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가동 30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런 의미있는 올해 터키와 루마니아 등 최초 원전 플랜트 수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전 수출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요.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원전도입 30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원전 수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 스리마일 원전사고와 구소련의 체르노빌 사고 이후에 전 세계가 원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건설을 중단했던 기간에도 우리나라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건설을 추진해 왔습니다. 현재는 이를 바탕으로 한 세계 최적의 시공기술과 운영경험을 갖고 있어 세계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시장을 향한 한국형 원전의 수출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세계 원전시장은 2008년 현재 439기가 가동중이며 세계 전력시장의 16%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세계원자력협회(World Nuclear Association)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3월 현재 계획중인 신규원전은 91기 추진중인 신규원전은 223기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는 향후 건설될 신규원전이 약 314기라는 얘기입니다. 최근에는 베트남, 필리핀, 요르단, UAE 등이 원전을 도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많은 수출 대상국 중에서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조기에 원전 수출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투자가 수반되는 터키 원전사업과 원전 종주국인 미국을 대상으로 총력을 다 하고 있습니다.

▲터키 수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 입니까?
-만약 우리나라가 최초로 원전을 수출한다면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국가 중 하나가 터키입니다.
터키는 최근 주변국으로부터의 에너지 공급안정성 위기와 전력수요 증가 등의 이유로 2020년까지 3,000~5,000㎿ 규모의 신규원전 건설 추진을 결정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원전건설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공표하고 올해 3월 24일 국제입찰을 공고했고 입찰서 제출시한은 올해 9월 24일입니다.
한전은 이번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총 결집해 수주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의 일환으로 터키 최대의 건설 회사이자 민간부문 최대 발전설비 보유(터키 발전량의 18% 공급)사인 엔카그룹을 파트너社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터키 원전사업은 민자 발전사업자가 전력을 생산해서 전기를 파는 IPP(Independent Power Producer) 방식의 사업입니다. 따라서 사업자는 단지 발전소 건설뿐만 아니라 건설 후 운전도 해야 하는데, 터키 정부가 15년간의 전력구매를 보장해 주므로 수주에 성공할 경우 장기적인 수익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터키 정부 및 기업들은 한전의 원전기술 수준 및 역량을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므로 강력한 수주활동이 뒷받침 된다면 수주 가능성이 의외로 높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 한전은 국내 원자력 산업체가 참여하는 T/F팀을 구성, 완벽한 입찰 서류를 작성하고 엔카 그룹과는 전문가 교차파견을 통한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등 사업 수주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터키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는데, 그 의미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요?
-터키 원전사업을 수주할 경우, 그 의의는 매우 큽니다. 첫째, 30년 이상의 국내 원전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하게 되며 세계 5번째로 원전 수출국가의 대열에 서게 되고, 한전이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미국, 인도네시아, 우크라이나, 아랍에미리트, 필리핀 등 해외원전사업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까지 원전 수출국은 미국,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4개국입니다.
다른 하나는 원전수출은 과학기술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외교적인 측면에서 국가위상을 한 단계 도약시킬 뿐만 아니라 국내 관련 산업의 지속 발전 및 수익창출 측면에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는 점입니다. 저는 원자력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원전 해외수출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원전 수출 가능성은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사업은 1970년대 말 월성원전과 동일노형인 가압중수로형 (CANDU-6, 700MW) 원전 5기를 동시에 건설 착수했으나 1호기를 제외한 2~5호기는 1991년 재원문제로 중단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루마니아 정부는 2~5호기중(2호기는 2007년 상업운전) 3,4호기를 2014~2015년까지 준공하기 위해 공사를 재개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이에 한국은 루마니아 측으로부터 자본투자 형태로 공사재개 참여를 요청 받아 사업여건 검토 및 양국 협력방안 협의 등을 거쳐 건설, 운영 전문기술을 보유한 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주)에서 체르나보다 3,4호기 재개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루마니아 사업은 2003년 3월부터 2006년 12월까지 공사재개 타당성조사를 2단계에 걸쳐 수행하고 2006년 6월 조건부 자본투자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지난해 9월에는 캐나다 원자력공사(AECL)와 공동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그 해 10월 사업여건을 고려해 자본투자 없이 EPC만 참여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올 8월 EPC 주계약 입찰안내서가 발급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는 한수원(주)이 보유하고 있는 월성원전 건설, 운영 경험기술을 바탕으로 EPC 분야를 수주하기 위해 AECL과 전략적 협력을 추진중입니다.
루마니아 사업 수주를 위해 국내 관련사와 공동으로 사업준비팀을 구성, 경쟁력 있는 제의서를 작성하고 현지 협력업체 발굴 등을 통하여 수주기회를 높일 계획입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정부 및 전력산업계 요인 등을 초청해 한국원전의 높은 기술 능력을 보여주고 양국의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할 예정입니다.

▲이외에도 어떤 국가들을 대상으로 수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지요?
-우크라이나는 현재 원전 15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2기의 원전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에너지 전략차원에서 2030년까지 11~12기의 신규원전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지난해 6월 한전-우크라이나 정부간 ‘원전 및 우라늄 협력 MOU’를 제결한 바 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한전-에너고아톰社(우크라이나원자력공사)간에 ‘원전사업 협력 MOU’를 체결했습니다. 또 지난 4월 우크라이나 정부로부터 흐멜니츠키 원전사업 참여 제의서를 접수해 사업 참여방안을 협의중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원전사업은 동유럽의 최대 원전시장으로 향후 유럽 원전시장 진출의 거점화가 가능하며 우크라이나 내 풍부한 원전기술 인력 및 인프라가 구비되어 있어 사업 추진 환경이 좋은 장점이 있습니다.
이에 한전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원전사업 진출을 위한 협력기반 구축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양사간 원전 실무그룹회의를 다음달 개최해 구체적인 사업 협력방안을 협의 할 예정입니다.

