는 9년간의 대장정을 시작하는 연구개발을 첫발을 기념하기 위해 국내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지식경제부가 추진하고 있는 원자력발전 기술개발(Nu-Tech2015) 사업의 일환으로 ‘APR+’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착수회의가 열린 것이다.
APR+ 기술개발 사업은 순수 100%의 기술로 150만㎾급 이상의 첨단 대용량 토종 노형을 만들기 위한 연구개발로 오는 2016년 이후 국내에서 건설될 신규원전의 주력 모델은 물론 해외 수출을 위한 주력모델로서 개발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이미 지난 1992년부터 10년간 2,30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신형경수로인 APR1400을 개발해 신고리 3·4호기에 적용시킨 바 있으며 오는 2013년에 준공을 목표로 현재 부지정지 및 본관기초 굴착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원전 선진국의 대세는 바로 대용량이다. 프랑스의 ERP1600, 미국의 AP1000, 일본의 US-APWR1700 등 각국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 노형을 지속적으로 개량 발전·개선해 세계 원전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IEA나 IAEA는 오는 2030년까지 309기의 신규원전이 지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700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시장이다.

■세계는 지금
한수원 원자력발전기술원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원자력 선진국은 2020년대 이후 예상되는 대규모 노형교체 및 신규 원전시장 선점을 위해 현재 설계(건설)중인 노형을 근간으로 안전성 및 경제성 향상을 목표로 ‘GenIII+’ 노형을 개발 중이다.
또 이와 병행해 핵연료 자원 효율적 이용, 폐기물 발생량 최소화, 핵확산 저항성 증진 등의 성능 향상을 목표로 GenIV 원자로를 개발중에 있다. GenIV 노형은 2030년경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이지만 전문가들은 2050~2070년경 상용화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년간 원전건설을 중단해왔던 미국은 전력수요가 많은 동부지역 21개 부지에 지난해부터 2009년까지 총 32기 건설하겠다며 통합인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2007년에 이미 5개 부지에 총 8기 (AP-1000 4기, ESBWR 1기, ABWR 2기, EPR 1기)의 통합인허가 신청이 제기됐고 올해는 14개 부지에 총 21기(AP-1000 8기, ESBWR 2기, EPR 6기, US-APWR 2기, 노형 미정 3기)가 통합인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의 EDF는 한수원이 APR1400 건설에 들어간 지 1주일 만인 지난해 12월 3일 플라망빌 지역에 EPR1600노형으로 신규 건설 착수해 오는 2012년 완공을 예정하고 있다. 또 프랑스 에너지기업인 Suez 그룹은 2015~2016년 내에 자사의 첫 번째 신규 원전 가동을 사업 목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투자계획 수립중에 있다.
일본도 2030년대까지 전력생산량 중 원전점유율을 30~40%로 유지할 계획으로 현재 내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토마리 원전 3호기와 2011년 12월을 목표로 시마네 3호기를 건설하고 있다. 또 오하마 원전, 쯔루가 3·4호기 등 12기의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AP1000…US-EPR…US-APWR1600
웨스팅하우스의 AP600을 기본으로 용량을 격상시킨 모델이 바로 AP1000 노형이다. 피동안전설비와 계통을 단순화한 100만㎾급 가압경수로형이다. 펌프, 디젤 등의 능동기기 대신에 자연현상(중력, 자연순환, 응축 및 증발현상)을 이용한 피동안전설비 채택했으며 다중의 비안전관련 능동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 아레바가 개발중인 US-EPR 노형은 지난해 12월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 설계인증을 신청한 바 있으며 160만㎾급 대형 가압경수로다. 열출력을 증가시켰으며 터빈발전기 성능을 개선한 것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의 미쯔비시중공업이 설계, 일본에 건설중인 APWR을 기본으로 용량을 격상한 US-APWR1600은 올 1월 설계인증을 신청했다. 170만㎾급 개량형 가압경수로이며 고성능 증기발생기, 디지털 I&C계통 등을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원자력의 미래 ‘APR+’
APR+는 150만㎾급 이상의 발전 출력을 목표하고 있다. 안전성은 APR1400과 대비해 10배 정도 향상시킬 계획이다. 특히 건설공기를 36개월로 목표, 해외 선진국의 신형노형 대비 동등 또는 우월한 수준의 경제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APR+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한수원은 2009년까지 1단계로 APR+ 개발타당성 평가를 거쳐 개념 및 기본설계를 수행하고 2012년까지 2단계로 핵심기술에 대한 실증실험과 상세설계를 수행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2015년까지 3단계로 핵심기술을 최적화하고 표준상세설계에 대한 해외 인허가를 취득한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APR+ 기술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완료될 경우 오는 2016년부터 원자력 르네상스 시대를 선도하는 원자력선진국으로 도약, 명실상부한 원전수출국으로서 글로벌리더로 우뚝 세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