▲수출 가능성이 높은데 어떤 각오로 추진하고 있나?
-한전은 다양한 원전 수출시장을 지속적으로 개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올해에는 명실상부한 원전수출국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습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긴밀한 협조 아래 국내 원자력 산업계의 역량을 결집해 원전 수출시장을 개척하고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전개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효율적인 사업추진 기반을 공고히 구축할 예정입니다.
올해에는 수출 가능성이 높은 국가를 선정, 우리가 가지고 있는 사업역량을 집중할 것입니다. 또한 전력그룹사가 보유하고 있는 설계, 정비, 핵연료 및 운영 등 원전 특화기술을 적절히 조합하고 패키지화한 수출상품을 개발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미국에서 가동중인 원전의 M&A 사업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동안의 수출 노력과 성과를 말씀해 주십시오.
-원전 수출 추진 측면에서 2007년도는 원전수출시장 개척을 위한 마케팅 활동에 중점을 둔 한해였습니다.
먼저 중국과는 원전기술포럼 및 원자력전람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중국에 약 30건(3,000만 달러 규모)의 사업관리 및 기술지원 용역을 수행했으며 5억불 상당의 기자재 수출계약을 수주했습니다.
파키스탄과는 기술 세미나를 개최했으며 베트남과는 사업타당성 공동연구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에는 경협사절단을 파견하여 우리의 원전기술과 능력을 적극 홍보했습니다.
한편 인도네시아는 대통령 방한시 한국형원전건설에 대해 파격적인 제안서를 작성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은 정열적인 활동으로 현재 아시아, 아프리카 및 유럽등지의 많은 나라에서 자국의 원전개발에 한국참여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한전은 원전 수출을 위해 원전 도입국에 적합한 맟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전략적 사업 제안서 개발, 원전 도입국에 대한 한국형원전 진출기반 구축과 사업수주를 위해 전람회와 세미나 개최 등을 통해 한국형 원전 홍보를 수행하고 있으며 원전도입절차, 인력훈련, 부지 사전타당성 조사 및 원전 기자재 국산화 공동연구 등 도입국의 원전 인프라구축 지원 사업 등을 위해 준비 중에 있습니다.

▲원전 수출을 위한 선결과제는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시는지.
-원전 해외수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부의 지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세계에서 원전 수출이 가능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프랑스, 일본, 캐나다, 러시아 등 소수입니다.
상업용 원자력 발전은 이미 1950년대에 시작돼 그 기술은 다 알려진 상황이고 지금은 성능 및 안전성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각국 원자로의 차이점이 크지 않으며 제품의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노형 결정시 구매자는 성능 차이에 의해 노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출 국가와의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고려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즉 신규 원전 도입시 최종 계약자 결정은 기업 수준을 벗어나 국가간의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음을 볼 때 정부 차원의 지원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원전산업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외교통상부, 지식경제부, 교육과학부 등 주요 관련 부처간의 긴밀한 공조체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원전산업체는 단일 업체로서는 각각 매우 높은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산된 역량을 결집해 플랜트 단위의 원전 수출실적은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한전은 국내 원전산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총 결집하여 단일 에너지를 만들어 낼 계획입니다.
상대적으로 한전은 높은 브랜드 가치로 대규모 재원조달능력이 가능하고 많은 사업경험, 기술 및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점유와 장기적인 수익창출이 예상됩니다.
한전에서 추진하는 턴키사업뿐만 아니라 자본이 수반되는 민간전기발전사업자(IPP)의 사업도 적극 개발하여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원을 창출하고 아울러 금융조달, 설계, 건설, 구매, 운영 등 국내의 중·소 유관기관이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창출할 것입니다.
또한 원전사업과 연계되는 송전망 및 변전소 건설 등 부대사업뿐만 아니라 화력 등 관련 발전사업 진출의 선도자 역할을 함으로써 전반적인 플랜트사업 수출활성화를 촉진하는 중대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의 열정과 자세를 언급하고 싶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1970년도 후반에 원전을 도입한 이래 20기의 원전을 운영하는 세계 6위의 원전 강국으로 도약했습니다. 그러나, 수출 경쟁국인 미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에 비해 수출 후발국이며, 국가적 영향력도 상대적 열세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경쟁사에 비해 2배, 3배의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비록 출발이 늦었지만 상대방에게 차곡차곡 신뢰성을 쌓아가고 빈틈없는 전략과 공격적인 활동을 전개한다면 반드시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저는 회사생활은 즐겁게 해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루 10시간 이상을 차지하는 회사생활이 즐겁지 않다면 업무성과 또한 기대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회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Fun 경영을 적극 실천하고 있으며 동호회를 활성화 해 업무 중 쌓인 피로를 씻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사업의 특성상 필요한 외국어의 능력배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해외사업을 하다보면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상대방의 전략을 간파하고 우리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외국에 나갔을 때 우리 한전의 대표로서 당당하게 임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얼굴임을 잊지 말라는 주문을 합니다.
무엇보다도 프로정신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업무 상대가 해외 유수기업 또는 해외 고위 공무원들이므로 이들과의 경쟁 및 협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요소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담당자에게 많은 권한을 주고 대신 개인별 성과를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Global 지식함양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구시대의 지식만으로 Global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해외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선진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